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데스크
기자이미지 윤상문

조작된 '살인의 추억'…32년 만에 누명 벗었다

조작된 '살인의 추억'…32년 만에 누명 벗었다
입력 2020-12-17 20:12 | 수정 2020-12-17 20:35
재생목록
    ◀ 앵커 ▶

    연쇄 살인범 이춘재가 저지른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서 20년 동안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던 윤성여씨.

    사건 발생 32년 만에 무죄를 선고 받았습니다.

    당시 수사 기관의 고문으로 얻어낸 자백을 근거로 판결을 한 법원도 책임이 있다면서, 재판부도 윤 씨에게 직접 사과했습니다.

    윤상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오늘 오후, 수원지방법원 501호.

    검은색 외투를 입은 남성이 편치 않은 걸음으로 법정에 들어옵니다.

    53살 윤성여 씨입니다.

    윤 씨는 지난 1988년, 이춘재가 저지른 여덟번째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 동안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피해자입니다.

    이춘재의 자백으로 재심이 시작된 지 1년여.

    수원지법 형사12부는 20분간 당시 수사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고, 마침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박정제/재판장]
    "피고인은 무죄. 이상 재판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법정 안에선 박수가 터져 나왔고, 교도소에서부터 인연을 맺었던 지인들은 윤 씨를 꼭 안아줬습니다.

    [박종덕/윤 씨 지인]
    "30년 한을 풀었네."

    선고 공판에 대해 촬영을 허용한 재판부는 윤 씨에게 사과했습니다.

    [박정제/재판장]
    "법원이 인권의 마지막 보루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고문으로 허위 자백을 받아내고 무고한 사람을 법정에 세운 경찰과 검찰.

    [윤성여/(1989년 당시)]
    (야간에 죽였습니까?)
    "야간에…"

    그 내용이 객관적 증거에 부합하지 않았는데도, 피해자의 호소에 귀를 닫았던 1, 2, 3심 법원까지 모두 '공범'이었습니다.

    [박정제/재판장]
    "경찰에서의 가혹행위와 수사기관의 부실수사 및 제출된 증거의 오류를 법원이 (재판 과정에서) 발견하지 못해 결국 잘못된 판결이 선고되었고…"

    30여년 만에 명예를 회복했다고 하기엔 너무나 길었던 20년 옥살이.

    20대 청년은 어느새 50대 중년이 됐습니다.

    [윤성여]
    "고맙고, 감사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저같은 사람이 안 나오길 바랄 뿐이고, 공정한 재판이 이뤄졌으면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앞서 검찰은 윤 씨에게 "머리 숙여 사죄한다"며 무죄를 구형했습니다.

    경찰은 판결 직후 입장문을 통해 반성과 사죄의 뜻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당시 강압 수사의 당사자로 지목된 경기화성경찰서 형사계장 A씨는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서도 "자신은 열심히 일한 죄 밖에 없다"며 끝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A씨를 비롯한 수사 담당자들에 대한 처벌은 공소 시효가 지나 물건너 갔습니다.

    다만 윤 씨 측 변호인들은 불법을 저지른 수사관들과 법원의 잘못된 판단에 대해 손해배상소송을 통해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윤상문입니다.

    (영상취재: 정민환 / 영상편집: 문명배)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mbcjebo@mbc.co.kr
    ▷ 카카오톡 @mbc제보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