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지난달 말 한국에 도착한 중국 어선의 선원들이 끔찍한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MBC에 제보를 해왔습니다.
배에서 한 달 가까이 질병에 시달렸고, 숨진 선원들은 그대로 태평양 바다에 던져져 수장됐다는데요.
고은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3월 30일, 서태평양 해상.
한 중국어선 갑판 위에 붉은 천으로 감싼 관 하나가 놓였습니다.
입관된 사람은 인도네시아 선원인 24살 아리씨.
1년 넘게 중국 어선에서 조업하다가 배위에서 숨졌습니다.
관 주변에 둘러선 중국인 선원들은 불 붙인 향을 흔들고 술을 뿌리는 것으로 간이 장례를 치릅니다.
"더 (추모)할 사람 없어? 없어? 없어?"
그리고는 관을 들어 그대로 바다에 던져 버립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 속으로 아리씨가 수장된 겁니다.
아리씨가 숨지기 전에도 19살 알파타, 24살 세프리씨가 숨졌고 숨진 그 날, 모두 수장됐습니다.
사망한 일부 선원의 서약서에는 사망할 경우 화장한 뒤 본국으로 보내주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동료들은 시신이 바다에 버려지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동료 선원들은 숨진 선원들이 한 달 가까이 질병에 시달리며 고통을 호소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인도네시아 선원A]
"숨진 동료들은 처음에는 다리에 마비를 느끼고 다리가 붓기 시작했어요. 몸도 붓더니 점점 숨쉬기를 힘들어 했어요."
중국 선원 대다수는 육지에서 가져온 생수를 마셨지만 인도네시아 선원들은 바닷물을 정수한 물을 마시며 생활했는데 이 물을 마시고 몸 상태가 나빠졌다는 겁니다.
[인도네시아 선원A]
"처음에는 거른 바닷물을 잘 못마셨어요. 어지러웠어요. 그리고 나중에는 목에서 가래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게다가 하루 18시간에 이르는 고된 노동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노예같은 환경 속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김종철 변호사/공익법센터 어필]
"전형적인 착취와 바다에 묶어두는 그런 장치들이 있는 거예요. 여권이 압수되는 거. 그 다음에 이탈보증금을 포함한 엄청나게 높은 송출비용. 이런 것 때문에…"
선원 중 다섯명은 바다에서 13개월 동안 일하고도 고작 120달러 우리 돈으로 14만원을 받았습니다.
월급으로 치면 1만 1천원을 받은 셈입니다.
이 중국 원양어선은 참치잡이 배였습니다.
하지만 수시로 상어를 잡아 올렸고 샥스핀, 그러니까 상어 지느러미만 도려내 따로 보관했습니다.
[이용기 활동가/환경운동연합]
"배 안에 너무나 많은 상어 지느러미가 있다보니까 (항만국) 검색을 받았을 경우에 엄청나게 큰 제재를 받기 때문에 그게 무서워서 (항구에)안들어간 것으로 (추정됩니다.)"
참다 못한 선원들이 다른 배로 갈아타고 지난 4월 14일 부산항에 도착했지만 10일간 부산항 앞바다에서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런데 대기하는 동안 한 선원이 가슴통증을 호소해 급히 부산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지난달 27일 숨졌습니다.
배위에서의 4명이 숨진 사건을 조사한 공익인권법인은 지난 4월 27일 해경에 알리고 즉각적인 수사를 촉구했습니다.
[김종철 변호사/공익법센터 어필]
"이러한 인신매매 사건의 경우에는 보편관할권이 적용이 되기 때문에 한국에서 이걸 수사를 해야 한다는 거죠."
하지만 이틀 뒤 중국 선박이 공해상으로 나가버렸고 해경은 더 이상 수사할 수 없다고 통보를 해왔습니다.
부산에 격리된 나머지 선원들은 자신들이 겪은 인권침해를 세상에 알리고 싶다며 한국 정부의 철저한 조사를 당부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고은상입니다.
뉴스투데이
고은상
"하루 18시간 노역…죽으면 바다에 버려"
"하루 18시간 노역…죽으면 바다에 버려"
입력
2020-05-06 06:47
|
수정 2020-05-06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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