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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받아내려 쓰레기 들이부어…눈감은 지자체

돈 받아내려 쓰레기 들이부어…눈감은 지자체
입력 2020-11-16 20:19 | 수정 2020-11-1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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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쓰레기로 가득한 자루가 산처럼 쌓여 있습니다.

    생활 쓰레기 뿐 아니라 산업 폐기물까지 담겨 있는데 땅 주인한테서 못 받은 공사 대금을 받아 내겠다면서 한 공사 업자가 땅 위에다 이렇게 쓰레기를 무단으로 쌓아 둔 건데요,

    고은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추수를 마친 논을 지나자 멀리 마대자루 수 백 개가 눈에 들어옵니다.

    공터를 메운 자루가 말그대로 산처럼 쌓였습니다.

    8미터는 족히 돼보이는 쓰레기 산에 올라가 봤습니다.

    겨울에 신는 겨울용 신발도 있고요. 등산화도 있고. 보시면 구두....

    높은 쪽 마대에서는 내용물이 쏟아져 나와 있습니다.

    살펴 보니 일반 쓰레기가 아니라 유리섬유를 비롯해 대부분 산업 현장에서 나온 폐기물입니다.

    [강석찬 대표/폐기물 처리 업체]
    "공장으로 계산할 때 1만 평, 2만 평이 넘어요. 이 정도 건물 안에 있는 기계를 다 뜯어내야만이 이 물량이 나와요."

    이런 폐기물은 외부에 방치되면 쉽게 부서져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

    [강석찬 대표/폐기물 처리 업체]
    "바람에 날리면 (이것도) 미세하게 날려요. 눈병도 걸리고 피부병도 걸리고 주변에 다 농가들이고..."

    쓰레기 더미는 예전 땅 주인과 계약을 맺고 토지 정비 공사를 했던 공사 업체가 쌓아놨습니다.

    전 땅 주인으로부터 공사대금 3억원 가량을 못 받자, 지난 1월 경매로 땅을 낙찰받은 새 주인에게 돈을 받기 위해 쓰레기를 가져다 놓은 겁니다.

    [쓰레기 적치 업체 관계자]
    "저는 그 (못 받은) 공사비 때문에 이혼 당하고 집도 압류 들어와 있는 상태고 어디 가서 보상 받을 데가 없잖아요. 유치권이 해결이 되면 저는 물건 치우고 나가면 돼요."

    과연 그럴까.

    지난 5월 토지 소유주 측이 이 쓰레기 처리를 위해 폐기물 업체에 견적을 의뢰했더니 4억 8천만원이 들어간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지금은 쓰레기가 더 쌓였으니 처리비용만 5억원이 훌쩍 넘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쓰레기산을 만든 업체 측은 돈만 받으면 어떻게든 치우겠다는 입장.

    하지만 허가 없이 일반 토지에 폐기물을 쌓는 건 애시당초 불법입니다.

    [강석찬 대표/폐기물 처리 업체]
    "(여기가) 폐기물 처리장도 아니고 /방수 처리가 되어 있든지 해야 되는데 아무것도 안되어 있잖아요. "

    민원을 접수한 경기도 화성시는 지난 6월부터 수차례 현장 확인까지 했지만 "재활용 가능한 종이들로 보인다"면서,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화성시 환경지도과 관계자]
    "폐지로서 가치가 있다라는 서류를 그분들에게 받았거든요."
    (그게 폐지로 들어간다고요? )
    "예 폐지로도 들어갑니다."

    취재진이 "유리섬유 같은 유해 물질이 버젓이 쌓여있다"고 지적하자, 이번엔 "쓰레기를 가져온 업자가 치운다고 했으니 문제 없다"는 반응입니다.

    [화성시 환경지도과 관계자]
    "(돈 받아야 하는) 그 분들도 방어를 하려면 그 정도에 준하는 물건을 쌓아야지.. 유치권이 걸려있는데 결과가 안 나왔는데 관여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현행법상 설사 채무를 받아내기 위해 땅을 점유한다고 해도 불법을 동원해선 안됩니다.

    지자체가 수수방관하는 사이 농촌 마을의 쓰레기산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MBC뉴스 고은상입니다.

    (영상취재·편집: 이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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