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갑질 팀장' 서면 경고…뒤늦게 '중징계' 요청

◀ 앵커 ▶

부하직원들에게 욕설을 하는 등 이른바 '갑질'을 한 전남 여수시청의 한 팀장이 징계 없이 서면 경고를 받고 인사이동 조치됐다는 소식, 얼마 전 전해드렸는데요.

징계위원회도 열지 않았던 여수시가 서면 경고 이후 40일 만에 해당 팀장에게 대기발령을 내리고, 상급 기관에 중징계 요청을 했습니다.

문형철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난달 초, 여수시청 직원 12명이 노조에 낸 경위서입니다.

팀장이 여직원을 술자리로 불러내 만취하도록 술을 먹인 것을 항의하자 욕을 하고, 신입이 무슨 휴가냐는 발언을 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또 주말에 여직원에게 출근을 명령하면서 아직도 안 씻고 뭐하냐고 다그치고, 남자 직원에게 중성 아니냐며 성희롱적 발언도 했다고 돼 있습니다.

신입 1명은 사표까지 냈지만, 여수시는 해당 팀장에게 '서면 경고'만 한 뒤 다른 곳으로 발령냈습니다.

[권오봉/전남 여수시장 (지난달 25일)]
"보직 이동한 것도 인사상 징계입니다, 그게. 꼭 무슨 형식적인 징계 절차를 거쳐 징계되는 게 아니고… 평상시에 보직을 바꿔버리는 것도 엄청난 개인한테는 그건 처벌입니다."

공무원노조는 여수시의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이하다며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고 국가인권위원회에도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서면 경고 조치 이후 40일 만인 지난달 말, 여수시는 해당 팀장에 대해 대기발령 조치를 내렸고, 이달 9일에는 전라남도에 중징계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보통 해당 지자체에서 징계를 결정하지만 정직이나 강등, 해임과 파면 등 중징계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상급 기관에서 징계 절차를 진행합니다.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징계위원회를 열지 않았다가, 왜 입장을 바꿔 중징계를 요청했는지에 대해 여수시 감사실 관계자는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말씀드릴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공무원노조의 민원을 접수한 국가인권위는 해당 팀장의 '갑질' 사건과 징계 수위가 적절했는지 등에 대해 전반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MBC뉴스 문형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