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어떤 게임이 있다고 가정해 볼까요. 그 게임이 자꾸 어떤 선수에게만 유리하게 흘러갑니다.
다들 의심해도 그 선수는 열심히 할 뿐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선수가 앞에서는 공정한 경기를 하는 척하면서,
뒤에선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규칙을 조금씩 바꾸고 있었습니다.
게임이 이 선수네 앞마당에서 열리는 거였거든요.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압도적 1위인 쇼핑 검색 분야에서 검색 결과를 심각하게 조작해 온 걸 공정위가 적발했습니다.
부과된 과징금이 267억원입니다.
이문현 기자입니다.
◀ 리포트 ▶
공정거래위원회가 적발한 네이버의 쇼핑 검색 결과 조작은 최소 5차례.
첫번째는, 2012년 2월, 네이버가 자체 오픈마켓 서비스를 시작하기 두 달 전이었습니다.
네이버는 먼저 경쟁업체인 11번가와 G마켓 등의 상품은 검색해도 노출이 잘 안 되게끔, 가중치를 1 미만으로 부여하는 식으로 알고리즘을 조정했습니다.
네이버 자체 오픈마켓 서비스를 시작한 뒤에는, 자기네 상품이 많이 노출되도록 알고리즘을 또 바꿨습니다.
이 과정에서 네이버는 자기네 오픈마켓 상품의 노출 비율을 아예 정해놓고, 거기에 맞춰 알고리즘을 조정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네이버 자체 기준상, 쇼핑 검색시 같은 오픈마켓 상품이 연달아 뜨는 경우엔 노출 순위를 끌어내리는 원칙도 있었지만, 자기네 오픈마켓은 여기서도 예외였습니다.
2015년에는, 네이버 오픈마켓의 상품 노출 제한 개수를 8개에서 10개로 늘리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오픈마켓 시장에서 네이버 점유율은 거래액 기준으로 2015년 4%대에서 2018년 21%대로 급상승했습니다.
이런 작업은 동영상 검색에서도 이뤄졌습니다.
네이버는 3년 전 동영상 검색 알고리즘을 바꾸면서, 두 단어 이상 문장은 띄어쓰기를 하되, 프로그램 제목은 붙여쓰기를 해야 상위순위에 노출되도록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판도라TV나 티빙 같은 경쟁업체에는 이런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고, 그 결과 네이버 TV는 개편 일주일만에 최상위 노출 동영상 수가 22% 포인트 급증했습니다.
반면, 경쟁업체 대부분은 네이버 노출이 급격하게 줄어, 사업을 접기까지 했습니다.
공정위는 네이버가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경쟁업체의 사업을 방해하고 소비자를 기만했다며 과징금 267억원을 부과했습니다.
이에 대해 네이버는 "사용자 요구를 살펴 서비스를 개편한 것 뿐"이라며 "공정위 판단에 왜곡된 내용이 많아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이문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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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
이문현
이문현
"네이버, 검색 알고리즘 조작"…267억 원 과징금
"네이버, 검색 알고리즘 조작"…267억 원 과징금
입력
2020-10-07 06:35
|
수정 2020-10-07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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