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 나타난 '산양'…청와대 뒷산 개방 덕분에?

◀ 앵커 ▶

얼마 전 천연기념물인 산양 한 마리가 서울 인왕산 근처에서 목격됐습니다.

한 시민이 촬영한 영상을 통해 출현 사실이 알려졌는데, 저희 취재진이 입수한 영상에 보다 자세한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도대체 서울 한복판인 인왕산까지 어떻게 산양이 올 수 있었는지, 김민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일요일이던 지난 11월 29일 밤.

서울 인왕산 자락을 넘어가던 마을버스 앞으로 검은 동물 한 마리가 튀어나옵니다.

버스기사가 차를 멈춰 세우자 그 앞에 서서 놀란듯 버스를 한 동안 쳐다봅니다.

[김인태/산양 목격 마을버스 기사]
"뭐가 하나 후다닥 튀어나오는 거에요. 시커먼게 밤인데…보니까 처음에는 강아지인 줄 알았어요. 셰퍼드 같은 종류."

흰색의 큰 반점이 있는 목.

그리고 하얀 꼬리와 엉덩이.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 217호인 산양입니다.

근처를 지나던 다른 주민이 촬영한 영상에서는 머리 위의 작은 뿔도 확인됩니다.

발굽 소리도 선명합니다.

[설재우/산양 목격 주민]
"발굽소리나 덩치나 이런 것들이 굉장히 스케일이 컸었고. 이 동네에서 오랫동안 살았는데 산양이 목격됐다는 얘기는 처음 들었고요."

국내 서식 중인 산양은 약 800마리.

경북 울진, 설악산, 강원도 양구나 비무장지대 같은 산악지역에 주로 서식합니다.

복원사업과 보호 노력으로 서식지가 확대돼 최근에는 서울 외곽 용마산과 경기도 포천, 동두천 등에서도 목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 도심 근처에서 산양이 마을버스를 가로막는 것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조재운 박사/국립공원공단]
"서울에서 용마산 빼고 (산양 목격지 중) 우리나라의 최서단이죠. 서울 한복판인데 거기에서는 발견된 적이 없으니까 굉장히 고무적인 거죠."

그렇다면 산양은 어디서 어떻게 서울 한복판까지 왔을까?

용마산의 산양이 인왕산으로 왔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입니다.

용마산에서 오려면 40킬로미터를 빙 둘러 와야 하는데 곳곳이 도로로 막혀 통행이 힘들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경기 북부로 이어진 경로에 주목합니다.

강원도 양구 일대에 서식하던 산양이 경기 북부를 거쳐 인왕산까지 이르렀을 가능성입니다.

용마산 산양에 대한 유전자분석이 이런 추정을 뒷받침합니다.

용마산 산양의 유전자는 양구 산양과 비슷했는데, 양구 산양이 경기 북부를 따라 용마산으로 이동했고 일부가 인왕산까지 흘러왔다는 추정입니다.

특히 지난 달 청와대 뒤 북악산 북측면을 개방한 것이 산양에 길을 열어줬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조재운 박사/국립공원공단]
"철책이나 이런걸 완전히 제거를 하셨더라고요. 그것의 영향이 분명히 있다고 판단돼요. 왜냐하면 단절된 지역이 없어진 거니까."

발견 직후 이뤄진 조사에서는 산양의 것으로 추정되는 족적과 털 다섯 점이 발견됐습니다.

환경부는 인왕산의 경우 산양이 서식하기에는 어렵다고 보고 다시 발견되면 구조해서 보호조치할 계획입니다.

MBC뉴스 김민욱입니다.

(영상취재:황성희/영상편집:김가람/사진제공:국립공원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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