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요즘 일본에선 절이나 신사에서 신도들이 올린 돈을 훔치는 소액 절도범들이 늘고 있습니다.
보통 불경기에 이런 범죄가 늘어나는데요.
올해는 코로나19로 실업자가 7만 명을 넘어선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합니다.
도쿄에서 고현승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 리포트 ▶
늦은 밤 사이타마현의 한 신사.
모자와 마스크를 쓴 남성이 신당 앞으로 가더니 새전함을 집어듭니다.
함을 뒤집어 돈을 빼내고는 얼마나 되는지 세어보기까지 하는 여유를 부립니다.
그런데 돈을 챙겨 신당을 나서는 순간, 바로 밑에 장막을 쓰고 잠복중이던 경찰들이 일제히 달려듭니다.
행여 놓칠세라 서두르던 경찰 한명은 넘어지기까지 합니다.
위장복을 뒤집어쓴 채 반대편에서 기다리던 경찰까지 나와 남성을 둘러쌉니다.
[사이타마현 경찰]
"(오후 10시) 29분 절도로 현행범 체포."
현장에서 붙잡힌 남성이 훔친 돈은 동전 14개, 665엔이었는데 우리돈 7천원 가량입니다.
"100엔짜리가 5개네…"
이 남성을 검거하기 위해 경찰은 3주 전부터 신사 주변을 수색했고, 4시간을 잠복했습니다.
[경찰]
"이제 전부 털어놔. 다 알고 있으니 제대로 얘기해."
아이치현에서는 사찰 불전함이 털렸습니다.
심야에 사찰에 들어온 남성이 드라이버로 불전함을 열어보려다, 여의치 않자 잠시 뒤 불전함을 통째로 들고 나갑니다.
[사찰 주지]
"돈이 필요할 때가 있죠. 살다보면 힘들 때도 있을테니, 그럴 때에는 (불전함에) 손을 대도 괜찮습니다."
주로 동전이 들어있어 피해액은 크지 않았지만, 도난이 반복되는데다 이번에는 함까지 망가뜨려 사찰측은 결국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그리고 새로 설치한 불전함 앞에 "꼭 필요하면 합장을 해보고, 스님과 얘기해보지 않겠냐"는 글을 붙여놨습니다.
무인판매소도 표적이 되고있습니다.
점퍼 차림의 남성이 귤 무인판매소 동전함에 돈을 넣고는 귤 세 꾸러미를 들고갑니다.
한 꾸러미에 2백엔씩 총 6백엔이지만, 이 남성이 넣은 돈은 20엔 뿐.
가게 주인은 경찰에 신고했고 동네에 사는 70대 노인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무인판매소 주인]
"나이도 있고 알만한 사람이 어째서 고작 2백엔짜리 귤을…"
새전 도둑같은 소액 절도는 주로 불경기 때 늘어나는데, 최근엔 코로나19 영향이 커보입니다.
일본 정부는 실직과 폐업을 막기 위해 각종 지원금을 주고, 10조엔 규모의 세번째 추경 예산을 추진하고 있지만, 올들어 코로나19로 인한 실업자는 일본 정부 집계로만 7만명을 넘어섰습니다.
도쿄에서 MBC뉴스 고현승입니다.
(영상취재·편집:김진호/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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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고현승
헌금함 옆에 잠복한 경찰…日 코로나에 '동전 도둑' 비상
헌금함 옆에 잠복한 경찰…日 코로나에 '동전 도둑' 비상
입력
2020-11-14 20:20
|
수정 2020-11-1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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