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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쳐서 쉬면 20만 원 물어내야"…택배기사보다 열악하다

"다쳐서 쉬면 20만 원 물어내야"…택배기사보다 열악하다
입력 2020-11-16 20:25 | 수정 2020-11-16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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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어제 한 대형 마트의 배송 기사가 배달 중에 숨졌습니다.

    유족들은 과로사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아예 산업 재해 보험 대상이 아닙니다.

    요즘 택배 기사들은 그나마 정책 당국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대형 마트의 배송 기사들은 또 다른 그늘 속에서 열악한 처우를 법의 보호도 없이 견뎌내고 있습니다.

    이문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온라인 주문 배달에 나선 한 대형마트 배송기사.

    각종 식료품이 담긴 봉투를 한 손으로 들고, 생수를 가득 실은 수레를 다른 한손으로 끌다보니, '헉'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일반 택배와 달리, 고객이 원하는 배송 시간에 맞춰 배달해야 하다보니 뛰다시피 배송하는 건 일상입니다.

    [배송기사 A씨]
    "(코로나 이후) 물도 뭐 한 집에 세 박스 이상, 네 박스 다섯 박스‥물량이 포괄적으로 어느 정도 늘어난 거죠. 솔직히 말 못할 정도로 힘들고 뭐 제대로 쉬지도 못하는데…"

    건당 수수료를 받는 일반 택배기사와 달리 이들은 한달 3백만원 정도를 받는 조건으로 대형마트가 배송을 위탁한 물류회사와 계약을 맺습니다.

    그런데, 근로조건은 훨씬 더 열악합니다.

    이들은 한달에 나흘 쉬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쉴 수 있으니 명절과 공휴일에 쉬는 건 엄두도 못 냅니다.

    택배기사는 지난 추석 연휴 5일 동안 모두 쉬었지만, 대형마트 배송기사가 쉰 날은 단 이틀 뿐입니다.

    이마저도 하루 10만원씩 급여가 깎였습니다.

    계약한 것보다 더 쉬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배송기사 B씨]
    "추석 같은 경우엔 공식적으로 휴무가 되는 게 맞는 거잖아요. 그런데 휴무로 인정이 안되니까…돈으로는 (급여에서) 20만원 정도가 차감되는 거예요."

    택배기사들에게 적용되는 산재보험도 해당이 안됩니다.

    지난 2012년 택배기사는 산재보험 의무 가입대상에 포함했지만, 당시 마트 배송기사는 수가 많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외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일하다 다쳐 쉬게 되면 대신 일할 사람 구하는 비용으로 하루 20만원을 내야 합니다.

    [택배기사 B씨]
    "불안하죠 사실, 어떻게 보면 목숨 걸고 하는 거죠.(공휴일 보장 등) 정말 상식적인 일도 들어주지 않는데… 이런거(산재보험) 얘기해 봤자 씨알도 안먹히죠. 정말 몇년째 얘기한거에요."

    불공정한 계약서도 문제입니다.

    MBC가 입수한 이마트 배송기사의 계약서.

    집단행동을 하면 상품 손실 금액과 불만 처리비용까지 배송기사가 배상해야한다고 돼 있어 불만이 있어도 항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배송기사 A씨]
    "솔직히 뒤에 무슨 뒤탈이 생길까봐… 일하고 있는데 강제적으로 나가라고 할까봐… (마트배송기사들이) 말하고 싶지만, 말 못하는 심정은 똑같은 거 같아요."

    [이학균/공인노무사]
    "정당하게 단체행동을 한 것을 이유로 손해를 입었을 때, 사용자가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분들한테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것은 명백하게 부당노동행위라고 보여집니다."

    타가]이마트, 홈플러스, 롯데 마트와 이같은 독소 조항이 있는 계약을 맺고 있는 배송기사들은 약 5천여명.

    취재가 시작되자 일부 대형 마트사는 "집단행동을 제한하는 계약서 규정 등을 수정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MBC뉴스 이문현입니다.

    (영상편집 :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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