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2년 전 오늘, 꽃다운 나이의 스물 네살 청년 김용균씨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의 죽음 이후, 외주 하청 업체 노동자에게 위험한 작업을 맡겨선 안된다는 이른바 '김용균 법'이 만들어졌죠.
하지만 '위험의 외주화'를 막겠다며 법이 바뀐 뒤에도 김용균씨와 같은 죽음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죽음이 근절되지 않는 건지, 먼저, 조영익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달 28일, 인천 영흥화력발전소에서 화물차 운전기사 51살 심장선 씨가 4미터 아래로 추락해 사망했습니다.
하청업체 소속인 심 씨는 석탄재를 차에 싣는 이른바 상차업무를 혼자 하고 있었습니다.
[고 심장선씨 아들]
"주위에 아무도 없고, 아버지가 사고를 당하시고 난 후에도 아무도 오지 않고.. 그런데 발전소 측은 계속 거짓말만 해요, 다 아빠 잘못이다..."
발전소가 상차업무를 외주화하면서 운전기사인 심 씨가 석탄재를 싣는 일까지 떠맡다가 숨진 겁니다.
지난 9월, 김용균씨가 숨졌던 태안화력발전소에서도 화물차 기사 이모씨가 대형 스크류를 혼자 화물차에 싣다가 스크류에 깔려 숨졌습니다.
2년 전 김용균 씨 사망 이후, 위험한 작업을 하청업체에 맡길 수 없게한 이른바 '김용균법'이 만들어졌지만 달라진 건 없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5개 발전사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만 모두 70건.
그런데 이 가운데 64건, 91%가 하청 노동자들에게 집중됐습니다.
김용균법에 문제가 있는 겁니다.
도금, 수은, 납, 카드뮴을 다루는 작업에만 한정해서 하청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는 하청을 줘도 됩니다.
그러다보니 원청업체는 위험하긴 하지만 김용균법에는 위반되지 않는 일을 하청업체에 떠넘길 수 있고 이 과정에서 화물차 기사 심씨나 이씨처럼 숨지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많은 겁니다.
[발전 노동자]
"원청(발전회사)은 밑에 하도를 준 일이기 때문에 그렇게 본인들이 안전에 있어서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모양새고요."
안전 인력 부족으로 인한 사고를 막는다며 발전사들은 지난 2년 동안 400명을 충원했지만 정규직이 아닌 야간과 휴일근무까지 하고도 한 달 2백만원 쯤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었습니다.
[이태성 간사/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3개월짜리 계약직들로 채워지고, 심지어는 계약기간도 없는 프로젝트 계약직으로 채워지면서, 그 노동자들이 거의 청년노동자들로 많이 채워지고 있거든요."
결국 김용균의 뒤를 또다른 김용균들이 채우고 있고 그들에게 맡겨진 위험의 외주화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MBC뉴스 조영익입니다.
(영상취재: 이지호 전승현 / 영상편집: 김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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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조영익
[집중취재M] 그 후 2년…'김용균법' 비웃는 죽음의 외주화
[집중취재M] 그 후 2년…'김용균법' 비웃는 죽음의 외주화
입력
2020-12-10 20:55
|
수정 2020-12-10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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