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대형 건설업체의 협력업체에서 일하던 근로자가 최근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 때문에 몇 달 동안 임금을 받지 못하면서 아이들 양육비를 줄 수 없어 괴로워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허현호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난 4일 새벽 전북 군산의 한 아파트에서 45살 조 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대형 건설업체의 2차 협력업체에서 일했던 조 씨는 두 달 넘게 임금을 받지 못했고, 전처가 키우고 있는 세 아이의 양육비를 주지 못해 괴로워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영동/조 모 씨 동료]
"(어머니에게) '엄마, 내가 임금 못 받아서 문제가 생기면 아이들 좀 키워주소.' 그랬답니다."
지난해 11월부터 2차 협력업체에서 일했던 조 씨는 석 달 동안 주말을 빼고 하루 13시간씩 일했지만, 임금은 한 푼도 받지 못했습니다.
일감을 계속 하청업체에 넘기는 복잡한 도급 구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대형 건설업체는 하도급 업체에 5억 9천만 원을 대금으로 지급했지만, 하도급 업체는 자재비와 인건비를 빼고 조 씨가 소속된 2차 하청업체에 7천만 원을 줬습니다.
2차 하청업체는 또 다른 하청업체 2곳에 돈을 나눠줬고, 이 가운데 한 곳은 또 다른 하청업체에 1천5백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유기만/민주노총 전북본부 조직국장]
"공사비가 계속 깎이다 보면 실제 현장에서는 안전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임금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고 고스란히 피해는 노동자들에게 전가되는…"
숨진 조 씨를 포함해 근로자 29명이 받지 못한 임금은 1억 3천800여만 원.
하지만 아무도 조 씨의 죽음과 체불 임금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고 있습니다.
[2차 하청업체 사장]
"왜, 우리 때문에 죽었다는 이유가 있어요? (인건비로) 7천만 원 들어왔어요. 그래서 이거를 전부 다 업체의 대표들 만나서 '자, 돈이 이것밖에 안 나왔는데 어쩔까. 최대한 임금부터 주자.'"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
"2차 하청업체랑 1차 하청업체가 서로 합의하에 금액을 확정을 한 거거든요. 7천만 원이라는 금액을. 실질적으로 금액을 지급받는 2차 하청업체 쪽에서 그 금액을 합의를 했기 때문에…"
조 씨의 동료들은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4곳을 대상으로 노동부에 체불 임금 진정을 제출하는 한편, 유가족과 논의해 조 씨의 산업재해 신청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MBC뉴스 허현호입니다.
뉴스투데이
허현호
"세 아이를 부탁해"…월급 못 받다 '극단적' 선택
"세 아이를 부탁해"…월급 못 받다 '극단적' 선택
입력
2020-02-12 06:20
|
수정 2020-02-12 06:25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