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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워서 못 다니겠다"…성전환 여성 숙대 입학 '포기'

"무서워서 못 다니겠다"…성전환 여성 숙대 입학 '포기'
입력 2020-02-08 06:55 | 수정 2020-02-08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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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성전환수술을 하고 숙명여대에 합격했던 학생이 끝내 등록을 포기했습니다.

    자신을 응원해주는 목소리도 컸지만, 극단적으로 반대하는 움직임에 무섭고 두려웠다고 말했습니다.

    조명아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난 달 23일, 숙명여대 법학부에 정시로 합격한 22살 A 씨는 바로 화제의 인물이 됐습니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한 뒤 지난해 법원에서 성별을 바꾼 트랜스젠더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등록 마감일인 어제, A 씨는 끝내 입학을 포기했습니다.

    A 씨는 인터넷에 '숙대 등록을 포기한다'는 글을 올리며, "일상을 영위할 당연함마저 빼앗겼다"고 토로했습니다.

    입학을 포기한 이유는 "작금의 사태가 무섭고, 두려워서"라고 밝혔습니다.

    [A 씨/ 숙명여대 합격 트랜스젠더]
    "도저히 무서워서 학교 생활 못하겠다, 이런 생각인데 좀 더 심경 정리해서 그렇게 하려고요."

    앞서 교내에선 논란이 컸습니다.

    [유서연/숙명여대 영문과 (입학 반대)]
    "기숙사 같이 생활하는 면에서 학우 분들이 불편함을 느낀다면 살짝 문제가 있을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특히 급진적 페미니즘을 표방하는 학내 단체는 크게 반발했습니다.

    이들은 극단적으로 '생물학적인 여성만 진짜 여성'이라고 주장하며 A 씨의 입학을 맹렬히 반대했습니다.

    [A 씨/숙명여대 합격 트랜스젠더]
    "제가 버틸 수 있는 한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라고 생각했어요.도저히 뭘 못하겠더라고요. (그동안)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결국 A 씨가 등록을 포기하자, 여러 여성·인권 단체와 학생들은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숙대 동문 760여 명은 성명을 내고 "사회적 약자, 소수자와의 동행과 연대는 숙명인의 출발이며 계속 확장해야 할 가치"라고 밝혔습니다.

    [신현수/숙명여대 체육교육과 (입학 찬성)]
    "반대로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고 그리고 시대도 많이 변하고 있고 그러니까 긍정적으로…"

    트랜스젠더 여성의 첫 여대 입학이 국내에선 무산됐지만, 해외에선 낯설지만은 않습니다.

    미국의 여대인 '밀스 칼리지'의 경우 트랜스젠더가 학부 학생의 8% 가량을 차지하기도 합니다.

    [박한희/트랜스젠더 변호사]
    "(성소수자 관련) 정책적인 찬반의 문제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소수자의 존재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그 사람에게 더 이상 살지 말라는 얘기와 다를 바 없고…"

    다시 수능 시험을 준비하겠다고 전한 A 씨는 "미지의 존재에 대한 무자비한 혐오는 안 된다"며 "이 사회가 다양한 가치를 포용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조명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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