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제주 주민들이 유채꽃 축제를 취소했는데도 주말마다 인파가 몰리자, 결국 꽃밭을 갈아엎었습니다.
축구장 10배 면적 유채꽃이 9시간 만에 사라졌습니다.
이소현 기자입니다.
◀ 리포트 ▶
흐드러진 벚꽃나무 아래로 쭉 뻗은 유채꽃길.
해마다 봄이면 샛노란 물결이 장관을 이루는 제주도 최고의 관광 명소입니다.
꽃잎이 만개한 유채꽃 광장에 육중한 중장비가 들어섰습니다.
트랙터 넉 대가 굉음을 내며 지나가자, 꽃밭은 순식간에 황량한 들판으로 변합니다.
보통 5월 중순쯤 꽃이 시든 뒤 베어내지만, 올해는 코로나 여파로 한 달 이상 앞당겨 파쇄 작업이 이뤄졌습니다.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오늘(9)부터 시작됐을 유채꽃 축제.
상춘객들을 막기 위해 진작에 축제를 취소했지만, 주말마다 천여명씩 인파가 몰려들자, 주민들이 고육책으로 꽃밭을 없앤 겁니다.
[정윤수/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장]
"축제를 열어보지도 못하고 파쇄하게 돼 섭섭하죠. 1년 농사인데.. 요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쩔 수가 없지 않겠습니까. 주민들도 대부분 동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유채꽃 축제를 위해 8개월간 조성한 꽃밭은 9.5헥타르.
축구장 10개 면적입니다.
우리나라 아름다운 길 100선에도 선정된 녹산로 10km까지, 만발한 유채꽃을 베어내는 데는 꼬박 9시간이 걸렸습니다.
[양윤경/서귀포시장]
"특히 가시리 마을에 노인이 많이 사는데 (상춘객들로) 굉장히 불안한 겁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부득이하게 갈아엎게 됐는데…"
강원도 삼척 등 다른 지역들도 일찌감치 유채꽃밭을 갈아엎은 가운데, 매년 16만 명씩 찾아오던 제주의 봄꽃 명소는 화려한 자태를 서둘러 마무리하고 내년을 기약하게 됐습니다.
MBC뉴스 이소현입니다.
뉴스투데이
이소현
"코로나만 없었다면…" 갈아엎은 유채꽃밭
"코로나만 없었다면…" 갈아엎은 유채꽃밭
입력
2020-04-09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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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0-04-09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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