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최근 한 여름이 무색할 정도로 무더운 날씨의 연속인데요.
이런 폭염 속에서 열사병 등으로 산재를 입은 사람이 최근 6년간 158명, 심지어 숨진 노동자도 27명이나 됩니다.
올해는 마스크까지 끼고 일해야 할 텐데, 김성현 기자가 현장 돌아봤습니다.
◀ 리포트 ▶
눈을 찌를 듯 강렬한 햇살이 내리쬐는 거리.
하수도관이 막혔다는 신고에 긴급 출동한 작업반이 관내 진입을 시도합니다.
"무너져가지고 흙으로 막혀있는 상태거든요. (지상에서) 빗물이 들어가도 (지하 배수관으로) 안 나오는 거죠."
악취와 부유물에 피부도 보호해야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관을 따라 전파될 수도 있어 마치 갑옷처럼 작업복을 입고 또 입습니다.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도 예외가 아닙니다.
저는 양복 위에 방진복, 방진복 위에 어부장화까지 3중의 작업복을 입고 있는데요.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덥습니다. 안에는 얼마나 더 더울지 직접 들어가 보겠습니다.
갯벌처럼 질퍽질퍽한 바닥.
둥둥 떠내려오는 오·폐수에 각종 부유물까지.
발이 푹푹 빠져 한 발 떼기조차 쉽지 않고, 악취가 코를 찔러 머리가 아플 정돕니다.
지하 2미터 깊이 하수도입니다. 매우 덥고요. 습도도 아주 높은 상태입니다.
이렇게 하수가 계속 흘러나오는 가운데 작업자들은 허리 한번 못 펴고 이렇게 10여 분째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하 기온은 31도.
그보다 더 견디기 어려운 건 76%에 이르는 습돕니다.
마치 습식 사우나 같습니다.
[김상훈/구청 하수도 정비 작업반장]
"습도가 올라가면 방수 재질이기 때문에 땀이 외부로 배출이 안 돼요. 체온이 엄청나게 올라가겠죠? 쓰러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열사병?"
바람이 좀 통하는 지상이라도 덥긴 마찬가지.
깨진 맨홀 상판은 두 사람이 들기에 무겁기도 하지만, "놔봐. 놔봐. 제가 놓을게요. 조심해요. 아, 덥다."
햇볕에 이미 달아오를대로 달아올라 손으로 잡기가 무서울 정돕니다.
지면 온도는 47도.
모래까지 채워 넣다 보면 손이 타들어 가는 듯합니다.
[김상훈/구청 하수도 정비 작업반장]
"(손잡이 없는) 뜨거운 커피잔을 바로 잡는 정도? 항상 해야 하는 일이니까 참고 해야죠."
한여름 35도가 넘으면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작업을 중지하고 1시간에 10분씩 쉬라는 지침은 있습니다.
하지만 일이 몰리다 보면 다 지키기가 쉽지 않습니다.
[김상훈/구청 하수도 정비 작업반장]
"민원 사항들이 있거든요. 저희가 빠르게 대처하지 않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가 있어요. 못 지켜지는 경우도 있다고..."
MBC뉴스 김성현입니다.
뉴스투데이
김성현
김성현
폭염 속에 방진복까지…노동자들 쓰러진다
폭염 속에 방진복까지…노동자들 쓰러진다
입력
2020-06-18 07:34
|
수정 2020-06-18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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