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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앵커로그] 익명 기부자는 왜 익명으로 기부했나

[앵커로그] 익명 기부자는 왜 익명으로 기부했나
입력 2020-12-26 20:26 | 수정 2020-12-26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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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마다 연말이 되면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남을 돕는 익명의 기부자 소식이 들려오곤 합니다. 그들은 왜 굳이 익명으로 그 일을 하는 걸까요. 오늘 앵커로그는 그들을 만나보겠습니다.

    (2011년, 자선냄비에서 나온 ‘1억 원 넘는’ 수표와 한 장과 편지 / 4년 동안 이어진 신월동 주민의 1억 기부 / 드디어 얼굴을 드러낸 ‘얼굴 없는 천사’)

    [앵커]
    바로 여기가 그 익명의 기부자가 다녀갔던 그 자선냄비라고 합니다. (수표 발견 당시)반응이 어땠는지 궁금해요.

    [지정균/구세군자선냄비 모금실장]
    너무 감사했고, 어려운 분들을 많이 도와줄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앵커]
    봉투만 넣고 사라지셨던 건가요?

    [지정균/구세군자선냄비 모금실장]
    아무 말씀도 하시지 않았고, 그래서 저희도 따로 누구신지를 밝히려고 하지 않았고요.

    [앵커]
    바로 그분이 지금 이곳에 오고 계십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신월동 기부천사’ 이상락 씨 / 2011년부터 4년간, 매년 구세군 자선냄비에 익명으로 1억여 원씩 기부)

    [앵커]
    기부하셨던 곳이 바로 여기가 맞나요?
    (맞습니다.)
    큰돈을 그렇게 선뜻 기부하실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뭘까요?

    [이상락/익명기부자]
    (젊었을 때) 진짜 무일푼이었어요. 트럭으로 (장사를) 시작하면서 1년 정도 있으니까 조그만 가게 하나가 생기더라고요. 나도 어려움도 있고 했으니까, 그런 분들한테 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앵커]
    익명으로 기부하셨던 이유가 있으세요?

    [이상락/익명기부자]
    큰 자랑거리라고 생각했던 것도 아니고요. 그러니까 그냥 부담 없이 낸 거죠.

    (하지만 5년 전, 뜻하지 않게 공개된 신원)

    [이상락/익명기부자]
    (지인에게) 내가 유고 시에, 혹시라도 잘못됐을 때는 알고 있다가 얘기하든가 해달라고 했더니 그걸 발표를 해버렸더라고요.

    (원이 공개된 뒤 벌어진 일들)

    [이상락/익명기부자]
    (모르는 사람이) 도와 달라고 왔는데, 고급스러운 옷도 입고 여유 있게 사신 분 같더라고요. 굉장히 건장한 청년이 와서 도움을 요청하시는 분도 있고.

    (그래도 계속된 선행 / 올해도 적십자에 2억 원 기부 / 오늘도 온 김에 자선냄비에 봉투를 넣는...)

    [이상락/익명기부자]
    (자식한테는 (기부에 대해) 언제 말씀을 하셨어요?)
    몇 년 후에 얘기한 것 같아요.

    [이은주/이상락 씨 딸]
    한 3년 정도 있다가 말씀해주셔서 알았어요.
    (좀 서운하진 않으셨어요?)
    처음에는 사람 마음이라는 게 좀 섭섭하기도 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빠의 노력이고 아빠 것이니까 지금은 응원해 드릴 수밖에 없죠. 아이들도 굉장히 좋아해요. 자랑스러워하고, 할아버지를.

    (이상락 씨 신원이 밝혀진 이후에도 / 매년 어김없이 등장한 또 다른 익명의 기부자들 / 그리고 올해)

    [앵커]
    유난히 힘든 올해에도 남을 위해 익명으로 기부하는 분들의 마음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바로 이곳, 경남 거창에도 14년째 남몰래 기부하고 있는 분이 있다고 해서 찾아왔습니다.

    (익명으로 14년째 쌀 400kg씩 기부)

    바로 여기가 그 익명 기부자가 기부를 한 곳이라고 합니다.

    [이수용/거창군 마리면장]
    쌀 20kg 20포를놔두고 가시면서 불우한 이웃에 나눠달라고 하고 가셨습니다. 알리고 싶지는 않다고.

    [앵커]
    오랫동안 이렇게 기부를 해오시니까 (연말마다)‘이제 오실 때가 됐는데?’라는 생각도 들 것 같아요.

    [이수용/거창군 마리면장]
    네, 맞습니다. 사실입니다.

    (수소문 끝에 찾아간 익명기부자의 집)

    [앵커]
    선생님, 안녕하세요. 선생님이 맞으신 거죠?

    [거창군 익명기부자]
    예. (계기 같은 게 있는지?)쉽게 말해서 (사업)부도라고 해야죠. 힘든 고비를 넘길 때 때 내가 도움을 좀 받았어요. 작은 도움이라도, 라면 한 박스가 그렇게 고맙더라고.

    [앵커]
    왜 돈보다 쌀이 더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하셨어요?

    [거창군 익명기부자]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그 돈을 자기가 안 쓰고 주게 되더라고요. 자기 자녀에게 주거나. 쌀은 본인이 먹게 되니까.

    [앵커]
    익명으로 해달라고 한 특별한 이유가 있으세요?

    [거창군 익명기부자]
    이걸 어디 알리고 싶지도 않고, 나도 힘들게 살면서 (기부한다고 알려지면) 남들도 좀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고.

    (기부 사실이 주변에 조금씩 퍼진 뒤 생겼던 오해)

    [거창군 익명기부자]
    ‘무슨 뜻이 있겠지’, ‘자랑하고 싶다’든지.
    (나중에 뭐가 되고 싶어서?)
    네.

    [앵커]
    그런 오해를 들었을 때 좀 속상하지 않으셨어요?

    [거창군 익명기부자]
    스트레스 많이 받았죠. 그런 부분은 지금은 (오해가) 완전히 해소가 됐고,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동참하는 분들도 가끔 있어요. 다른 사람도 동참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 같아서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앵커]
    좀 아까운 생각은 안 드셨어요?

    [거창군 익명기부자 부인]
    뭘 아까워요. 조금 농사 덜 지었다고 생각하면 되는 거지.

    (이렇게 기부된 쌀은 / 인근에 혼자 사는 어르신께 전달)

    [앵커]
    남들에게 칭찬받기보다, 스스로 마음을 배불리 채운 사람들.

    [거창군 익명기부자]
    돈이 있는 사람이 기부하는 게 아니고, 소액이라도 할 수 있는 사람에게 용기가 되면 좋을 것 같아요.

    [이상락/익명기부자]
    크게 하려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주머니에 있는 거 과감하게.

    앵커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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