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포스코가 손해를 봐가며 헐값에 판 것으로 보이는 부동산은 한 두 건이 아닙니다
경영이 어려워져 자산 매각으로 현금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었다는게 포스코 측의 설명인데, 의문점은 여전히 남습니다.
남효정 기자의 보도입니다.
◀ 리포트 ▶
포스코건설은 인천 송도사옥을 지난 2016년 부영주택에 3천억 원에 팔았습니다.
2010년 이 건물을 짓기 위해 대출한 돈만 3천5백억이 넘는데, 6백억 원 정도를 손해 보고 판 겁니다.
그런데 당시 적게는 4천억 원에서 많게는 6천억 원에 사겠다던 업체들이 아홉 군데나 있었습니다.
더 비싸게 주겠다는 곳을 물리치고 싸게 팔아버린 겁니다.
[00투자회사 대표]
"객관적인 부동산 평가를 해주는 기관들이 가치를 5천억 원이 넘게 봤었어요. 4천억 원도 가능하다고 봤었고…"
서울 강남 테헤란로의 포스코P&S 타워.
포스코는 2013년 이 건물의 지분 50%를 840억 원에 팔았습니다.
그런데 당시 건물과 토지의 공시지가만 합쳐도 2천4백억 원입니다.
바로 옆 비슷한 규모의 건물이 2010년 당시 약 5천억 원에 팔리기도 했습니다.
[전 포스코 건설 부장]
"그 건물이 (정말) 1,500억 가치밖에 안 됐는지 (의문입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그냥 팔려고 한다면 입찰 공고를 내든지 자산 평가를 해서 (팔았어야 했는데, 그렇게) 팔지 않고…"
포항 지곡동 땅도 지난 2014년에 3.3제곱미터당 380만 원에 팔았습니다.
이 땅을 산 국기건설은 주상복합 빌라를 지었는데 1층 상가를 3.3제곱미터당 2천 4백여만 원에 분양해 완판했습니다.
국기건설은 땅을 싸게 산 덕에 재무제표상으로만 160억 원의 이익을 남겼습니다.
[국기건설 관계자(포항 지곡동 땅 매입)]
"(입지가 좋았기 때문에) 포스코가 왜 자기네들이 지어서 그거(분양)하면 메리트가 되는데 왜 안 했느냐 하는 것은, 저희들이 그 포스코 내막은 모르겠습니다만은…"
포스코가 이런 식으로 지난 7년간 매각한 국내외 부동산 자산은 10여 건이나 됩니다.
당시 업계에선 "포스코가 내놓은 매물은 줍는 사람이 임자"라는 말까지 돌았다고 합니다.
[00투자회사 대표]
"먼저 보는 놈이 임자였어요 솔직히. <포스코 물건은?> 예예. 어떻게든 줄만 닿으면, 사면 정말 눈감고 수익률 좀 먹을 수 있는… 참 줄 닿는 게 쉽지 않잖아요?"
왜 자산들을 집중적으로 팔았는지에 대해 포스코는 "2013년부터 부채 비율이 급증해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했다"면서 "매각 관련 검찰 수사가 있었지만 범죄 사실이 발견되거나 임직원이 기소된 바가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인천 송도사옥과 포항 지곡동 땅에 대해선 "감정 평가를 받은 적정가에 팔았다"고 했고, 서울 역삼동의 P&S타워는 "건물 자체가 아니라, 건물 소유 회사의 지분을 판 것으로, 2023년에 지분을 다시 사올 수 있는 계약이어서 손해를 봤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전직 포스코 직원들은 실제로는 더 비싼 값에 팔고 이면 계약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습니다.
[전 포스코 건설 부장]
"어쩔 수 없는 싸게 팔 수밖에 없는 (외부) 압력이나 이런 게 있어야지 (회사가) 움직일 수 있는 거죠. 최고 경영자까지 보고가 되고 움직였던 거지, 그 밑에서 결정했다고는 보긴 어려워요."
결국, 포스코 자산의 매각 과정에서 누군가 부당하게 이익을 챙겼는지 보다 적극적인 검찰 수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MBC뉴스 남효정입니다.
뉴스투데이
남효정
"줍는 사람이 임자?"…포스코 건물 헐값에 줄줄이
"줍는 사람이 임자?"…포스코 건물 헐값에 줄줄이
입력
2020-07-15 06:43
|
수정 2020-07-15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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