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장애가 있는 30대 아들은 노숙을 하고 어머니는 숨진 채 일곱달 동안 방치됐던 '방배동 모자' 사건, 많은 분들이 안타까워 하셨는데요.
이들이 복지 사각지대에 내몰렸던 건 부양해 줄 가족이 없다는 걸 증명해야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이른바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이었습니다.
국가 인권위가 더이상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부양 의무자 기준'을 폐지 하라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강나림 기자가 전해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지난달 서울 이수역 앞.
발달장애가 있는 36살 최 모 씨가 길거리에서 도움을 청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도 돌아보지 않았던 '5월에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손팻말.
이를 눈여겨 본 한 사회복지사의 관심으로 방배동 모자의 비극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경찰 관계자]
"파리도 끓고 하니까 방지하기 위해서 (시신을 싼 이불) 옆에 테이프로 막아놓고…"
엄마가 숨지기 전 이들이 나라에서 지원받은 돈이라곤 한 달에 많아야 28만원의 주거비뿐이었습니다.
기초생활수급에는 주거급여 외에도 생계급여와 의료급여가 있지만, 최 씨 모자는 받지 못했습니다.
부모나 자녀 등 다른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부양할 능력이 없다는 걸 여러 서류를 떼서 입증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들 모자의 부양의무자는 30년 전 이혼한 전 남편과 연락을 끊은 딸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가난을 알리기도, 아쉬운 부탁을 하기도 싫었던 엄마는 결국 지원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방배동 주민센터]
"헤어진 전 남편이나 헤어진 딸한테 연락하는 것을 극도로 기피하셨고요…"
10년 넘게 노숙을 했던 장 모 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20년 넘게 연락이 끊긴 가족에게서 온갖 서류를 받아오라는 주민센터의 설명에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포기했습니다.
[장 모 씨/기초생활수급자]
"(가족이랑) 연락도 끊긴 상태였고, 연락하기도 싫고 하니까. 연락을 하면 원하지도 않을 것이고…"
6년 전 송파 세 모녀가, 작년엔 인천 계양구 모녀가, 절망으로 내몰렸던 것도 가난을 서류로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부양의무자 기준에 가로막혀 생계·의료급여를 받지 못하는 사람은 73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김 모 씨(기초생활수급 신청 포기)]
"(저를) 주워다 키우셨단 말이에요. 자기 배 아파서 낳은 아들도 아닌데, (양부모에게) 가서 부양의무자 서류 떼오라 한다? 못 해요. 못 가요. 갈 수가 없어요."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은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겠다고 대선 공약으로 내놓기도 했습니다.
[정미경/사회복지사]
"(가족이) 왜 이 사람을 미부양하는지 미부양사유서를 써야 하는데 가족관계가 원활하지 못한 사람들한테는 부양의무자 기준은 굉장히 높은 장벽입니다."
국가인권위는 복지사각지대로 내몰리는 사람들이 더는 없도록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라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MBC뉴스 강나림입니다.
(영상취재: 남현택 / 영상편집: 신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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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강나림
방배동 모자의 비극…'부양의무자 기준' 뭐기에
방배동 모자의 비극…'부양의무자 기준' 뭐기에
입력
2020-12-28 20:25
|
수정 2020-12-28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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