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올 여름 경기도 구리에서 발생한 대형 땅 꺼짐 사고가 사고지점 근처에서 진행된 터널 공사 때문에 발생했다는 정부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위험 징후가 있었는데도 시공사가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고 무리하게 공사를 계속했고, 결국 사고가 발생했다는 겁니다.
이준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굉음과 함께 나무와 흙더미가 구멍 난 도로 속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지난 8월 경기도 구리의 아파트 단지 바로 옆에서 발생한 지름 16미터의 초대형 싱크홀.
도로 표지판과 신호등까지 집어삼켰습니다.
[인근 주민(지난 8월 26일)]
"'쿵' 소리가 나서 보니까 신호등이 넘어간 거예요. (흙더미가) 팍 쏟아졌어요."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아찔한 사고였습니다.
사고지점입니다.
4차선 도로에 횡단보도까지 있어 만약 지나가는 차량이나 사람이 있었다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했습니다.
노후 상수도관의 누수 때문인지, 사고 지점 아래를 지나는 지하철 터널 공사 때문인지 의견이 분분했는데, 국토교통부가 4개월의 조사 끝에 터널 공사가 원인이었던 것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지하 21미터 지점에서 터널을 뚫던 중 충격에 약한 취약지반을 건드리면서 터널 안으로 토사와 지하수가 흘러들어왔고, 상부에 있던 흙더미가 아래로 쏟아지면서 결국, 도로 붕괴로 이어졌다는 겁니다.
문제는 시공사가 사고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사고지점 부근에 취약지반이 존재한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사고 2주 전쯤 불과 12미터 떨어진 곳에서 평상시의 7배가 넘는 지하수가 터널 내부로 유입됐는데도, 제대로 된 지반 보강 공사 없이 방수조치만 일부 하고 공사를 계속하다 사고가 났다는 게 국토부 설명입니다.
[한명희/국토교통부 건설안전과장]
"이 정도 지하수가 나왔으면 상당히 연약한 지반인데, 지반 조사하고 전반적으로 조치가 미흡했다고…"
국토부는 시공사인 현대건설 등에 벌점을 부과할 것이라며, 앞으로 위험구간은 외부전문가 자문을 의무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현대건설은 "규정과 절차 위반은 없었지만, 사고가 발생해 유감"이라며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MBC뉴스 이준희입니다.
(영상취재: 김백승 / 영상편집: 문명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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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이준희
'땅 꺼짐' 전조 증상 있었다…"위험 알고도 공사"
'땅 꺼짐' 전조 증상 있었다…"위험 알고도 공사"
입력
2020-12-29 20:27
|
수정 2020-12-29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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