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아파트 입주민의 경비원 갑질 폭행 사건 이후 경비원의 고용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그런데 최근 서울시가 공급한 청년 임대아파트에서, 50대이상 경비원은 그만두라는 황당한 해고 통보가 있었다고 합니다.
조희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서울 마포구 합정역 근처, 9백여세대의 신축 아파트입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지난달 1일 경비원 6명을 고용했습니다.
그런데 이들 중 4명이 입사 18일만에 갑자기 해고를 당했습니다.
50세가 넘었다는 이유였습니다.
[경비원]
"하여간 ‘5’자 들어가면 안 돼요."
(40대만 남고요?)
"49세는 괜찮아요."
해고 통보를 받은 또 다른 경비원 최원길 씨.
[최원길/해고 경비원]
"(용역업체 말이) 40대까지는 절충을, 우리가 노력을 해서 40대까진 (일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50대인 여러분은 그만두길 바랍니다…"
간신히 구한 일자리였는데 경비용역업체 팀장의 말 한 마디에 짐을 싸야했습니다.
최원길 씨는 아파트 관리소장에게 다시 생각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그런데 돌아온 답변은 "죄송합니다. 시행사가 젊은 분들로 교체를 원하시네요." 라는 두 문장이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시행사에게 연락해봤습니다.
그런 요구를 할 이유가 없다고 합니다.
[시행사 관계자]
"이름이 누군지 나이가 몇 살인지도 모르는데요."
관리사무소장을 찾아갔습니다.
우선 한 달 일을 해보고 정식 계약을 하기로 한 거라 문제가 없다는 설명.
[아파트 관리소장]
(50대 이상은 나갔으면 좋겠다. 시행사에서 젊은 사람을 선호한다…)
"글쎄요. 그건 용역업체하고 한번 통화를 해봐야 될 것 같아요."
용역업체 팀장을 만나봤습니다.
'쉰 살이 넘은 사람은 나가라'는 말을 한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나이 때문은 아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용역업체 보안팀장]
"몇 분들이 나이 많은 분들이 통제도 안되고 저랑 싸움도 있었고… 표현을 잘못해서 그렇게 전달이 된 것 같습니다."
해고된 경비원들은 아직도 정확한 이유는 알지 못합니다.
서울시의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으로 무주택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공급된 곳이어서, 젊은 경비원을 원했던 것 같다고 그저 짐작만 할 뿐입니다.
[경비원]
"'청년임대주택'인데 나이 먹은 사람들이 여기와 있으면 청년들이 불편해진다 그래서… 누가 그런 얘기를 하는지…"
나이를 이유로 한 해고는 고령자 고용법 위반 소지가 있습니다.
[강현호/노무사]
"40대랑 50대를 나눠서 근로 조건에 있어서 차별을 뒀기 때문에, 이런 법 위반 소지가 발생할 수 있는 것입니다."
MBC의 취재가 시작되자, 용역업체는 최 씨에게 다른 아파트 경비 일을 소개해 주겠다고 제안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최 씨는 고심 끝에 자신이 겪은 일을 세상에 알리기로 했습니다.
얼굴 공개도 허락했습니다.
[최원길/해고 경비원]
"내 나름대로 박스도 줍고 젊은 사람들이랑 어울리면서 뭔가 하고 싶었는데…너무 비정합니다."
이제 최 씨는 다시 구직 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최원길/해고 경비원]
"예, 59세에요. 일은 열심히 할 수 있어요. 몸은 건강합니다."
MBC뉴스 조희형입니다.
뉴스투데이
조희형
"50살 이상은 나가라"…황당한 경비원 해고
"50살 이상은 나가라"…황당한 경비원 해고
입력
2020-06-03 06:41
|
수정 2020-06-03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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