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미국은 화이자 백신 1억회분을 추가로 구매하기로 하는 등 집단 면역을 향해서 속도를 내고 있지만, 백신도 어쩔 수 없는 어두운 현장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늘어난 실업자들이 식량을 배급 받기 위해서 이렇게 푸드 뱅크마다 길게 줄을 서고 있습니다.
워싱턴 박성호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비오는 아침, 사람들은 표정 없이 차례를 기다립니다.
버지니아주의 한 선교회에서 그들 손에 쥐어줄 가방 속엔 쌀과 라면 등 1주일치 주식이, 조리할 수 있는 닭고기와 각종 채소, 그리고 코로나 상황을 감안해서 손세정제도 들어 있습니다.
이들에겐 코로나보다 굶는 게 더 무섭습니다.
[호세(가명)]
(코로나 때문에 음식 구하는데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요?)
"식료품값이 너무 많이 올라서 그게 아주 부담이 됐습니다."
빈곤층에 식료품을 제공하는 푸드뱅크마다 늘어선 차량 행렬.
코로나 검사 줄이 아닐까 싶을 만큼 긴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생전 이런 데 올 일 없던 중산층에서도 코로나로 일자리 잃고 배급을 받으러 왔습니다.
[데보라 하이타워/회계사]
""늘 여기 오는 게 망설여졌요. 왜냐하면… 죄송해요. 최후의 뭔가를 택한 저 자신이 싫어요."
[엘리자베스 쉬에카/약사]
"저는 약사입니다. 인원 감축으로 해고돼서 올해 일자리를 잃었어요. 애가 둘인데, 이렇게 음식 받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이런 현상은 전국에서 나타나는데 푸드뱅크를 찾는 수요는 60%나 늘었습니다.
[앨리슨 패짓/푸드 포 어더스(버지니아주 패어팩스 카운티)]
"(코로나) 시작되고 나서 수요가 2~3배 늘었습니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1,800 가정에 공급했는데 이제는 4천 가정으로 늘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곳의 경우 코로나 이후에 기부액이 두배가 늘어서 음식과 일손을 구하는데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연방정부가 푸드뱅크에 공급해온 식량은 예정보다 일찍 바닥났습니다.
[김재억/굿스푼 선교회 목사]
"저희들 직격탄을 맞은 것이고. 저는 고민이 되는 거예요. 야, 내일은 또 뭘 나눠주지, 어디 가서 무엇을 또 준비해 주지, 이게 굉장히 숙제인데."
지난 1주일 내에 제대로 먹지 못한 적이 있다는 성인이 전체의 13%인 2천7백만 명.
코로나 바이러스와 달리 배고픔에는 백신도 없다는 개탄 속에 누군가는 주린 배를 움켜쥐는 고통이 세계 제일의 부자나라에서 계속되고 있습니다.
워싱턴에서 MBC뉴스 박성호입니다.
(영상취재: 임상기(버지니아주) / 영상편집: 김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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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박성호
굶주림엔 백신도 없는데…끝없는 '배급 행렬'
굶주림엔 백신도 없는데…끝없는 '배급 행렬'
입력
2020-12-24 20:13
|
수정 2020-12-2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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