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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M] "마스크 쓰고 자요"…자가격리 14일의 기록

[집중취재M] "마스크 쓰고 자요"…자가격리 14일의 기록
입력 2020-12-08 21:05 | 수정 2020-12-0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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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빨라지면서 확진자와의 접촉 가능성 등을 이유로 행정명령을 받은 자가 격리자들의 수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누구나 언제든, 자가 격리 대상이 될 수 있는 상황인데요.

    2주 동안 외부와 격리된 생활을 하는 자가 격리자들의 하루는 어떤지, 또 어떤 점이 제일 힘든지 저희 제작진이 자가격리 14일을 직접 경험했습니다.

    ◀ 리포트 ▶

    경기도의 한 어린이집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이 어린이집에 다니는 4살 어린이가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규정에 따라 엄마와 함께 자가 격리에 들어갔습니다.

    [자가격리 1일]
    하루 첫 일과는 '체온 측정'!

    "우리 삐빅할 시간."

    "벌써?"

    가장 중요한 생활수칙은 '자가 격리자 안전보호 앱'을 통해 체온과 건강 상태를 하루에 두번 보고하는 겁니다.

    격리 장소에서 외출은 절대 금지, 독립된 공간에서 생활해야합니다.

    "혼자 먹으니까 심심하다."

    "그래도 14일 동안은 그렇게 해야 돼."

    서로 2m 이상 떨어져 지내야 하지만 4살 아이와 엄마의 거리두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보건소 직원과 상의 끝에 대신 2살 동생까지 철저하게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기로 했습니다.

    [자가격리 3일]
    하지만 마스크 쓰기를 싫어하는 아이.

    "마스크 어디갔어. 없는 데 이리와 빨리."

    "마스크 쓰는 게 답답해."

    [자가격리 5일]
    심지어 잠 잘 때도 마스크를 써야하는데 아이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시간입니다.

    "마스크 끼고 자."

    "싫어."

    "코에 시원한 공기 마시고 싶어."

    "창문 열어줄게."

    "밖에 나가고 싶지."

    수시로 집안 구석구석을 소독하는 것도 꼭 지켜야할 생활 수칙입니다.

    "소독 중이야. 오지 마. 오지 마 소독 중이야."

    자가 격리 일주일째.

    지원물품이 배달됐습니다.

    보통 2~3일이면 도착하는데 자가 격리자가 갑자기 늘면서 배송이 늦어졌습니다.

    라면과 햄 같은 즉석 식품과 각종 생활용품이 포함돼 있습니다.

    "초코빵이다."
    "우와 맛있겠다."

    "햇반도 오고 스팸 휴지 반찬 뭐 이런 게 오는데 사실 저는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보니까 아이가 먹을 수 있는 게 없어요."

    시간이 갈수록 엄마도 아이들도 짜증이 심해졌습니다.

    아이들은 툭하면 싸우고 엄마의 목소리도 높아졌습니다.

    "엄마가 주먹으로 때리면 안 된다고 했지."

    "계속 집에만 있으니까 그 짜증의 정도가 정말 심각해지더라고요. 애들이 엄마가 짜증을 내니까 그 짜증을 그대로 내더라고요. 진짜 부모가 거울이라는 말이 나 정말 소름 돋았어요."

    [자가 격리 12일]
    밖에 나가자고 조르는 아이들.

    코로나19 감염 위험성을 설명해주는 게 쉽지 않습니다.

    "참새들은 코로나 걸리면 어떡해."

    "참새들은 코로나 안 걸린대."

    "왜."

    "엄마도 잘 모르겠어. 부러워?"

    "응."

    "나가고 싶어?"

    "응."

    자가 격리 마지막 날 코로나19 검사를 합니다.

    어린 아이가 받기에는 고통스럽고 지켜보는 엄마는 더 괴롭습니다.

    "싫어. 싫어."
    "아파."

    검사결과 다행히 음성!

    자가 격리가 해제됐습니다.

    자가격리 행정명령을 받은 사람은 누적 80만명이 넘습니다.

    불편하지만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수고라는 것을 알기에 대다수 대상자들이 생활수칙을 잘 따라주고 있습니다.

    방 안에서 편하게 쉬기만 하면 될 줄 알았던 한 대상자는 의외의 고충을 토로했습니다.

    "먹고 눕고 먹고 눕고 하니까 2주차 때부터 역류성 식도염 증상이 생겨서…"

    자가 격리자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일부의 따가운 시선입니다.

    자가 격리 전담 공무원이 의료물품을 전달해야하는데 고시텔 관리자가 그를 막아섭니다.

    "들어오면 안 되죠. 미치겠다. 몇 혼데 이름이 뭔데요?"

    "그거 정보는 저희가 알려드릴 수 없고."

    "만약에 CCTV 돌려서 방에서 나왔으면 제가 경찰에 고발조치해서 바로 내쫓고 할 거예요."

    "이분이 지금 확진자는 아니고요."
    "아무 위험이 없거든요. 지금 접촉자 검사해서 음성 나와서 격리하고 있는거고…"

    "아니라도. 그 사람이 안 나온다고 어떻게 보장해요."

    자칫 확진자가 나올 경우 영업을 중단해야하는 업체의 우려도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자가격리자에 대한 지나친 경계심은 오히려 방역에 도움이 안 됩니다.

    격리 대상자들이 음지로 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질병관리청 지침에 따르면 확진환자는 물론 자가 격리자의 개인 정보는 비공개지만 지역 온라인커뮤니티를 통해 순식간에 '신상털기'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저희 지역이 워낙 좁다 보니까 돌고 돌아서 다 들어오긴 하더라고요 어떤 어린이집이라더라, 어떤 아파트라더라. 자가격리도 된 상황에서 그렇게 소문을 들으니까 아, 공황이 오더라고요. 이게 신체적으로 스트레스가 오니까 하혈도 하고."

    얼굴도 모르는 확진자와 같은 공간에 잠시 있었다는 이유로 자가격리된 경우도 많지만 막상 대상자가 되면 죄책감이 먼저 든다고 합니다.

    "내 잘못으로 내 아기와 내 남편이 (고통을) 당해야하나. 저한테 대한 죄의식 같은 게 엄청 크게 왔었고."

    "주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 같고 어떻게 보면 나도 피해자일 뿐인데…"

    코로나19 장기화로 모두가 고통받고 있지만 우리 주변에서 갈수록 늘어나는 자가격리자에 대한 관심도 더욱 높아져야겠습니다.

    (영상취재:박종현, 최재훈/영상편집:김정은, 강다현/취재구성:김은진/나레이션:김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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