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7월까지 우리나라를 찾은 관광객은 77%가 줄었고, 관광업계 손실만 5조 9천억 원에 이릅니다.
관광 생태계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데, 필사의 노력으로 버티고 있는 관광업계를 조윤정 기자가 돌아봤습니다.
◀ 리포트 ▶
한낮의 서울 명동.
관광객 발길이 사라진 가운데, 문 닫은 점포가 수두룩합니다.
한 중형 호텔의 문도 굳게 닫혀 있습니다.
국내 관광호텔 1호로 늘 외국인 손님들로 북적였던 곳이지만, 지난 3월 영업을 중단했습니다.
[A씨/휴업 호텔 직원]
"코로나 생길 때 이 정도까지는 아닐 줄 알았거든요. 점점 더 심해지고 있어요. 아예 관광객들이 아예 안 오니까 안 보이니까. 문 닫은 게 처음이에요. IMF 때에도 다 열고 다 했는데…"
명동 중심부의 유서 깊은 또 다른 호텔도, 백화점 옆 4성급 호텔도, 명동역 근처 호텔 대부분이 이렇게 몇달째 문을 닫은 상태입니다.
[B씨/휴업 호텔 직원]
"문을 열어놔도 어느 정도 (수지가) 맞아야 되잖아요. 열어놓으면 열어놓을수록 더 마이너스가 돼버리니까…"
지난 1월 61%가 넘었던 국내호텔의 객실 이용률은 6월달엔 15%로 급감했습니다.
특급 호텔들의 경우 차마 문을 닫지 못해 적자를 감수하고 영업 중이지만, 직원들 상당수가 휴직한 채 고용유지지원금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일부 특급호텔들은 자존심을 내려놓고, 홈쇼핑에서 특가 상품을 팔거나 낮에만 방을 빌려주는 이른바 '대실' 상품도 내놓고 있습니다.
[D씨/특급호텔 직원]
"호텔이라는 게 굉장히 이미지도 중요하지만, 지금 현 상황을 타개해야 그 다음 상황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에… 내국인 고객에 맞춰서 마인드 세팅을 아예 다시하지 않으면…"
지난 6월 서울에서 폐업한 호텔만 9곳.
한 특급호텔은 5성급 호텔 가운데 처음으로 직원들에게 구조조정을 통보했습니다.
레스토랑을 닫고 편의시설도 줄이는 방식으로, 정규직 90명을 감축하겠다는 겁니다.
[E씨/밀레니엄 힐튼 호텔 직원]
"(휴직을) 버티는 것도 다시 돌아올 직장이 있으니까 버틸 수 있었는데… 살생부가 이미 정해져 있대. 누구 누구는 잘릴 거야. 정리해고 될 거야. 내가 될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 때문에…"
여행업계는 어떨까?
생선 도매상을 찾은 55살 조성진 씨가 횟감을 사서 돌아가는 곳은 여행사 사무실.
27년간 여행사를 운영해온 조씨는 코로나로 수입이 끊긴지 6개월이 넘어가자 궁여지책으로 회를 팔기 시작했습니다.
[조성진/여행사 대표(횟집 부업)]
"정신적으로 그나마 이거 하면서, 하니까는 조금 버틸 수 있는 것 같아요. 일단 버티는 만큼 버텨보고 안 되면 문을 닫겠다 이런 생각을 해요."
시내에서 여행사를 운영해온 나근옥씨도 4개월간 닫았던 사무실에 커피숍을 차렸습니다.
40년 경력에 단골도 많았던 나 씨에게도 코로나는 경험해보지 못한 위협입니다.
[나근옥/여행사 40년 운영(커피숍 부업)]
"(전에) 제가 휴대전화를 두대를 갖고 있었어요, 하도 전화가 많이 와가지고. (그런데) 6월에 비행기표 한장 끊고 그 다음에 울릉도 두명인가 보내서 6만원인가 번 것 같아요."
국내 1만 8천개 여행사 가운데 90%는 10인 미만의 작은 여행사.
[고재승/ 여행사 대표(식당 부업)]
"노동일을 한다거나 아니면 갑자기 야간 편의점 일이라도 한다거나, 대부분 여행사들은 그냥 폐업을 결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절벽에 이제 서 있다고 봐야 되는 거죠"
대형 여행사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업계 1위인 하나투어 콜센터.
2백명 규모 사무실이 텅 빈 가운데 전체 직원 2300명 중 2천명은 무급휴직.
300명만 필수 인원으로 남아 단축 근무 중입니다.
[정기윤/하나투어 홍보실 부서장]
"여행업계 입장에선 매우 절실한 것이고요. 방역과 생활을 함께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잖아요. 최소한의 생업을 할 수 있는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조치들이 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관광업계 종사자는 약 26만 7천여 명.
10억원을 생산할 때 여행업과 숙박업의 고용 창출 효과는 21명.
전체 산업 평균치 14명을 훨씬 웃돌 만큼 많은 인원을 먹여살리고 있습니다.
정부는 대량 실직 사태를 막기위해 6개월 시한으로 정했던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기간을 2개월 더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입니다.
MBC뉴스 조윤정입니다.
뉴스투데이
조윤정
조윤정
호텔은 줄휴업·여행사는 식당 전업…무너진 'K관광'
호텔은 줄휴업·여행사는 식당 전업…무너진 'K관광'
입력
2020-08-14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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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0-08-14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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