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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홍의표, 이준범

[집중취재M] 눈 먼 돈으로 건물주?…엉터리 '도시재생 사업'

[집중취재M] 눈 먼 돈으로 건물주?…엉터리 '도시재생 사업'
입력 2020-12-02 21:02 | 수정 2020-12-02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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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도시 재생 활성화 사업.

    그 지역이 갖고 있던 특성을 살리고 새로운 역할을 부여해 낡은 도시를 활성화하려는 개발 사업입니다.

    낙후된 환경을 개선하는 데에 당연히 돈이 들어가겠죠.

    그래서 사업 취지에 맞는 개발을 하려는 민간인들에게 주택 도시 보증 공사가 매년 수 천억 원을 빌려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기금이 도시 재생보다는 건물주를 만드는데 투입된 사례들을 확인했습니다.

    홍의표, 이준범 두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청년 문화'라는 지역 특성을 살리기 위한 도시재생 활성화 지역으로 지정된 서울 신촌 일대.

    한 30대 남성이 청년 창업을 위한 공동협업, 공동주거 공간을 만들겠다며 주택도시보증공사로부터 대출을 받아간 건물입니다.

    사업계획대로인지 살펴봤습니다.

    건물 입구에는 이곳을 여성 전용 원룸으로 운영하는 업체 이름이 적혀있습니다.

    내부는 침대와 세탁기, 싱크대 등이 있는 평범한 원룸입니다.

    [건물 관계자]
    "요즘에 학생들이 많이 빠져있는 상태에요, 전에는 방이 다 꽉 찼는데…(방이 학기 중에는 거의 꽉 차죠?) 그렇죠."

    우편함에 '코워킹 스페이스'라는 문구가 적혀있기는 하지만, 관리인 사무실이지 공유하는 공간이 아니라는 답이 돌아옵니다.

    [건물 관계자]
    "(그건(코워킹 스페이스) 저희가 이용할 순 없는 거죠?) 방이 있는데 왜 2층은 왜요. 공동으로 사용하는 데? 그런 공간은 아니에요."

    청년창업공간 건축을 근거로 주택도시보증공사로부터 지원받은 돈은 16억 8천만 원.

    자기 돈 4억 2천만 원만 들여 신촌의 5층짜리 건물 주인이 된 겁니다.

    [임대업체]
    "(코워킹 스페이스) 운영을 하다가 다시 또 가구랑 이런 것도 낡고 그래서 바꾸고 있는 상황이에요. 제가 이건 조금 답변드리기가 어렵거든요."

    신촌의 또 다른 건물.

    이 건물의 주인 2명은 이름만 보면 아는 대형 기획사와 유명 작곡가들과 협업할 수 있다며 "지역 청년 공동 예술작업장 등을 조성해 도시재생 공유가치를 실현"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사업계획서의 예술작업장이 있어야 할 지하 1층은 텅 비어 있습니다.

    [건물주]
    "공사가 다 안 끝난 상태여가지고. 아직 남아가지고, 그게 완료가 안 됐죠."

    공유 사무실로 쓴다던 9층에 가보려고 했더니 엘리베이터는 8층이 끝입니다.

    8층 천장에 계단의 윤곽이 보입니다.

    알고 보니 8층에 복층 집을 지어 주인들이 쓰고 있던 겁니다.

    [건물주]
    "중간에 사업 변경 같은 것들이 되는 내용이 있어서 9층 것(공유 사무실)이 2층으로, 2층으로 지금 바뀔 예정이에요."

    대출금은 17억 원.

    이 두 사람도 자기 돈은 약 5억 원만 들여 신촌 한복판에 땅을 사 9층짜리 건물을 지을 수 있었습니다.

    이들이 빌린 돈은 모두 주택보증공사의 도시재생기금.

    도시재생활성화지역에서 공동협업공간, 이른바 '코워킹 커뮤니티 시설'을 짓는다고 하면 사업비의 80퍼센트까지를 1.5%의 초저금리로 빌려주는 기금입니다.

    10억 원을 빌려도 1년 이자는 1천5백만 원으로 시중 부동산 대출 절반 수준의 싼값입니다.

    공동협업공간 생색만 내면서 공공기금을 빌려 건물주가 되는 꼼수에 사용되고 있던 겁니다.

    취재팀은 서울 도시재생 활성화 지역에서 대출이 이뤄진 사업의 계획서와 심사조서를 바탕으로 현장을 확인했습니다.

    30여 건만 검토했는데도 최소한 6곳의 수상한 건물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창덕궁 앞 도시재생 지역.

    계획서에는 청년 창업 지원시설이라고 적혀있던 건물 2층에 갤러리가 들어서 있습니다.

    [건물주]
    "보통 10시에서 7시까지 전시하고. 여기 원래 전시하면 작가가 옆에 계시고…여기는 해보니까 아무도 안 와."

    적은 돈만 받고 빌려주고 있다며 갤러리도 창업지원 시설이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갤러리 운영자]
    "영리적인 갤러리가 아니고 마을주민들이 회의도 할 수 있고, 주변에 작가들이 편하게 무료로 임대 사용도 할 수 있고."

    주변의 또 다른 건물도 '코워킹' 공간이 1층에 있는 건물을 짓겠다며 17억 원을 빌렸는데, 그 자리에 있는 건 한지공예 카페입니다.

    건물주는 '코워킹' 공간으로 몇 차례 쓴 적이 있는데, 코로나로 발길이 끊긴 거라고 설명합니다.

    [건물주]
    "코로나가 딱, 중간에 맥을 끊어놨기 때문에 운영이 되는지 안되는지…창업하고자 하는 그 친구들이 여기를 이용할 때에는…한 두 팀 정도가 있었긴 해요."

    이 건물들도 모두 꼭대기 층에 건물주가 자기 집을 지어놨습니다.

    이자는 월세 60만 원대의 '원룸'들로 충당합니다.

    [인근 중개업소]
    "지금 (방) 나와 있는 건 없고, 거기 다 사람들 있잖아요. 거기는 주로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아가지고, 조용해야 돼요."

    그럴듯한 사업계획서로 공공기금을 빌린 뒤 낮은 이자율 덕분에 상가와 원룸 임대로 여유 있게 돈을 갚아가며 건물주가 되는 꼼수, 사업을 관리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와 국토교통부는 실태를 알고 있을까요?

    이어서 이준범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취재팀은 융자가 집행된 서울 지역 코워킹 시설 41곳의 등기상황을 전부 분석해봤습니다.

    원래 그 지역에 땅이나 건물을 갖고 있던 경우는 6곳.

    35곳은 2018년과 19년 즉, 도시재생지역 지정 이후 주택도시보증공사 돈으로 해당 지역에 들어와 부동산을 사들이거나 건물을 새로 올린 경우였습니다.

    정책금융의 저금리 대출을 활용한 꼼수로 신축 건물주가 될 수 있다는 건 도시재생지역에서는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었습니다.

    [도시재생지역 건물 소유자]
    "저리로 80% 대출이 HUG(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나오니까 그걸 이용해서 증축을 해라, 너한테 손해갈 거 하나도 없다…" 제 돈 하나도 안들이고 용적률을 상향시키면서…가만 생각해보면 마다할 제안이 아닌 거죠."

    심사조서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대목은 공동협업공간의 실현 가능성보다는 면적조건을 충족하는지, 부적절한 시설은 들어오지 않는지 였습니다.

    협업공간을 지었더니 도시재생사업 전반의 진행상황과 발이 잘 맞지 않아 자동차 튜닝 공간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는 사회적 기업도 있습니다.

    [기금 융자 지원 사업자]
    "코워킹 공간 조성 자체에 의미를 많이 두고 있지, 사업 내용들이 그대로 되느냐 안되느냐는…실제로 (심사 과정에서) 비영리로 운영되는 공간들이 얼마나 있는지, 그게 가장 핵심적인 것이었고요."

    상황이 이런데도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대출이 나간 210곳을 점검한 결론은 대부분이 사업계획서대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문제가 있는 곳을 전국에서 7군데 찾았는데 서울에서는 옥탑을 개방하겠다고 하고 아직 주택과 사무실로 쓰고 있는 건물과, 건물 3층에 협업시설이 아닌 주택이 있는 건물 이렇게 2곳뿐이었습니다.

    정작 취재팀이 직접 수상한 현장을 포착한 건물 6채는 한 군데도 포함돼있지 않았습니다.

    실효성있는 사후 감시가 있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입니다.

    [소병훈/더불어민주당 의원]
    "큰 예산이 들어가는데 그냥 서류로만 심사를 하고 그 뒤로는 어떻게 되는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 정말 국민의 혈세로 (사업을) 하는 건데…"

    국토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는 뒤늦게 문제점을 인식하고 올해 들어와서야 보완책을 마련했습니다.

    모호했던 공동협업공간의 성격을 '공동작업실이나 공유오피스'로 구체화하고 입대업에 악용되는 걸 막기 위해 원룸 등 주택 임대업을 하겠다는 업자는 아예 심사에서 배제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공사 측은 이미 꼼수 대출을 받아간 건물주에 대해서는 특별히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고 털어놓습니다.

    그러면서 새 건물이 올라가고 세입자가 들어온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도시재생 효과를 거둔 부분이 있다고 자평했습니다.

    도시재생이 한국형 뉴딜에도 포함된 가운데, 국토부는 이 사업에 내년에도 예산 1,965억 원을 배정하겠다고 국회에 제출한 상태입니다.

    MBC뉴스 이준범입니다.

    (영상취재: 박주영 김희건 이상용 나경운 / 영상편집: 정지영 김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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