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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도 처벌도 없었다…법망 피한 '디지털 성범죄'

수사도 처벌도 없었다…법망 피한 '디지털 성범죄'
입력 2020-03-27 07:28 | 수정 2020-03-27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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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범죄 피해를 당해 수사기관에 찾아갔는데, 더 기막힌 상황에 직면한 여성들도 적지 않습니다.

    '증거가 없다' '당신도 잘못이다' 같은 반응을 보이며 수사에 미온적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겁니다.

    홍신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20대 여성 A씨.

    첫 직장에 입사해 반년쯤 된 어느 날 모르는 번호의 텔레그램으로 이상한 동영상을 받았습니다.

    놀랍게도 자신의 치마 속을 누군가 몰래 찍은 것이었습니다.

    범인은 알고 보니 회사 대표.

    이 동영상을 빌미로 만남이 강요됐고 끝내 성폭행으로 이어졌습니다.

    심지어 이 대표가 동영상을 회사 동료들과 돌려봤다는 것까지 알게 된 A씨는 용기를 내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휴대폰을 바꾼 가해자는 무혐의 처분으로 풀려났고, A씨만 직장을 잃었습니다.

    [오선희/변호사]
    "(수사 기관에) 계속 호소를 해서 '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노트북이나 데스크탑 뭐 USB 이런 걸 확인해주세요' 이런다 한들 수사기관에서 사실 의지를 갖고 있지 않으면…"

    가출 청소년들끼리 모여 지내는 곳에서 보호자 역할을 했던 20대 남성 B씨.

    2년 전, 갓 들어온 한 여중생의 몸을 몰래 찍은 동영상으로 협박을 일삼으며 성매매를 50여 차례나 강요하고 거액을 뜯었습니다.

    영상이 퍼뜨려질까 저항 한 번 못하다 1년여 만에 가까스로 탈출한 피해자는 경찰을 찾았다 좌절감만 키웠습니다.

    [김여진/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피해지원국장]
    "수사 과정에서 '그러기에 그때 촬영을 왜 했느냐' 혹은 '뭐 촬영으로 왜 자기가 찍어서 보내줬느냐', '너도 돈벌려고 한 거 아니냐'…"

    압수수색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끝에 B씨에게는 고작 성매매 알선 부분만 유죄가 인정됐습니다.

    범죄의 표적이 된 여성들에게 협박이나 강요, 성폭행 등의 빌미로 악용되는 이른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은 몰래 찍힌 촬영물들이 언제 어떻게 유포될지 모르는 공포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점점 다양하고 잔혹해지는 범죄 양상은 현실에 뒤처진 법률을 비웃고 있습니다.

    2011년부터 5년간 서울 5개 법원에서 불법 촬영과 유포, 판매 등의 혐의로 기소된 1천800여 건 중 징역형을 받은 비율은 5%에 불과했습니다.

    MBC뉴스 홍신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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