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국회 예산으로 투입해 만든 엉터리 연구보고서, 이런 연구에 수백만 원씩 예산을 들여야 하나 싶습니다.
좋은 법안, 정책 만들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돈벌이수단으로 악용되는 게 아니냐 의심스럽기도 한데요.
김세로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유승민 미래통합당 전 의원실이 지난 2016년에 낸 국제사회 대북 제재에 관한 보고섭니다.
연구자는 당시 대학교수였던 국가정보원 산하 국책연구원장 조 모 씨.
그런데 한 달 앞서 나온 다른 국책연구기관 보고서를 거의 베꼈습니다.
'하더라도'를 '하더라고'로 잘못 쓴 오자까지 똑같습니다.
먼저 나온 보고서 작성자 박 모 씨는 조 원장의 제자로 확인됐습니다.
[박 모 씨/조OO 원장 제자]
(오탈자도 같더라고요, 심지어…"
"제가 쓴거니까 그렇지 않을까요? 제가 (연구에) 참여했으니까 그런 거 아닐까요?"
표지만 바꾼, 이른바 표지갈이 보고서에 국회 예산 5백만 원을 쓴 셈입니다.
조 원장의 제자는 "조 원장이 다른 내용을 추가한 최종보고서를 나중에 낸 걸로 안다"고 반박했지만, 국회사무처는 그런 건 "없다"고 답했습니다.
[국회사무처 연구용역 담당자]
"저희한테 그걸(추가 보고서) 안 주시면 그건 최종본이라고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취재팀은 어찌된 영문인지 조 원장에게 여러차례 전화도 하고, 문자메시지도 보내고, 나흘간 연구원도 찾았지만 답하지 않았습니다.
유 전 의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재탕은 또 있습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실에서 낸 보고서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지 5년이 지나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2016년에 작성됐는데도 이미 사라진 김정일 정권의 붕괴를 언급합니다.
보고서 작성자 민 모 씨가 2010년 자신이 외교부에 제출한 보고서를 6년 뒤 제목을 바꿔 국회에 다시 낸 겁니다.
보고서 하나로 외교부에서 1천만 원, 국회에서 5백만 원 받았습니다.
'김정일의 유고'를 '후계체제 이행'으로 단어 몇 개만 고친 정돕니다.
[민 모 씨/'재탕'보고서 작성자]
"제 생각에도 많이 수정을 못 했거든요…"
압축 표절 보고서도 있습니다.
왼쪽은 2016년 5월 국토연구원 보고서.
오른쪽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016년 10월 의원 시절 낸 보고섭니다.
도표까지 오려붙인 듯 똑같습니다.
269쪽 보고서를 분량만 105쪽으로 줄였습니다.
이렇게 받은 예산은 5백만 원.
김현미 장관 측은 선거를 도와줬던 리서치업체에 맡겼을 뿐 표절인줄은 몰랐다고 설명했습니다.
인터넷 짜깁기 보고서도 있습니다.
블로그에선 한 기업의 경영혁신방안을 베끼고 인터넷 백과사전에선 다른 기업의 역사를 옮겨와 예산 450만 원을 타냈습니다.
연구를 맡긴 심재철 미래통합당 전 의원실은 연구비 전액을 반납했습니다.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조 모 씨에게 예산 1,050만 원을 주고 맡긴 보고서 3편도 죄다 표절로 드러났습니다.
[이개호 의원실 보좌관]
"논문 수준의 그런 카피(표절) 요구를 증명하는 것은 우리가 봤을 때는 과하다는 생각이고…"
이전 보도로 반납한 연구비 3백만 원 외에 나머지 750만 원은 어떻게 할지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김세로입니다.
뉴스투데이
김세로
"표절·재탕·인터넷 짜깁기로 수백만 원"
"표절·재탕·인터넷 짜깁기로 수백만 원"
입력
2020-06-0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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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0-06-04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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