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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박꼬박 보험료 냈는데…치료비는 나라에서 받아라?

꼬박꼬박 보험료 냈는데…치료비는 나라에서 받아라?
입력 2020-11-25 20:23 | 수정 2020-11-2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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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치료비 그대로 지급해 주는 실손 보험을 들었는데 치료비가 많이 나와서 다 줄 수 없다고 보험사가 거부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나중에 나라에서 치료비 일부를 돌려주니까 미리 이중으로 지급해줄 수 없다는 건데요.

    이런 얘기를 들어본 적도 없고 나중이 아니라 지금 당장 병원비를 내야 하는 소비자는 속았다는 생각뿐입니다.

    서유정 기자입니다.

    ◀ 리포트 ▶

    40대 여성 이모씨에겐 5년전 몹쓸 피부병이 생겼습니다.

    온몸에 고름이 차고 진물이 흐르면서 바늘로 찌르는 듯한 고통에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둬야 했습니다.

    수술만 반복하던 이씨에게 지난해 새로 나온 주사치료가 효과를 냈지만, 문제는 비용.

    25만원짜리 주사를 한달에 4번 맞는 등 1년 치료비만 2천400만원이 넘었는데, 이씨에겐 다행히 11년전 들어둔 실손보험이 있었습니다.

    계약상 보장된 치료비는 연간 5천만원.

    이씨는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보험사는 350만원만 주겠다고 했습니다.

    [A보험회사 심사팀/(지난6월)]
    "금액이 나가실 금액이 없으시거든요. (보험금) 지급은 안 되세요."

    보험사가 보험금을 못 준다는 이유는 약관이나 계약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현재 국가에서 운영 중인 '본인부담상한제'에 따라, 이씨에게 치료비 일부가 환급될 테니 그걸 받으라는 얘기였습니다.

    [이 모씨/피부병 환자]
    "(빚을) 한 3천만원 정도 (진 것 같아요.) 내가 차라리 이걸(보험) 안 하고 적금을 넣었으면 내가 지금 이렇게 고통 받겠나…"

    본인부담상한제는 치료비가 많이 나온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제도.

    1년간 환자가 낸 의료비가 소득구간별 상한액을 넘어서면, 그 초과한 액수를 '해를 넘겨' 이듬해에 돌려줍니다.

    이 때문에 당장 치료비가 급한 환자들은 빚을 내거나, 그마저도 못 하면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3년 전 아버지가 폐섬유증 진단을 받은 오진석씨.

    아버지는 치료 보장 한도 5천만원짜리 실손보험을 들어뒀지만, 보험사는 본인부담상한제를 내세워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고, 아버지는 결국 치료를 중단했습니다.

    [오진석/폐섬유증 환자 보호자]
    "병원비가 700만원 정도 나왔어요. (아버지가) 보험회사에서 돈을 안준다는 얘기를 아셨어요. 그래서 지금 병원에 안 가세요. (돈 때문에요?) 나한테 부담될까봐…"

    억울한 건, 가입할 때 이런 내용을 고지 받기는 커녕, 약관에 언급조차 없다는 것.

    심지어 보험설계사들조차 이런 얘기를 처음 들어보는 경우가 다반삽니다.

    [박 모씨/보험설계사]
    "약관에도 없는 내용이었고 (보험설계사 일을) 6~7년을 했는데 신입때 교육을 받든 중간에 육성 교육을 받든 교육을 받으면서도 한 번도 이런 내용에 대해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그렇다면 보험사들이 이렇게 실손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보험사들이 제시하는 건 2009년 10월 개정된 '실손보험 표준약관'.

    여기에 "사전 또는 사후 환급이 가능한 '요양급여'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다는 겁니다.

    이 내용을 건강보험공단에 문의하자 어이없다는 반응이 돌아옵니다.

    건보공단은 이미 5년 전, 이런 실손보험 약관에 문제가 있다는 공문을 각 보험사는 물론 금융위원회에까지 발송했습니다.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은 소득 보전 목적으로, 치료비 성격의 요양급여가 아니라면서, 보험사들이 환급금을 공제하고 보험금을 지급하는 건 타당하지 않다는 내용입니다.

    특히, 공공보험에서 지급되는 환금금으로 민간보험사만 이익을 보는 건 국민 혜택 침해라고까지 지적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
    "건강보험하고 실비보험하고는 전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에…개인 보험은 이윤을 추구해야 되기 때문에 돈을 안주려고 하는 것이거든요."

    소비자원도 이같은 입장을 반영해 민원이 들어오면, 보험사들에게 실손보험금을 다 주라고 조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환급금으로 환자부담이 줄었으니, 보험금에서 빼고 주는 게 타당하다"며 보험회사 편에서 조정한 바 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
    "약관에 정해놓지 못해서 해석상에 문제가 생기는데… / 복지부랑 금융위랑 이제 협의를 해서 어느 정도 결론이 나온다면 이제 가장 조금 힘 있는 결정이 나올 수 있을텐데요."

    관할 부처인 금융위와 복지부는 3년전 협의체까지 만들고도 이 문제는 단 한번도 논의하지 않았고, 그러는 사이 실손보험 가입자들은, 근거도 분명치 않은 보험사들의 지급 거부에 치료를 포기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서유정입니다.

    (영상취재:황성희·이향진·현기택·김우람/영상편집:김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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