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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에 이용하고 마취도 없이?…안락사 아닌 '고통사'

실험에 이용하고 마취도 없이?…안락사 아닌 '고통사'
입력 2020-11-13 20:27 | 수정 2020-11-13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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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유기 동물이나 실험에 이용한 동물을 어쩔 수 없이 죽여야 할 때, 안락사를 시행하죠.

    그런데 말이 안락사지, 마취조차 없이 '살처분'을 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처벌 규정도 없고 감시도 어려워서 말 못하는 동물들이 고통스럽게 죽어가고 있습니다.

    남효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경남 의령군의 한 유기견 보호소.

    목줄이 매인 어미 개가 겁먹은 채 버티고 있습니다.

    수의사가 주사기가 달린 막대로 찌르자 비명을 지르며 쓰러집니다.

    개장에 갇혀 있던 어린 강아지들도 한 마리씩 들려 올려집니다.

    목덜미와 엉덩이에 같은 주사를 맞은 강아지들도 이내 숨을 거둡니다.

    보호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유기견을 안락사 시키고 있는 곳은 지자체가 관리하는 보호소입니다.

    어미 개와 강아지에게 투여된 약물은 온몸의 근육을 마비시키는 '석시콜린'.

    호흡에 쓰이는 근육까지 마비시켜 숨이 막히는 죽음의 고통을 그대로 느끼게 된다고 합니다.

    [현직 수의사]
    "석시콜린이라는 약이 호흡근을 마비시켜요. '마취를 하지 않으면' 숨을 못 쉬는 걸 고스란히 느끼다 사망하게 되는 것이거든요."

    고통을 최소화 하기 위해 사전에 마취를 해야 하는 과정은 무시됐고, 개들은 발버둥치며 죽어갔습니다.

    유기견 보호소 관리 책임이 있는 의령군청 측은 "마취제를 언제부터 안 썼는지는 모르겠다. 관례상 마취제 없이 안락사를 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동물이 고통스럽게 죽어간 곳은 이곳만이 아닙니다.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한다는 서울대병원 연구실.

    바닥에 구멍이 뚫린 이른바 '뜬장'에 고양이들이 갇혀 있습니다.

    발을 딛지 못해 좁은 나무판 위에 불안하게 서 있는 고양이들이 관리가 되지 않은 듯 털이 뭉쳐 있는 모습입니다.

    서울대병원에서는 '인공 달팽이관' 연구를 한다면서 고양이 6마리를 어딘가에서 데려왔습니다.

    멀쩡한 생명체를 인위적으로 귀를 멀게 한 뒤 진행한 동물실험이었습니다.

    연구가 중단된 2018년 8월, 소리를 잘 듣지도 못한 채 장기간 갇혀 살았던 고양이들의 삶은 끝이 났습니다.

    [내부 고발자]
    "아예 그냥 3~4년, 몇 년 방치돼있고…방치돼 있던 것부터가 비윤리적이라고 생각을 해서 제보를 했죠."

    역시 마취 없이 심장을 멈추게 하는 '염화칼륨'을 주사했다는 의혹.

    [내부 고발자]
    "이렇게 죽은 것도 처음이고, 너무 죄책감이 들었던 것 같아요. '입양 보내면 안 되냐 아니면 제가 다 책임질 테니까 하라'고 했는데 선임연구원이 막았고…"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측은 "미국수의사회 동물안락사 가이드라인에 따라 수의사가 정상적으로 안락사를 진행했고, 마취제를 사용했다는 기록을 손으로 써놨다"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마취제를 썼다면 반드시 등록해야 하는 정부의 마약류통합시스템 상 근거 자료는 없고, 손으로 쓴 기록은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다는 지적입니다.

    [서울대병원 교수]
    "(동물실험에서 뭔가 윤리 어겼다거나 그렇게는 보지 않으시는 거죠?) 보지 않을 뿐더러, 정확히 결과가 있으니까 좀 기다리셔서 확인하시면 될 거예요."

    경찰은 마약류를 불법 사용한 혐의로 서울대병원의 해당 교수를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하지만 고통을 주는 비인도적 안락사를 시킨 데 대해서는 수사에 소극적이었습니다.

    [권유림 변호사]
    "현행법 상으로는 처벌이 안되는 거죠. (안락사를) 너무 무자비하게 했을 때는, '동물학대다'라고 끌어다 고소고발하는 상황이 있기는 한데…"

    사실상 '고통사'이면서 이름뿐인 '안락사'의 처벌 수위를 높일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진경/동물권행동'카라' 상임이사]
    "부적절한 안락사는 동물학대가 맞습니다. 그 동물이 죽음의 순간 고통과 공포를 느끼고, 그렇게 죽였다면 처벌을 강하게 해야 하는 거고…"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이른바 안락사 된 유기동물은 3만 3천 마리, 인간의 필요에 의해 쓰임을 당한 뒤 대부분 안락사로 죽음을 맞는 실험동물은 3백7십만 마리였습니다.

    MBC뉴스 남효정입니다.

    (영상취재:남현택, 김우람/영상편집: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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