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투데이
기자이미지 정동욱

[투데이 현장] "단풍 지도가 바뀐다"…2050년엔 11월 단풍?

[투데이 현장] "단풍 지도가 바뀐다"…2050년엔 11월 단풍?
입력 2020-10-19 07:33 | 수정 2020-10-19 07:35
재생목록
    ◀ 앵커 ▶

    요즘 아침저녁으로 다소 쌀쌀하긴 하지만 맑은 하늘과 알록달록 물든 단풍나무들이 '아, 그래도 가을이구나'하고 느끼게 합니다.

    그런데 올해는 아직까지 기대만큼 물들지 않은 단풍에 아쉬워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단풍이 물드는 시기를 나타내는 이른바 '단풍지도'가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왜 단풍지도가 바뀌었는지 정동욱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리포트 ▶

    쾌청한 하늘 아래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오대산.

    알록달록 단풍빛 등산복을 입은 가을 손님들이 찾아들고, 물감을 뿌려놓은 듯한 오색빛깔 원색의 단풍에 너도나도 스마트폰을 꺼내 추억을 간직합니다.

    [이경모/탐방객]
    "코로나 때문에 갇혀 있다가…공기도 맑고 경치도 좋고 아주 너무 좋습니다."

    단단히 조여진 마스크가 맑은 공기를 즐기는 것을 방해하지만 눈으로만 만끽한 가을도 답답한 마음을 치유하기엔 충분합니다.

    [목광수/탐방객]
    "마음도 되게 많이 편해지고 좋죠."

    가을 산의 정취는 단풍철 방역을 위해, 국립공원공단이 준비한 랜선 단풍 영상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이경수/국립공원공단 차장]
    "실제 여행을 온 것처럼 랜선을 통해 실시간으로 가을 단풍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대만큼 물들지 않은 산의 모습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첫 단풍 시기가 예년보다 느려지면서 단풍의 절정 시기도 늦춰졌기 때문입니다.

    [전향진/탐방객]
    "진짜 날아갈 것 같죠. (단풍이) 아직은 좀 이르고 아쉬움은 약간 있는 데 다음 주나 2주 후엔 많이 붉어질 것 같아요."

    단풍나무는 추위가 느껴지면 얼어 죽지 않으려고, 잎과 가지 사이에 단단한 세포층을 형성합니다.

    나뭇가지와 뿌리를 지키기 위해 나뭇잎으로 가는 영양분을 차단하는 과정인 데 이때 초록 빛깔을 내던 엽록소가 파괴됩니다.

    엽록소의 초록 빛깔이 사라지면 나뭇잎 세포 속에 있던 다른 색깔의 색소가 잠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바로 단풍입니다.

    산의 80%가 단풍으로 물드는 절정기는 첫 단풍으로 부터 약 2주 후에 나타납니다.

    하지만 올해는 늦더위로 9월 중순 최저 기온이 예년보다 1도 정도 높아지면서 나무가 추위를 못 느껴 단풍이 늦게 든 겁니다.

    올해 설악산의 첫 단풍 시기는 지난해 보다 하루 늦춰졌고, 오대산의 경우엔 첫 단풍 시기가 5일이나 늦어졌습니다.

    다른 산들의 첫 단풍 시기도 예년 보다 하루에서 이틀 지연될 것으로 예측돼 단풍 절정 시기도 늦춰질 전망입니다.

    [2006년 10월 14일 뉴스데스크]
    "지난달(9월) 중순 설악산 대청봉에서 시작된 오색의 물결은…"

    올해 설악산의 첫 단풍은 9월 28일.

    지난 1990년대와 2000년대 초중반보다 일주일 이상 느린 속도입니다.

    단풍이 늦게 들면서 부산물의 생산도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나뭇가지와 뿌리로 영양분을 보내는 속도가 같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전 세계 메이플 시럽의 약 90%를 생산하는 단풍의 나라 캐나다에선 최근 메이플 시럽 생산량이 20% 줄었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단풍나무의 일종인 고로쇠 나무에서 채취하는 고로쇠 수액 생산량도 지난해 주산지인 전남 지역에서 15% 이상 감소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로 오는 2050년쯤엔 한반도에서 첫 단풍을 11월에 볼 수도 있다고 경고합니다.

    [박창균/서울대 기후물리연구실 연구원]
    "한반도의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우리가 시원하다고 느끼는 가을이 점점 뒤로 늦어지게 되는데요. 이러한 온난화로 인해 단풍이 드는 시기도 늦어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온난화 등 기후 변화는 단풍뿐 아니라 농작물과 가로수 등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고랭지배추로 유명한 강릉의 안반데기 마을.

    수확을 마쳤지만 농부의 마음은 편치만은 않습니다.

    올해 기록적인 폭우가 계속되고 늦더위로 기온이 오르면서 작황이 매우 좋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김시문/강릉 안반데기 마을 이장]
    "올해의 경우에는 품종이 농사를 좌우하는 그런 형태가 되더라고요. 기후 조건의 영향을 받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경북 포항에서는 5월에 피는 봄꽃 아카시아가 10월에 만개했습니다.

    제주도와 울릉도에서도 봄꽃의 대명사인 벚꽃이 9월과 10월에 걸쳐 잇따라 피었습니다.

    [김지석/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전문위원]
    "과학자들이 1980년대 1990년대 기후 변화를 경고하면서 이제 우리 몸에 느껴지고 우레 눈에 보일 땐 너무 늦는다 눈에 느껴지고 보여지기 전에 (대응을) 해야 된다고 했는데…"

    미처 인식하지 못한 사이, 단풍의 아름다움 속에 나타난 지구 온난화의 흔적은 어느 덧 현실이 된 기후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MBC뉴스 정동욱입니다.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mbcjebo@mbc.co.kr
    ▷ 카카오톡 @mbc제보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