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투데이
기자이미지 고은상

"하루 18시간 노역…죽으면 바다에 버려"

"하루 18시간 노역…죽으면 바다에 버려"
입력 2020-05-06 06:47 | 수정 2020-05-06 06:48
재생목록
    ◀ 앵커 ▶

    지난달 말 한국에 도착한 중국 어선의 선원들이 끔찍한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MBC에 제보를 해왔습니다.

    배에서 한 달 가까이 질병에 시달렸고, 숨진 선원들은 그대로 태평양 바다에 던져져 수장됐다는데요.

    고은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3월 30일, 서태평양 해상.

    한 중국어선 갑판 위에 붉은 천으로 감싼 관 하나가 놓였습니다.

    입관된 사람은 인도네시아 선원인 24살 아리씨.

    1년 넘게 중국 어선에서 조업하다가 배위에서 숨졌습니다.

    관 주변에 둘러선 중국인 선원들은 불 붙인 향을 흔들고 술을 뿌리는 것으로 간이 장례를 치릅니다.

    "더 (추모)할 사람 없어? 없어? 없어?"

    그리고는 관을 들어 그대로 바다에 던져 버립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 속으로 아리씨가 수장된 겁니다.

    아리씨가 숨지기 전에도 19살 알파타, 24살 세프리씨가 숨졌고 숨진 그 날, 모두 수장됐습니다.

    사망한 일부 선원의 서약서에는 사망할 경우 화장한 뒤 본국으로 보내주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동료들은 시신이 바다에 버려지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동료 선원들은 숨진 선원들이 한 달 가까이 질병에 시달리며 고통을 호소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인도네시아 선원A]
    "숨진 동료들은 처음에는 다리에 마비를 느끼고 다리가 붓기 시작했어요. 몸도 붓더니 점점 숨쉬기를 힘들어 했어요."

    중국 선원 대다수는 육지에서 가져온 생수를 마셨지만 인도네시아 선원들은 바닷물을 정수한 물을 마시며 생활했는데 이 물을 마시고 몸 상태가 나빠졌다는 겁니다.

    [인도네시아 선원A]
    "처음에는 거른 바닷물을 잘 못마셨어요. 어지러웠어요. 그리고 나중에는 목에서 가래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게다가 하루 18시간에 이르는 고된 노동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노예같은 환경 속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김종철 변호사/공익법센터 어필]
    "전형적인 착취와 바다에 묶어두는 그런 장치들이 있는 거예요. 여권이 압수되는 거. 그 다음에 이탈보증금을 포함한 엄청나게 높은 송출비용. 이런 것 때문에…"

    선원 중 다섯명은 바다에서 13개월 동안 일하고도 고작 120달러 우리 돈으로 14만원을 받았습니다.

    월급으로 치면 1만 1천원을 받은 셈입니다.

    이 중국 원양어선은 참치잡이 배였습니다.

    하지만 수시로 상어를 잡아 올렸고 샥스핀, 그러니까 상어 지느러미만 도려내 따로 보관했습니다.

    [이용기 활동가/환경운동연합]
    "배 안에 너무나 많은 상어 지느러미가 있다보니까 (항만국) 검색을 받았을 경우에 엄청나게 큰 제재를 받기 때문에 그게 무서워서 (항구에)안들어간 것으로 (추정됩니다.)"

    참다 못한 선원들이 다른 배로 갈아타고 지난 4월 14일 부산항에 도착했지만 10일간 부산항 앞바다에서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런데 대기하는 동안 한 선원이 가슴통증을 호소해 급히 부산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지난달 27일 숨졌습니다.

    배위에서의 4명이 숨진 사건을 조사한 공익인권법인은 지난 4월 27일 해경에 알리고 즉각적인 수사를 촉구했습니다.

    [김종철 변호사/공익법센터 어필]
    "이러한 인신매매 사건의 경우에는 보편관할권이 적용이 되기 때문에 한국에서 이걸 수사를 해야 한다는 거죠."

    하지만 이틀 뒤 중국 선박이 공해상으로 나가버렸고 해경은 더 이상 수사할 수 없다고 통보를 해왔습니다.

    부산에 격리된 나머지 선원들은 자신들이 겪은 인권침해를 세상에 알리고 싶다며 한국 정부의 철저한 조사를 당부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고은상입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