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얼마 전 강원도 원주에서 특정 스포츠클럽이 공공 체육관을 독점하다시피 쓰고 있다는 내용을 전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보도 이후 '우리 동네도 비슷한 것 같다'는 제보들이 들어오기 시작해 저희가 일일이 의심스러운 체육시설들을 다녀와봤습니다.
홍의표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시민자치팀이 확보한 경기도 남양주의 공공체육시설 예약내역입니다.
유독 배드민턴장만 거의 1년 내내 한 사람이 예약을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찾아가봤습니다.
공공시설인데 붙어있는 간판은 지역 배드민턴 동호회 이름입니다.
고기를 굽는 불판과 취사도구까지, 개인 시설처럼 쓴 흔적도 나옵니다.
[B지역 배드민턴동호회 임원]
"게임도 하고 운영도 하면서 음식 조리도 해먹고 하거든요. 연중에 몇 번씩 행사가 있어요."
또다른 배드민턴장.
6개 코트 중 지역 주민들에게 배정된 건 단 한 개뿐입니다.
알고보니 예약내역에 등장하는 이름들은 지역 배드민턴 동호회의 간부들이었습니다.
공공시설 운영을 위탁받은 뒤 이른바 '셀프 예약'을 해서 회원들 전용구장처럼 쓰고 있었던 겁니다.
[C지역 배드민턴동호회 임원]
"운영 기본이 이제 (동호회) 회원들 기준으로 운영이 되고 있고. 운영 계약을 한 거니까 그 사람들은 자유롭게 하지만‥."
[남양주시청 담당자]
"코트를 어떻게 해야한다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따로 명시돼 있지는 않아요."
심지어 공식적인 위탁도 없이 동호회가 사실상 점령한 곳도 있습니다.
구청이 직접 관리하는 경기도 용인의 한 공공 테니스장.
5개 코트 중 2개가 지역 테니스 클럽의 전용 코트처럼 돼있습니다.
지역 주민의 민원에도 구청이나 동호회나 요지부동입니다.
[테니스동호회 회원]
"관리하려면 인건비 들어가니까 (구청에서는) '자체 클럽에서 관리하시고 쓰세요', 대부분 다 그렇게 해요."
[기흥구청 담당자]
"일부는 저희가 클럽 동호인 분들에게 전용 코트로 해드리는 거고. (이용자가) 동호인분들이 조금 더 많아요."
서울의 한 공공 테니스장이나,
경기도 오산과 세종 조치원의 공공 체육관에서는 동호회가 예약 특혜를 받고 있었고,
경기도 의정부에서는 동호회 회원들의 술판이 벌어지는 곳도 있는 등 정작 주민은 이용 못하는 공공체육시설은 특정 지역만의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임석빈 조사관/국민권익위원회 사회제도개선과]
"회원가입 강요라든가 특정 단체 홍보물 도배로 인해서 일반 지역 주민들이 불편함을 겪는 민원들이 다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예약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통합 예약시스템'을 구축하라는 권익위의 권고도 있었지만,
서울 25개 자치구 중 6곳, 경기도 31개 시·군 중에선 7곳만이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습니다.
MBC뉴스 홍의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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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
홍의표
공공체육시설은 동호회 차지?…술판 벌이기도
공공체육시설은 동호회 차지?…술판 벌이기도
입력
2020-11-18 07:35
|
수정 2020-11-19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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