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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은 '고무대야'…비닐하우스에 2만 명이 산다

화장실은 '고무대야'…비닐하우스에 2만 명이 산다
입력 2020-12-30 20:30 | 수정 2020-12-30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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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열흘 전 혹한 속에 비닐하우스 기숙사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31살의 캄보디아인 속헹 씨.

    이주 노동자 단체들이 오늘 열악한 환경 때문에 속헹 씨의 건강이 악화 돼 사망한 거라면서 농장주를 고발했습니다.

    오늘 같은 강한 한파에도 2만 명에 달하는 이주 노동자들은 여전히 별다른 대책도 없이 열악한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겨울을 나고 있습니다.

    김건휘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경기도의 한 채소 농장 인근의 비닐하우스.

    검은 천으로 감싼 그 안에 가건물이 또 있습니다.

    캄보디아 노동자 9명이 사는 집, 명색이 '기숙사'라고 불리는 곳입니다.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지만 창문은 이렇게 신문지로 막아놓은 것이 고작이고, 바닥도 완전히 냉골이어서 발이 시려울 정도입니다.

    이 좁은 공간에 두 명이 살고 있는데, 보시는 것처럼 전기 난로는 부서진 상태입니다.

    달랑 전기 장판 하나로 겨울을 나야 합니다.

    [캄보디아 출신 이주 노동자]
    "캄보디아 겨울 없어요, 많이 더워요. 이렇게 우리 못살아요. 많이 추운데 몸이 또 아파요."

    이곳은 그나마 근처 기숙사보다는 사정이 좀 나은 편입니다.

    인근 네팔 노동자들의 숙소엔 찬바람이 그대로 파고들어 방안에서도 두꺼운 겉옷을 껴입고 있습니다.

    이 비닐하우스 숙소는 심지어 내부에 화장실조차 없는데요.

    그나마 외부에 설치된 곳은 정화조 대신 고무대야와 나무를 설치해놓은 재래식입니다.

    좁은 방 하나를 3명이 같이 쓰면서 꼬박꼬박 내야 하는 월세는 한 사람에 20만 원씩.

    농한기에 일이 없어도 방세는 그대로 나갑니다.

    계약에 묶여있어 다른 일도 할 수 없기 때문에 끼니 걱정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네팔 출신 이주 노동자]
    "겨울에는 일 없으면 놀아. 돈(월급을) 안 줘요. '사장님 조금 있어요 돈이, 조금 있어요. 이거 방세도 조금 주면 안 돼요?' 하면 '안 돼'. 먹는 것도 돈 없어요, 겨울에는."

    근로기준법상 농한기여도 휴업수당을 줘야 하지만 법 따로 현실 따로입니다.

    [최정규 변호사/이주노동자 기숙사산재사망대책위]
    "사실상 농한기에 사업주는 돈을 벌고, 그리고 노동자는 계속 돈을 지출해야 되는 그런 비상식적이고 황당한 상황이 (된 겁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숨진 캄보디아 여성 속헹 씨처럼 건강이 악화 돼도 제대로 된 치료는 엄두를 낼 수 없습니다.

    [네팔 출신 이주 노동자]
    "(건강 검진은) 처음에 여기 올 때 했어요. 3년 되면 해야 하는데…사장님 같이 가서 해야 하는데요, 사장님 걱정 없어요, 생각 없어요."

    인권단체들은 이주노동자 처우 개선 요구와 함께 속헹 씨를 고용했던 농장주를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고발했습니다.

    [섹알마몬/이주노조 수석 부위원장]
    "이주노동자도 인간이기 때문에 괜찮은 환경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노동자의 안전과 기숙사 문제를 해결을 해줘야 합니다."

    고용노동부는 속헹 씨의 농장주에 대해 숙소 기준 미달로 근로기준법 위반은 맞다면서도, 시정 조치 명령만을 내린 상태입니다.

    MBC뉴스 김건휘입니다.

    (영상취재: 김동세, 노성은 / 영상편집: 문명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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