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가입자가 3천8백만 명이나 되는 실손 보험, 병원들이 대놓고 이 실손 보험을 악용하고 있습니다.
정형외과에서 보습 크림을 팔거나 멀쩡한 눈에 백내장 수술을 권하는 등 보험료가 줄줄 새고 있는데요.
결국 가입자 전체의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겠죠.
그 실태를 먼저 김민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경기도의 한 정형외과.
그런데 엉뚱하게 피부 질환 치료가 인기라고 해서 찾아가봤습니다.
의사에게 피부가 가려워 왔다고 하자 바로 실손보험 가입 여부를 묻습니다.
[00정형외과 의사]
"실비(보험)가 혹시 있으실까요? 그러시면 좀 좋은 로션을 드리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실비가 적용이 보통은 되거든요."
그리고는 3만 8천 원짜리 보습크림을 추천합니다.
[00정형외과 의사]
"여러 번 바르셔도 상관은 없습니다. 요즘같이 건조할 때에는…참고로 저도 씁니다."
진료에 걸린 시간은 단 3분.
보험회사에 낼 서류를 미리 준비한 간호사는 보험 환급액까지 알려 줍니다.
[00정형외과 간호사]
"(크림 1개당) 3만 8천 원에서 몇천 원 빠지고 (돌려) 받으실 거예요."
병원에 낸 돈은 8만 800원.
실손보험으로 돌려받는 돈을 계산해보니, 사실상 1만 원 정도로 보습크림 2개를 산 셈입니다.
이처럼 실손보험으로 보습크림을 사는 건 이미 온라인에선 유명한데, 이렇게 산 크림을 되파는 사람까지 있습니다.
[00정형외과 간호사]
"냄새도 강하지 않아서 많이들 사가시거든요. 아이들에게 쓰시려고 사가시고…"
서울 강남에 있는 피부 클리닉도 앉자마자 실손보험이 있는지 물어봅니다.
미백과 기미 제거를 위한 피부 관리 비용은 10번에 66만 원.
그런데 상담사는 실손보험이 있으면 절반 가격에 된다며 방법을 알려줍니다.
[피부 클리닉 상담사]
"고객님 실비 언제 드셨어요? 자기 부담금 한 5천원, 1만원 나오죠?"
190만 원짜리 도수치료를 받으면 실손보험으로 거의 전액이 환불 되니, 도수치료를 끊으면 피부 관리는 절반값에 해주겠다는 겁니다.
[피부 클리닉 상담사]
"고객님 하게 되시면은 190(만원) 결제하고 그건 환급 받으시고 추가로 33만원만 결제해 주시면 되니까 금액이 훨씬 세이브되긴 하죠."
산후조리원에선 산모들에게 도수 치료로 체형 관리를 하라고 광고하고, 보험료를 노리고 건강한 눈에 백내장 수술을 권유하는 안과도 있습니다.
[김봉진/손해보험협회 보상제도팀장]
"도수치료 같은 경우에는 어디서는 1천원, 어디서는 30만원…가격 편차도 굉장히 심한 상황이고, 과잉하는 진료에 대해서 이게 통제가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고요."
일부 보험 가입자들의 과도한 병원 이용도 문제입니다.
2018년 기준, 병원 이용 횟수가 많은 상위 10% 가입자가 전체 보험금의 절반 이상(56.8%)을 가져갔는데, 그 규모는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보험회사들이 지급한 보험금은 최근 5년 사이 2배 넘게 증가했고,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한 보험사도 11곳이나 됩니다.
결국, 늘어난 보험회사 비용은 전체 가입자들에게 전가됐고, 이는 매년 10% 가까운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MBC뉴스 김민찬입니다.
(영상취재: 김백승 / 영상편집: 김정은)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mbcjebo@mbc.co.kr
▷ 카카오톡 @mbc제보
뉴스데스크
김민찬
정형외과에서 보습크림을?…줄줄 새는 실손보험
정형외과에서 보습크림을?…줄줄 새는 실손보험
입력
2020-12-09 20:37
|
수정 2020-12-09 20:53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