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인체면역결핍 바이러스, HIV에 감염된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일상적인 접촉만 해도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데요.
법원이 이 에이즈 예방법이 "지나친 인권침해"라며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를 심판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유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2006년, 44살 A 씨는 인체면역결핍 바이러스, HIV 확진 판정을 받은 뒤 꾸준히 약을 복용하고 치료를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지난 2018년 7월 A 씨는 다른 사람과 성관계를 가진 뒤 에이즈 예방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근거는 에이즈 예방법 19조.
'감염인은 혈액 또는 체액을 통해 타인에게 전파매개행위를 해선 안 된다'는 조항을 어겼다는 겁니다.
HIV 감염인 단체는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경로 자체에 오해가 많은 상황에서 모든 감염인들을 범죄자로 낙인찍는다는 겁니다.
[진범식/국립중앙의료원 감염내과 전문의]
"약을 복용하고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분들은 대부분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고요."
모호한 처벌 기준 탓에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들마저 검사를 피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나마 "감염 사실 자체를 몰랐다"고 주장해야 처벌을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HIV/AIDS 감염인 연합회]
"법이 혐오를 부추기는 거죠. 그래서 (보균자가) 검사를 안 받고, 낙인 때문에 에이즈 환자, 신규 환자 계속 늘어나고 있다."
A 씨의 재판을 맡은 서울서부지법은 이런 처벌 관행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논란이 된 에이즈 예방법 19조가 위헌일 수 있다며 지난해 11월, 헌법재판소에 위헌 제청을 결정한 겁니다.
재판부는 "의학 기술의 발전으로 에이즈가 만성질환의 하나로 인식될 만큼 위험성이 현저히 낮아졌는데도, 감염인들의 자연스런 행위마저 모두 처벌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행동자유권과 행복추구권 침해가 심각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규정대로라면 감염인이 땀을 흘린 뒤 옷깃을 스치거나 재채기를 하는 행위까지도 모두 처벌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법원의 위헌 제청에 따라 헌재가 최종 결정을 내릴 때까지 감염인 A 씨에 대한 재판은 미뤄졌습니다.
MBC뉴스 이유경입니다.
뉴스투데이
이유경
'막무가내' 에이즈 혐오…"法이 부추기진 않나요"
'막무가내' 에이즈 혐오…"法이 부추기진 않나요"
입력
2020-01-16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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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0-01-16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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