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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쇳가루' 암흑천지를 마스크 하나로…그들이 파업하는 이유

'쇳가루' 암흑천지를 마스크 하나로…그들이 파업하는 이유
입력 2020-11-13 20:06 | 수정 2020-11-13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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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검은 먼지를 얼굴 전체에 뒤집어 쓴 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모습인데요.

    50년 전이 아닌, 바로 오늘의 사진입니다.

    제대로 된 보호 장구를 요구하는 것마저 쉽지 않다고 말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조수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캄캄하고 좁은 통로 안에서 눈보라처럼 몰아치는 이것은, 유리와 쇳가루가 섞인 분진입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지만 숨을 쉴 수도, 눈을 뜰 수도 없습니다.

    "숨을 못 쉬어요. 숨을…"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요? 이거 보안경도 안 끼고 하세요?)
    "보안경을 껴야 돼요. (그런데) 저희는 끼면 눈을 가려요."
    (안 보이겠네요?)

    마치 탄광 속 지하갱도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곳은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안에 있는 집진시설 내부입니다.

    자동차 부품을 만들 때 나오는 쇳가루와 먼지가 모이는 시설인데 산더미처럼 쌓이면 사람이 직접 배출구로 밀어내야 합니다.

    "끝으로 모여야 이걸 열어서 이쪽으로 떨구는…"
    (이제 그만하시고 나오시죠. 이걸 보통 몇 분 동안 작업해요?)
    "1시간 정도…"

    이 작업에 투입되는 12명은 모두 외주업체 소속 비정규직들입니다.

    올해 32살인 최해령 씨도 오전, 오후 1장씩 마스크에 의지한 채 벌써 2년째 이 작업을 해 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마스크 구하기가 어렵다면서 지난 5월부터 분진을 제대로 거를 수 없는 질 낮은 마스크로 바뀌었다는 게 최씨 등 노동자들의 주장입니다.

    [최해령/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외주업체 노동자]
    "방진 마스크여도 분진이 들어오기 때문에 입안에서 쇠 맛이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같이 근무하는 동료 중에는 퇴근하고 나서까지 가래침을 뱉으면 검은색이 섞여서 나온다든지…"

    사측은 새로운 마스크도 성능에 큰 차이가 없는 제품이었다면서도, 지난 10일부터 다시 예전 마스크를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성능 좋은 마스크를 착용해도 미세한 쇳가루가 눈·코·입으로 들어올 수 밖에 없는 작업 환경.

    1년에 한 번 특수검진이라고 받는 건 호스에 대고 숨을 내쉬는 폐활량 검사 뿐입니다.

    [최해령/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외주업체 노동자]
    "(현재 특수검진 보다) 전문적이고 연 2회 해줬으면… 전반기, 후반기 해서 연 2회 건강검진을 요구했는데 아직까지…"

    또, 일터인 집진 시설과 업체 사무실까지 엄연히 공장 안에 있지만, 이들은 외주업체 노동자라는 이유만으로 매일 출근할 때마다 출입증을 발급받아야 합니다.

    결국 참다 못한 노동자들은 지난 9일부터 부분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이유민/현대자동차 전주공장 비정규직지회]
    "(현대자동차가) 외주화를 시켜서 외주에서 다시 인력을 뽑아서 파견식으로 투입 시키게 된 거예요. (외주업체는) 현대차 핑계만 대고 '현대차가 해줘야 우리가 해줄 수 있다'라는 핑계만 대고…"

    50년 전 평화시장의 창문 없는 봉제공장과 오늘 이 곳은 무엇이, 얼마나 다른지 이들은 묻고 있습니다.

    MBC뉴스 조수영입니다.

    (영상취재 정진우 (전주) / 영상제공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비정규직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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