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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M] "충전소가 없어요"…춘천서 하남까지 140km

[집중취재M] "충전소가 없어요"…춘천서 하남까지 140km
입력 2020-11-16 20:59 | 수정 2020-11-1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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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이렇게 파란색 번호 판을 단 수소 전기차 전보다 많이 늘었다고 체감하실 겁니다.

    주행 성능도 나무랄데 없고 연료비를 포함한 유지 비용도 매력적인데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연료 충전 시설은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연료 충전하려고 100km 이상 이동하면서 오히려 연료를 더 쓰게 되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친 환경차를 아직 감당하지 못하는 현실을 조윤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수소전기차를 타는 정응재 씨.

    가솔린차부터 디젤, 전기차까지 모두 타봤지만, 수소전기차의 성능은 나무랄데가 없습니다.

    [정응재/수소전기차 운전자]
    "내연기관은 일단 진동이 계속 있는데, 계속 폭발하면서 가는 차잖아요. 이 차는 그런게 전혀 없으니까. 깨끗하고 오래 타도 머리도 안 아프고요."

    차 값이 7천만원이 넘지만, 보조금을 받으면 3천만원대에 살 수 있고, 연료비는 가솔린 차 절반이 조금 수준, 자동차세도 1년에 13만원, 고속도로 통행료, 주차요금도 반값입니다.

    부산에 자주 내려가는 정씨에겐 무엇보다 한 번 충전으로 600km 넘게 달린다는 게 제일 매력적입니다.

    [정응재/수소전기차 운전자]
    "한번 충전에 장거리를 갈 수 있는 차잖아요. 그래서 너무나 만족합니다."

    그런데, 충전 한 번 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과천에서 서초동까지 출근길에 이용하던 양재충전소는 1년 가까이 운영 중단 상태.

    밀리는 시내를 20km를 더 달려 여의도 충전소에 도착해도 기다리는 차량이 늘어서 있습니다.

    대기시간만 1시간 이상, 간신히 충전을 마치고 회사에 돌아오면 2시간이 훌쩍 넘습니다.

    [정응재/수소전기차 운전자]
    "차를 타고 다니는게 아니고요, 차를 모시고 다니는 것 같습니다. 바로 앞에 충전소 놔두고 2시간을 충전하고 이렇게 오는 시간이 너무나 아깝고…"

    충전소에는 하루 종일 긴 줄이 늘어섰습니다.

    [김용서/서울 서초구]
    "차가 많이 기다리고 있어서 다른데 볼일 봤다가 (오늘만) 여기 세번째 오는데도 5대가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아니 매일 지금 이거 한번 충전할 때마다 와 가지고 2시간씩 소비하고 말이야…"

    서울의 충전소는 4곳뿐인데, 양재는 중단, 1년간 문을 닫았다 지난달 재개장한 상암은 예약제로 하루에 40대만 받습니다.

    [강종림/경기 고양시]
    "예약제는 완전 하늘의 별따기에요. 아침 9시에 딱 들어가서 저같이 좀 느린 사람은 이게 하다보면 끝나고, 매일 아침마다 9시 되면 그거 맞춰보고 해 봐요. 근데 안 돼요."

    이 와중에 고장도 잦습니다.

    이곳은 서울의 3곳 밖에 없는 충전소 중 한 곳인데요. 고장이 나면서 앞으로 2~3일간은 충전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지난 11일)

    대부분 충전소엔 충전기가 1대 뿐인데 부품을 외국에서 수입하는 경우가 많아 빨리 고치기도 어렵습니다.

    [김태연/하남수소충전소 총무]
    "(충전소 부품) 가격도 워낙 단가가 높다보니까 업체에서 미리미리 구비하고 있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한 충전소가 고장나면 다른 충전소로 차들이 몰려들기 마련인데요.

    오늘 상암과 강동 충전소가 모두 고장나면서, 이곳 고속도로에 있는 충전소엔 이렇게 차들이 늘어섰습니다.(지난 13일)

    [이민희/서울 송파구]
    "(수소 50km 분량 남아서) 오늘 꼭 충전을 해야되니까 각오하고 온거죠. 어제 강동에서 하려고 했는데 문 닫아서 못하고, 하남에 전화를 했더니 대기가 15대가 있다 그래서 못하고."

    서울은 그나마 나은 편입니다.

    충전소가 삼척에 단 한 곳 뿐인 강원도 주민들은 오로지 충전을 위해 강동이나 하남 충전소까지 수백킬로미터를 오갑니다.

    [김종선/강원도 춘천시]
    "8시에 떠나서 지금까지 이거 하나 갖고 기다리는거에요. 집에 가면 1시 반 2시, 환장하겠습니다. 하루 걸려요 하루. 수소가 떨어졌다, 아니면 고장이 나서 충전이 안된다 그러면 고칠때까지 기다는 거야 앉아서. 수소 30km정도(남았는데) 어디 가지도 못해요."

    [김윤호/강원도 춘천시]
    "강동(충전소)을 들러서 설비 점검중이라서 바로 이리로 왔죠. 정상운행의 4분의 1을 왔다갔다하면서 없어지는 거죠. 충전을 위해서만."

    답답한 운전자들은 모바일 대화방에서 어디에 몇 대가 기다리는지, 고장은 안 났는지, 충전률은 얼마인지 공유하며, 수시로 상황을 확인하는게 필수가 됐습니다.

    [이승근/서울 영등포구]
    "오늘 1시간 10분 정도 기다렸어요. 저도 지금 처음에 와서 8대 대기 중이라고. 10대가 넘는다 이러면 그냥 오지 않고 바로 집으로 가고요."

    올해 154기까지 짓겠다던 충전소는 아직도 52기 뿐.

    내후년까지 310기로 늘리는게 목표지만, 주민 동의를 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원래 현대차가 연구용으로 쓰던 양재동 충전소는 낡은 시설을 고쳐 상업용으로 개장하려 했지만, 주민들 반대에 부딪힌 상황입니다.

    [양재동 주민/수소충전소 설명회]
    "마음놓고 살 수가 없고, 마음 놓고 잠을 잘 수가 없는 주거지에요. (수소 충전소가) 코로나보다 더 무서워요."

    지난해 발생한 노르웨이 수소충전소 화재와 강릉 수소저장탱크 폭발 사고로 주민 불안은 더 커졌습니다.

    [부산 범일동 주민]
    "(수소는)결코 안전하지 않다고 이야기 합니다. 2,3만 주민이 이런 폭탄을 안고 살 수는 없는 겁니다."

    수소차 운전자가 나와서 입장을 밝혔더니

    [수소전기차 운전자]
    "근거없는 위험성은 조금 자제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주민들의 야유가 쏟아집니다.

    "조용히 해라. 조용히 해라."

    정부는 강원도 사고는 수소충전소가 아닌 연구시설로 완전히 다른 경우이고, 노르웨이 수소충전소도 우리나라와 달리 무인시설로 운영됐다며, 수소충전소를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김홍철/가스안전공사 수소안전센터장]
    "안전장치가 설치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노르웨이에는, 국내에서는 수소 누출 경보기, 불꽃 감지기 등 (안전 기준이) 훨씬 더 높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럼 친환경차의 다른 한 축인 전기차 상황은 어떨까요?

    아파트 주차장에서 밤새 충전한 전기차를 타고 출근길에 나서는 김성태 씨.

    [김성태/전기차 운전자]
    "제일 큰 이유 중의 하나가 경제성이거든요. 올해부터 전기차 충전료가 오르기는 했는데, 여전히 (가솔린 차 대비) 4분의 1, 5분의 1 수준이고."

    서울 상도동에서 회사가 있는 가락동까지 왕복 40km, 적지 않은 거리를 오가지만, 불편은 없습니다.

    회사 건물에서도 충전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김성태/전기차 운전자]
    "충전은 주유가 아니라 주차의 개념이기 때문에요. 전기는 기름이나 가스랑 달리 어디서나 연결할 수 있으니까요."

    전기차 충전기는 전국에 6만기까지 늘었고, 위치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김성태/전기차 운전자]
    "바로 옆에 가락동 주민센터가 있거든요. 충전중이라고 나오고 있고. 주민센터는 거의 다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하지만, 집에 충전시설이 없거나 이동거리가 긴 경우는 여전히 불편합니다.

    창원에서 서울로 가는 중인 김영만 씨.

    고속도로에서 꼭 충전을 해야하는데 이미 사용중인 경우가 많습니다.

    [김영만/창원시 전기차 운전자]
    "방금 한 분이 충전하고 계셔가지고, 그 분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하니까, 서울 오려면 도착 예정시간보다는 두 시간 정도 여유를 잡고 출발을 해야돼요."

    또 충전기는 늘었다지만, 고장이 나 장기간 방치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주차장 관계자]
    "(전기차 충전기가) 잘 고장 나더라고요. 그런데 잘 안 고쳐주더라고요."

    5년 뒤엔 네덜란드와 노르웨이가, 10년뒤면 중국과 독일, 인도도 내연기관 차 판매를 중단할 예정.

    2035년쯤엔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내연 기관차를 넘어설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친환경차 시장이 커질수록 인프라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최영석/선문대 스마트자동차공학부 교수]
    "아파트의 충전기가 모자란다고 전력설비를 늘려서 누구 돈으로 낼 거며, 땅 다 파서 공사해가지고 배선 새로 다 설치하겠다는 게 현실적으로도 어렵고요."

    친환경차를 내세우고 있지만, 아직 제철공장 등에서 부산물로 만들어지는 부생수소를 사용하는 등 수소나 전기가 친환경적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 등도 여전히 해결해야할 과젭니다.

    MBC뉴스 조윤정입니다.

    (영상취재:황성희 윤병순 전승현 김백승 / 영상편집: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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