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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믿고 묻었는데"…이제는 '나 몰라라?'

"정부 믿고 묻었는데"…이제는 '나 몰라라?'
입력 2020-09-18 06:39 | 수정 2020-09-18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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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국내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처음으로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는데요.

    전국 확산을 막기 위해 당시 정부는 15만 마리의 돼지를 살처분하며 협조 농가에 재기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지원은 제대로 이뤄졌을까요.

    김세진 기자입니다.

    ◀ 리포트 ▶

    1년 전 4천 마리를 살처분 했던 김포의 한 돼지 농가를 찾았습니다.

    녹이 슨 채 텅 빈 돈사는 최근 잇따른 태풍에 곳곳이 부서진 상태.

    수억 원을 들여 만든 새끼 양육장은 써보지도 못하고 방치돼 있습니다.

    당시 4천 마리 살처분 비용으로 20억 원을 받았지만, 시설비와 돼지 구입비, 사료비 등 빚을 갚고 나니 끝이었다고 합니다.

    정부에서 주는 한 달 60여만 원 생활 안정자금으로 겨우 버텼지만, 그것도 6개월 만에 끊겼고 지금은 돈사를 해체해 나온 철근을 고물로 팔아 생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김포 살처분 돼지농가]
    "당장 카드값 낼 돈도 없기 때문에, 생활비도 없고 하니까 이거라도 팔자 해 가지고…"

    다음 달부터 방역 조건을 지키면 다시 돼지를 키울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지만, 김씨는 아버지로부터 40년간 이어온 돼지 농장을 폐업하기로 했습니다.

    정부는 살처분에 협조하면 재기자금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농가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입니다.

    담보가 있어야만 대출을 해주는데, 대부분 농가들이 이미 더 이상 잡힐 담보가 없을 만큼 많은 빚을 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261개 살처분 농가들의 평균 부채는 10억 원, 지금까지 경영난으로 폐업을 신청한 농가가 70곳에 이릅니다.

    다시 돼지 사육에 나서려는 농가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살처분한 2천 마리를 농장에 묻을 수 밖에 없었던 경기도 연천의 돼지농장.

    당시의 급박함을 보여주듯 바닥에 뿌린 생석회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정부로부터 돼지 사육을 재개해도 좋다는 지침을 받았지만, 정작 농장 안에 묻은 돼지 사체를 어떻게 처리하겠다는 연락은 없었습니다.

    [류두영/돼지농가 운영]
    "웃긴 거죠. (입식방역) 매뉴얼 보면 깨끗한 환경을 조성한 후에 재입식 하도록 되어 있는데…"

    아프리카 돼지열병 발병 1년, 당시 원인도 모른 채 급격하게 퍼지던 돼지열병을 막을 수 있던 것은 신속한 방역만큼이나, 큰 손해에도 불구하고 예방적 살처분을 받아들인 농가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재기를 위해 정부가 당시 약속했던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지 다시 점검해 봐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MBC뉴스 김세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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