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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배동 모자'에 손 건넨 복지사 "사회가 바뀐 게 없다"

'방배동 모자'에 손 건넨 복지사 "사회가 바뀐 게 없다"
입력 2020-12-17 20:53 | 수정 2020-12-17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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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방배동 모자의 안타까운 사연을 세상에 알린 분을 모셨습니다. "도와 달라"고 서툴게 쓴 발달장애 아들의 쪽지를 보고 발길을 멈춰서 말을 걸고, 또 유일하게 도움의 손길을 건넸던 분인데요. 정미경 복지사님, 어서오세요. 저희가 사회복지사라고 소개해 드렸는데 어디에 소속이 되신 건가요?

    ◀ 정미경/사회복지사 ▶

    어떤 기관에 소속된 것은 아니고요, 서울시 사회복지사협회 1급 사회복지사입니다.

    ◀ 앵커 ▶

    어디 소속이 되어있지는 않지만,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찾아다니면서 봉사를 하고 계신 거죠?

    ◀ 정미경/사회복지사 ▶

    네 그렇습니다.

    ◀ 앵커 ▶

    저희가 당시 화면을 준비했는데요, 한번 보시면, 지금 길가에 앉아있는 아들을 지나치다가, 다시 돌아가서 다가가셨는데, 어떤 상황이었습니까?

    ◀ 정미경/사회복지사 ▶

    사실 저 분을 보면서 제가 '구조를 해야겠다'고 처음부터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그 당시에 제가 어떤 다른 노숙인을 막 쫓아가다가, 그분이 갑자기 없어지셔서, 저쪽에 가셨나, 하고 그쪽을 쳐다보다가 그 분이 안 보이니까, 이 아드님 쪽으로 와서 말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 앵커 ▶

    영상을 보면 당시 35분 동안이나 대화를 나누셨거든요. 어떤 이야기를 나누셨나요?

    ◀ 정미경/사회복지사 ▶

    제가 처음에 그 쪽지를 본 순간 이게 지적장애인데, 아주 어린 아이다. 그런데 어린 아이가 구걸을 하고 있고 노숙을 하고 있네, 이건 정말 긴급 위기상황이다 생각했는데, 이 분이 한사코 아주 강력하게 거부를 하시는 거예요. "싫어요! 저는 유괴범, 납치범한테 안 갈 거예요!" 어리니까… 엄마 말씀대로 그렇게 따라서 하신 거예요. 좀 친해보려고 제가 더 오랜 시간을 가지고 있던 것입니다. '라포'를 형성하려고요. 라포는 좋은 신뢰감이거든요.

    ◀ 앵커 ▶

    신뢰감을 형성하기 위해서 무려 한 달동안을 찾아갔다고 들었어요. 한 달을 찾아가서 대화를 나눈 끝에 그 때 어머니가 사망한 걸 알게 되신 거죠?

    ◀ 정미경/사회복지사 ▶

    어머니 사망하셨다는 것은 첫 날 알게 되었는데, 그렇게 시신이 수습되지 않고 그 집에 그대로 계셨다는 건 12월 3일. 그래서 수습을 하게 된 것도 12월 3일입니다.

    ◀ 앵커 ▶

    어머니의 시신이 지금 아직도 그대로 있다 이 이야기를 들으셨을 때 곧장 집으로 달려가셨다고 들었어요. 가보니까 상황이 어떻던가요?

    ◀ 정미경/사회복지사 ▶

    일단 밖은 낙엽이 엄청 많이 쌓여있어서 청소가 안된 듯 황량하고, 무슨 영화에 나오는 삐걱대는 그런 현관문, 그리고 계단을 올라가니까 문이 안 열렸고. 어쨌든 그렇게 열려서 들어가보니까, 집이 굉장히 낡고, 그 옆에는 공과금이 체납된 것이 또박또박 단정하게 붙여져 있고, 그게 가슴이 굉장히 아팠고요.

    ◀ 앵커 ▶

    어머니가 이미 오래전에 사망을 하신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아들이 "파리가 오지 못하도록, 벌레가 오지 못하도록 이불을 꽁꽁 싸매놓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마음이 너무나 아팠거든요. 상태를 보시니까 어땠습니까?

    ◀ 정미경/사회복지사 ▶

    그 아드님의 수준에서 최선을 다한 것 같은 느낌을 받고, 굉장히 마음이 아팠습니다.

    ◀ 앵커 ▶

    각종 요금도 미납이 됐고, 지금 보면은 위기신호가 여러 번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주민센터라든지, 도움을 줘야 할 곳에서 전혀 어떠한 연락도 없었고 아무런 조치도 없었단 말이에요.

    ◀ 정미경/사회복지사 ▶

    위기신호가 여러번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은, 방심하지 않으셨나, 그래서 누락되지 않으셨나…

    ◀ 앵커 ▶

    그러니까 지금 취약계층들이 지금 뭐가 필요하다 뭐가 부족하다 신청을 해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직접 찾아가서?

    ◀ 정미경/사회복지사 ▶

    '송파구 세 모녀' 이후로 서울시가 발표를 한 것이, 동 주민센터 맨 앞에 '원 스톱 창구'라고 해서 포괄적인 복지 서비스를 한 번에 받자, 그리고 모르는 복지서비스에 대해서 충분히 연계를 받아서, 신청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자 했는데, 그게 시행이 현장에서는 안 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앵커 ▶

    '세 모녀 사건' 이후로 여러 대책들이 마련됐는데, 이런 일이 여전히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뭐가 가장 문제라고 생각하세요?

    ◀ 정미경/사회복지사 ▶

    사회복지에 아무리 좋은 정책이나 복지 서비스 그런 게 있다해도 실행이 되지 않고 실천이 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고 유명무실입니다. 정보의 비대칭성에서 이 분들은 대상자분들에게 고지를 해드리고, 상담을 해드려서, 연계를 할 수 있는 그런 것들에 대해서 잘 이뤄지지 않았다, 실천이 이루어지거나 실행이 되지 않았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 앵커 ▶

    그럼 현장에서 보셨을 때 제일 급한 것, 제일 절실한 게 뭔지, 이것만큼은 좀 최대한 빨리 해결이 되어야 한다, 이런 게 있다면?

    ◀ 정미경/사회복지사 ▶

    '모니터링을 한달에 몇 번씩 해라' 그런 거. 그런 게 꼭 필요한 것 같고요, 사회복지는 "안녕하세요? 김치가 있어요, 반찬 하나 있어요" 이런 것도 훌륭한 사회복지입니다만, 결정권자들이나 직책이 있으신 분들, 그런 분들이 사회복지 교육을 받으셔서,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국민을 도와주기 위해서 이런 것이 필요하고, 현실에 맞게 지침을 점점 바꿔가는 거니까…

    ◀ 앵커 ▶

    지금 아들 최 씨를 돕고 싶다는 문의도 정말 많이 오고 있거든요. 어떻게 지내고 계십니까?

    ◀ 정미경/사회복지사 ▶

    노숙을 하시고 나서 구조가 되시면 엄청나게 한동안 많이 드세요. 그 다음 수순으로는 발달장애인 복지관에서 시행하는 여러가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위한 모임, 그 모임을 통해서 인적관계망이 형성이 돼서 친하게 지낼 수 있고, 장애인 자립할 수 있는 직업을 연계하거나 그렇게 할 계획입니다.

    ◀ 앵커 ▶

    주변에 이 모자 말고도 정말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분들이 너무나 많은데, 어떻게 도와야 할지 몰라서 망설이시는 분들도 굉장히 많거든요. 저희같은 일반 시민들은 어떻게 도움을 드릴 수 있을까요?

    ◀ 정미경/사회복지사 ▶

    '129'가 보건복지부 콜센터입니다. 거기는 24시간, 휴일날에도, 밤에도 전화를 받으세요. 그래서 신고를 해 주시고 가까운 동 주민센터에 신고해 주시고, 신고가 사실 발굴이거든요. "좀 도와주세요" 하고 주민센터에 발굴을 해 주시면 너무나 감사드리겠습니다.

    ◀ 앵커 ▶

    말씀하신 것처럼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복지 제도도 좀 더 촘촘하게 정비가 되어야겠고요. 무엇보다 우리 각자가 좀 더 주변에 관심을 갖고, 또 복지사님이 그랬던 것처럼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손을 내미는 그런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귀한 말씀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 정미경/사회복지사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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