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경찰관 팔을 꺾었다는 누명을 쓰고 재심 끝에 무죄가 확정된 충주 귀농부부 사건, 기억하실 겁니다.
같은 지역에서 비슷한 사건이 또 발생했습니다.
이번 피해자는 다름 아닌 35년 동안 근무했던 퇴직 경찰관이었습니다.
정재영 기자입니다.
◀ 리포트 ▶
30년 넘게 경찰관으로 일했던 노승일 씨에게 악몽이 찾아온 건 아내가 교통사고를 당한 2018년 7월부터입니다.
가해 차량이 무리하게 차선에 끼어들다 일어난 사고.
그런데 출동 경찰관들은 블랙박스 확인도 없이 타이어 펑크로 난 사고라는 가해자의 말을 현장에 도착한 노 씨에게 그대로 전했고 사고조사 경험이 있는 노 씨가 도로 위 타이어 자국을 의심하며 측정을 요구하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노 씨가 퇴직 경찰임을 안 경찰관이 측정은 필요없다면서 일제강점기 경찰을 뜻하는 '순사'라고 모욕을 준 겁니다.
[노승일/공무집행방해 무죄 판결]
"'나도 경찰을 해봐서 아는데'라고 말하려고 하는데 경찰관이 '순사 35년을 하셨다는 분이 저것도 몰라요?'…"
화가 난 노 씨가 경찰관을 향해 한 차례 배를 들이밀어 밀치는 듯한 행동을 했는데 이게 공무집행방해로 이어졌습니다.
강한 항의에도 이 경찰관은 계속해서 비꼬며 노 씨를 자극했습니다.
[해당 경찰관 (당시 음성)]
"인적 사항을 알아야죠. 왜. 자꾸 옛날 생각이 나세요?"
[해당 경찰관 (당시 음성)]
"앞뒤를 자꾸 이상하게 배우셨구나. (예. 옛날이라.) 아. 옛날에 배우셨구나. (지구대 근무를 안 해봤어요.) 알기는 아는데 어설프게 약간 알지. 그래서 그러신 것 같아요."
당시 다른 경찰관이 노 씨를 막아 신체 접촉이 있었는지도 불분명한 상황.
그런데도 문제 발언을 한 경찰관은 폭행으로 전치 4주의 부상을 입었다는 진단서를 제출했습니다.
알고 보니 이미 2주 전 운동하다 다쳐 6주 진단을 받았는데, 사건이 나자 폭행과 관련 없는 진단서를 떼 가져간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1년 6개월.
대법원은 노 씨의 무죄를 확정했습니다.
'순사'란 표현으로 모욕을 준 언행을 정당한 공무집행의 일환으로 볼 수 없고, 노 씨의 항의는 직무집행을 방해하는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는 2심 판결을 받아들인 겁니다.
누명은 벗었지만 이미 직장을 잃고, 정신과 치료까지 받은 노 씨.
[노승일/공무집행방해 무죄 판결]
"경찰 업무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본인도 이렇게 억울함을 당하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 시민들은 저와 같은 고통을 당하고도 억울함을 피력하지 못하죠."
하지만 해당 경찰관은 여전히 사과할 생각이 없습니다.
[해당 경찰관]
"피해자는 그분이 아니고 저예요. 경찰관이 피해를 본 거지. 법정 공판에서 공격과 방어의 방어자 역할을 하신 것뿐이지. 그분이 피해자라고 볼 순 없어요."
결국 노 씨는 이 경찰관을 모해위증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습니다.
죄 없는 노 씨의 결백을 밝히는 대신 기소해 재판에 넘겼던 검찰은 이번 고소 사건도 문제의 경찰관이 소속된 충주경찰서로 보냈다, 노 씨가 항의하자 뒤늦게 다른 경찰서로 넘겼습니다.
MBC뉴스 정재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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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
정재영
'또 할리우드 액션'…퇴직 경찰 누명 씌운 경찰
'또 할리우드 액션'…퇴직 경찰 누명 씌운 경찰
입력
2020-09-01 07:34
|
수정 2020-09-01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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