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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억 들여 반달곰 복원했더니…그 위로 '산악열차'?

수백억 들여 반달곰 복원했더니…그 위로 '산악열차'?
입력 2020-12-16 20:35 | 수정 2020-12-16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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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산악열차를 놓는다고 해서 논란이 일고 있는 지리산에서 반달가슴곰 두 마리가 포착된 영상을 저희가 입수했습니다.

    이곳이 반달곰의 주요 서식지라는 얘기인데요, 그동안 수백억을 들여서 반달곰 복원 사업을 해놓고, 지금은 또 반달곰을 쫓아낼 수도 있는, 개발 사업에 돈을 쓴다고 하자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민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여름 지리산 형제봉.

    자욱한 안개를 뚫고 무인 카메라 앵글 안으로 검은 동물 한 마리가 들어옵니다.

    반달가슴곰입니다.

    먹이라도 찾는 듯 코를 땅바닥에 대고 연신 냄새를 맡으며 이동합니다.

    그리고 약 20분 뒤.

    이번에는 또다른 곰이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오른쪽 귀에 위치 송신기를 부착하고 있습니다.

    국립공원연구원이 위치 신호를 통해 추적 관리하고 있는 KM61입니다.

    짝짓기 기간인 7월에, 두 마리의 곰이 목격된 것은 이 지역이 곰의 주요 서식지라는 증거입니다.

    [이사현 센터장/국립공원연구원 남부보전센터]
    "(번식기에) 수컷 개체하고 다른 수컷 개체가 같이 머물 기는 어려울 것 같고요. 아마도 수컷 개체가 암컷 개체를 찾아서 그쪽으로 가지 않았나…"

    형제봉 일대에는 이렇게 참나무가 숲을 이룬 곳이 많습니다.

    이게 참나무 열매인 도토리인데요.

    이 도토리가 지리산 반달곰의 주요 먹이입니다.

    국립공원연구원에 따르면 형제봉에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반달가슴곰은 네 다섯마리.

    하지만, 이 곰들은 몇 년 안에 쫓겨날 위기에 처했습니다.

    경남 하동군이 이 일대에 15킬로미터 길이의 산악열차와 케이블카를 짓는 계획을 세웠기 때문입니다.

    하동군은 곰에 피해가 없도록 사업을 추진한다는 입장입니다.

    [하동군청 관계자]
    "(형제봉이 반달곰의) 주요서식지라고 확정된 그런 부분은 없는데. 그래도 우리 하동군에서는 같이 공생할 수 있는 그런 방향을 검토해서…"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산림훼손이 불가피하고 소음이 발생하기 때문에 곰이 살 수 없다고 반박합니다.

    [정태준 연구원/한백생태연구소]
    "(산악열차 소음 추정치인) 90데시벨 가까운 수치는 굉장히 높은 거고. 반달가슴곰이나 이런 동물들의 서식처로의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거는 너무나 확실해 보입니다."

    지리산에 반달곰을 복원하기 위해 16년 동안 정부가 투입한 예산만 280억원.

    그런데, 또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 개발을 추진하는 것은 예산과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윤주옥 대표/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지리산권에 있는 많은 지자체들은 언제나 선거 때만 되면 이런 개발계획들을 내놓고 표를 얻으려고 하거든요."

    이같은 논란은 지리산만의 일이 아닙니다.

    강원도 속초의 영랑호.

    노랑부리저어새, 흑고니 등 희귀 조류의 서식지로, 생태계 보고인 동해안 석호 중 하나입니다.

    이를 위해 30년 가까이 5백억원이 넘는 돈이 들어갔는데 속초시가 이곳을 관광지로 개발하겠다고 나섰습니다.

    40억원을 들여 호수를 가로지르는 400미터 길이의 다리와 수중광장을 놓겠다는 겁니다.

    [속초시청 관계자]
    "관광객을 영랑호권으로 좀 유입을 시킬 수 있는 그런 인프라도 필요하다. 이런 차원에서…"

    사업 면적이 기준보다 작아 환경영향평가 대상도 아닙니다.

    해양수산부가 며칠 전 해양오염 대책 마련 등을 조건으로 사업에 동의했고, 곧 공사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김안나 사무국장/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
    "행정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으로 저희는 보여지고요. 석호 보전에 대한 국가환경정책이나 이런 것들에 아주 반하는 행정이거든요."

    한쪽에서는 보전하고 다른 쪽에서는 개발하는 일관성 없는 행정 속에 예산은 낭비되고 자연은 멍들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민욱입니다.

    (영상취재:윤병순, 김우람/영상편집:유다혜/영상제공:반달곰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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