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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현장] "추석 코앞인데"…태풍 쑥대밭 동해안 '한숨'

[투데이 현장] "추석 코앞인데"…태풍 쑥대밭 동해안 '한숨'
입력 2020-09-21 07:35 | 수정 2020-09-21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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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투데이현장입니다.

    초강력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은 동해안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파도가 잠잠해졌지만 항구는 말 그대로 폐허로 변했는데요.

    민족의 명절 추석을 앞두고도 일상을 되찾지 못한 동해안 지역을 정동욱 기자가 돌아봤습니다.

    ◀ 리포트 ▶

    최대 17M, 아파트 5층 높이의 거대한 파도가 방파제를 넘어섭니다.

    정박돼있던 배들이 힘없이 기울어지고, 쓰레기와 뒤섞인 바닷물이 항구로 들이닥칩니다.

    10여일 뒤, 잠잠해진 파도에 조업은 재개됐지만 불과 나흘 사이 태풍 2개가 할퀴고 지나간 항구에는 성한 게 없습니다.

    임원항의 명물, 대게 직판장.

    제멋대로 휘어지고 부서진 철골 구조물이 당시 강력했던 태풍의 위력을 보여줍니다.

    시커먼 토사 흔적 위로 주인을 알 수 없는 어구들이 아무렇게나 널려있고, 손님들로 활기차야 할 상점 앞은 중장비가 차지했습니다.

    뜯겨진 건축 자재에, 각종 어구와 빈 병, 누군가의 벗이었을 오디오까지 치워야 할 쓰레기도 많습니다.

    [임동경/포크레인 기사]
    "(쓰레기 엄청나죠.) 양이 계속 실어날라야 하니까 (트럭) 네 대, 세 대, 다섯 대."

    직판장 지붕이 사라졌고, 전기 줄도 떨어져 나간 대게 가게엔 성한 곳이 거의 없습니다.

    깨진 수족관에는 대게 대신 고양이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추석 대목을 앞둔 시점이지만 복구를 아직 마치지 못해, 영업 재개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항구 앞 횟집 거리는 고요하다 못해 적막합니다.

    코로나 여파까지 겹치며 사람이 없는 거리에는 유실된 도로 파편이 나뒹굽니다.

    힘들게 문을 다시 연 곳도 태풍보다 무서운 무관심에 또 한 번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기수/음식점 운영]
    "(손님이) 지금 90%이상 줄었죠.보시다시피 사람들이 거의 안다니잖아요. 아무도 없고요.무지 힘들어요."

    시민들의 산책 명소였던 해변은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변했습니다.

    흙과 뒤섞인 쓰레기들을 중장비들이 쉴새 없이 치웁니다.

    바다 코 앞에서 하루 열 시간 가까이 해야 하는 위험한 작업인데, 좀처럼 쓰레기가 줄지 않습니다.

    [정보경/현장 반장]
    "제가 이 동네에서 1975년에 태어났는데, 처음 보는 것 같아요. 이렇게 쓰레기가 많은 건"

    쓰레기들은 바다와 근접한 내륙의 하천이 범람하면서 몰려왔습니다.

    부러진 나뭇가지와, 부탄가스통 , 심지어 부서진 캠핑용 트레일러도 있습니다.

    물기가 빠져야 무게가 줄기 때문에, 건져 올린 뒤 모아서 말려야 하는데 악취도 상당합니다.

    [최근희/인근 주민]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인데, 이렇게 만들어놨으니 추석 때 다 복원이 되나요? 어렵겠어 내가 보기엔"

    연이은 태풍으로 동해안 해변에 쌓인 쓰레기는 모두 2만톤 가량으로 추정됩니다.

    이중 삼척시 한 곳에서 치워야 할 양만 9천4백톤이 넘습니다.

    처리 비용은 수십 억원에 달합니다.

    특별재난지역 지정으로 예산 걱정은 조금 덜었지만 완전한 복구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입니다.

    [안덕봉/ 삼척시 재난안전과장]
    "피해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종합적인 복구 계획 수립에는 많은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복구 방안 마련에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

    매년 축제 때마다 수십만 명이 몰렸던 장미공원은 뻘밭으로 변했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 축구장 12개에 달하는 면적에 품종만 200가지가 넘는 수백만 송이의 장미로 장관을 이루던 곳입니다.

    공사기간은 4년에, 투입된 예산만 백억 원이 넘습니다.

    하지만 태풍으로 2번이나 물에 잠기면서 16만 그루의 장미 나무가 모두 진흙 투성이가 됐습니다.

    군데 군데 모습을 되찾은 장미도 있지만 꽃잎이 제대로 붙은 장미를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신미정/인근 주민]
    "마음이 안좋죠. 삼척시민이 다 마음 아파하죠. 시에서도 굉장히 투자도 많이 한 것 같은데 이런 일이 생겨서…"

    많은 사람들이 피해 복구에 힘을 합쳤지만 태풍이 할퀸 상처가 곳곳에 남아 있는 상황.

    주민들은 복구도 다 못마쳤는 데 혹시나 가을 태풍이 오지는 않을까, 지금도 마음을 졸이고 있습니다.

    MBC뉴스 정동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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