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투데이
기자이미지 정동욱

[투데이 현장] 코로나19에 사라진 축제…농가·상인 '이중고'

[투데이 현장] 코로나19에 사라진 축제…농가·상인 '이중고'
입력 2020-09-28 07:34 | 수정 2020-09-28 07:47
재생목록
    ◀ 앵커 ▶

    투데이 현장입니다.

    올 가을 날씨, 유난히 청명하고 화창합니다.

    매년 이맘때면 이런 가을 날씨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 있죠.

    바로 지역 축제인데요.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이런 지역 축제들이 잇따라 취소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역 축제들이 취소되면 그 뿐인 게 아니라, 취소되면서 발생하는 피해가 이만저만 한 게 아니라고 합니다.

    정동욱 기자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지난 해 지역 축제로만 관광객 140만명을 유치하고 780억원의 수익을 올렸던 강원도 평창.

    1월 초 평창 송어 축제를 시작으로 봄에는 곤드레 축제, 여름에는 더위사냥축제 가을에는 평창 백일홍 축제 등 4계절 내내 축제가 열리는, 축제의 고장입니다.

    그런데 가을 백일홍 축제가 펼쳐지는 평창강에 도착하자 기대와 다른 모습이 펼쳐집니다.

    매년 10만명이상이 행사장을 찾았지만 올해는 코로나 우려로 축제는 일찌감치 취소됐습니다.

    백일홍 꽃은 까맣게 시들었고, 잎엔 하얀 반점이 가득합니다.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려고 지난 해 심어 둔 분홍빚 핑크뮬리만 비교적 멀쩡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봉주/방문객]
    "코로나 때문에 (축제를) 못 하니까, 어떻게 할 수 없지, 어떻게 하겠어요. 그래도 고향이니까 와서 보고…"

    평창 백일홍 축제 행사장 앞엔 텅 빈 매표소만이 홀로 남았습니다.

    작년만 해도 각종 공연과 먹거리, 송어 체험 등을 즐기려 시민들이 가득했던 곳입니다.

    축제는 취소됐지만 행사장은 시민에게 개방된 상태, 백일홍을 보러 온 사람들은 망가진 백일홍 꽃밭에 당혹스러워 합니다.

    [이강섭/방문객]
    "올해는 관리를 많이 안했네요, 좀 아쉽습니다. 축제는 안 하더라도 어느 정도 관리가 됐으면 좀 볼만하지 않을까 싶어서 한번 와 봤는데…"

    축제 취소는 경제적 손실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매년 10만마리의 송어를 생산하는 양식장.

    정성들여 키운 송어를 통에 담습니다.

    송어의 무게를 측정한 뒤 활어차에 실어 전국으로 배송합니다.

    다음 출하날을 잡고 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코로나 때문에 횟집 소비가 줄면서, 이번에 가면 언제 또 송어를 실으러 올지 기약은 없습니다.

    [박영태/수산유통업]
    "일주일에 3번 오는데… 이제는 요새는 일주일에 한번 올까 말까 하니"

    송어가 제 때 출하되지 않으면서 양식장 물 속은 출퇴근 때 만원 지하철 안을 방불케 합니다.

    계속 자라면 산소 부족으로 폐사할 가능성도 있어, 최근에는 사료를 최소한으로 줄였습니다.

    최대 수요처였던 평창 송어축제마저 이달 초 취소되면서 넘치는 송어떼가 갈 곳이 사라졌습니다.

    [김재용/송어양식장 운영]
    "올 겨울에 하는 축제도 못하게 됐고, 양어장에 지금 고기가 남아돌죠, 지금. 송어가 갈데가, 그러니까 소비처가 없는거에요."

    올해 축제 예산이 이미 편성돼 있는 지자체들은 온라인 축제라도 열어 지역민을 돕겠다는 입장입니다.

    충북 옥천군은, 올해 향수옥천포도복숭아 축제를 온라인으로 열었습니다.

    그동안 축제에서 했던 포도 체험 행사와 가수들의 공연, 레크레이션 대신, 온라인 거래 사이트와 손잡고, 영상 홍보를 하고 축제 예산으로 할인 쿠폰도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2달간 진행한 행사에 참여한 농가들은 작년 축제보다 오히려 2배 가까운 매출 실적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지난 해 60곳이던 참여 농가는 16곳으로, 4분의 3 가까이 줄었습니다.

    컴퓨터 사용에 익숙지 않은 노년의 농부들이 온라인 주문 접수와 배송 절차를 단시간에 익히기 까다로웠기 때문입니다.

    [포도 재배 농민]
    "온라인 축제를 하는 데 시골 사람들은 생소해가지고 절차도 까다롭고 해서 판매를 많이 못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홍보와 판매의 혜택이 지역 주민에게 골고루 돌아가지 못하는 '디지털 디바이드' 현상이 벌어진 셈입니다.

    지역 축제를 포기하고, 아예 축제 공간을 새로운 목적으로 활용하는 곳도 있습니다.

    매년 가을 코스모스 축제가 열리는 구리한강시민공원.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코스모스 대신 고구마를 심었습니다.

    꽃을 예쁘게 피워놓고 시민들을 오지 못하게 통제하느니 차라리 갈아 엎는 것이 낫다는 겁니다.

    고구마는 오는 10월말 수확하는데 취약 계층 시민에게 전달될 예정입니다.

    [김태현/구리시 공원녹지과]
    "시민들께서 찾아오셔서 코로나 19가 확산되는 요인을 만들기 보다는 조금이나마 취약계층에 공급이 되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역이 최우선'이란 목표 아래 사라진 가을 축제,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런저런 궁리를 해보고는 있지만,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긴 축제 지역 상인들, 농부들에게 가을 대목은 축제와 함께 사라졌습니다.

    MBC뉴스 정동욱입니다.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mbcjebo@mbc.co.kr
    ▷ 카카오톡 @mbc제보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