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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수상태 만들고는 "권투 연습"…분노의 탄원 행렬

혼수상태 만들고는 "권투 연습"…분노의 탄원 행렬
입력 2020-12-15 20:31 | 수정 2020-12-15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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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같은 학교 동급생을 태권도장에 데려가 기절할 때까지 3시간 동안 때린 고등학생 두 명이 구속됐습니다.

    피해 학생은 뇌 손상으로 수술을 받고 아직도 혼수상태라고 하는데요.

    가해 학생들은 그냥 권투 연습을 했을 뿐이라고 변명했다고 합니다.

    손하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달 28일 오후, 인천 영종도에 있는 한 아파트.

    고1 남학생 2명과 여학생 1명이 친구를 불러냈습니다.

    이들이 향한 곳은 코로나19로 문을 닫은 아파트 단지 안 체육관.

    친구에게 머리 보호대와 권투 장갑을 쓰게 하더니 남학생 둘이 번갈아가며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용하는 주민이 없었던데다 시설 일부에는 이렇게 가림막까지 쳐 있어, 3시간동안 이어진 폭행을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두 시간쯤 지났을 무렵, 가해 학생들이 피해자의 여동생에게 문자를 보냅니다.

    "너희 오빠가 '스파링', 그러니까 복싱 연습을 하다 기절했다"는 문자.

    이 때까지도 엄마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가늠조차 못했습니다.

    [피해 학생 어머니]
    "제가 전화를 했는데, (가해 학생들이) "저희들끼리 스파링 가볍게 했는데 갑자기 잔다"고… 그냥 "아줌마 갈 때까지만 같이 있어줘" 하고, 가면서 제가 119 신고했고…"

    형광등 하나 켜지지 않은 아파트 체육관에 도착해보니 아들은 의식을 잃은 상태였습니다.

    [인천 영종소방서 관계자]
    "입술 주변에서 출혈 흔적이 보였고, 통증에는 반응을 하는데 그 외에는 반응을 하지 않는 (상태였습니다)"

    다섯 시간이 넘는 대수술 끝에 아들은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뇌에 손상이 왔고 지금도 중환자실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친구가 쓰러졌는데도 가해 학생들은 119 신고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아파트 단지 관계자]
    "CCTV를 보니 쓰러졌는데도 (피해 학생 몸이) 움직이더라고요. 사람이 퍽 기절했으면 깜짝 놀랄 거 아니에요. 그런데 옆에서 평온하게 얘기를 하더라는 거예요, 자기들끼리."

    경찰 조사에서 이들은 '복싱 연습을 시켜줬을 뿐'이라며 끝까지 범행을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가해자 중 남학생 2명을 구속했습니다.

    이웃 주민들은 직접 탄원서를 받으며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김진희]
    "오늘 출근해서 3시 좀 넘었는데요, 반나절만에 40여 분이 지속적으로 내주고 계세요. 저도 탄원서 썼거든요."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린 엄마의 호소문엔 하루도 안 돼 12만 명이 호응했습니다.

    [피해 학생 어머니]
    "어릴 때부터 약해서 '권투도 배워봐' 이런 얘기도 했어요. 저희 아이가 한 말이 '엄마 저는 그런 거 배워도 애들 때리기 싫어요' 그 말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아요. 힘든 친구들 도와주고 싶다고 하고, 사회복지사도 되고 싶어하고…"

    MBC뉴스 손하늘입니다.

    (영상취재:이상용/영상편집:정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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