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이천 화재 참사'란 말이 낯설지 않은 건 똑같은 사고가 이미 여러 번 있었기 때문입니다.
불 타기 쉽지만 값싼 자재, 하청 노동자들만이 직면하는 위험의 외주화, 공기에 쫓겨 서두르다 일어나는 참사란 점까지 판박이었습니다.
김성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12년 전 그 날도 불은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강력하고 빨랐습니다.
세 번의 폭발과 함께 창고는 삽시간에 불바다, 시커먼 연기 기둥에 갇힌 노동자들은 쉽게 찾을 수도 없었습니다.
[신종훈/2008년 1월 당시 경기소방본부]
"인력시장에서 하청업체 사람들이 데리고 왔기 때문에 투입된 인원이 차이가 나고 있고…"
사람 값만 싼 게 아니었습니다.
한 번 불 붙으면 유독가스를 풀풀 내뿜지만 그저 싼 값에 우레탄폼을 발랐고, 개장일이 임박했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그 옆에서 불티가 튀는 용접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40명의 생목숨이 사라지고 여론이 빗발치자 당시 현장을 찾은 이른바 힘 있는 사람들은 앞 다퉈 개선책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습니다.
겨우 재판에 넘겨진 원청업체 대표와 현장소장마저 집행유예로 풀려나, 솜방망이 처벌이 뭔지를 제대로 보여줬습니다.
고 김용균 씨의 희생으로 위험의 외주화 금지법안이 통과됐지만 이번에 불이 난 물류창고 건설업종은 이마저도 피해갔습니다.
[이천 화재 유가족]
"공사가 다 돈이고 돈을 남겨야 하니까 그렇게 위험한 작업을 할 수 밖에 없는 이런 구조예요. 이 나라가… 이런 법을 다 때려고쳐가지고 죽는 건 하청 노동자예요."
12년 전 참사 당시, '이윤 체제가 만들어 낸 생지옥'이란 노동자들의 절규는 12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 글자도 달라지지 않고 반복되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성현입니다.
뉴스투데이
김성현
12년 전과 판박이…'위험의 외주화' 언제까지
12년 전과 판박이…'위험의 외주화' 언제까지
입력
2020-05-01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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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0-05-01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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