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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현장] 코로나에 직격탄…'위기의 마을버스' 어디로?

[투데이 현장] 코로나에 직격탄…'위기의 마을버스' 어디로?
입력 2020-11-23 07:37 | 수정 2020-11-2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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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지하철과 시내버스가 닿지 않는 좁은 골목을 누비는 마을버스는 교통 사각지대에 있는 시민들의 출퇴근길 발이 되곤 하는데요.

    얼마 전부터 마을버스 앞에 더이상 운행이 어렵다는 현수막이 붙었습니다.

    대체 무슨 사정이 있는 건지 정동욱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경사가 심한 좁은 골목길을 마을버스 한 대가 힘겹게 오릅니다.

    버스 한대가 간신히 지나갈 만한 좁은 곳이다 보니 정류소 대신, 이렇게 표지판만 바닥에 붙어 있습니다.

    마을 버스는 어르신들과 성균관대 학생 등 약 1천여명이 사는 이 동네의 유일한 교통 수단입니다.

    [변영란/승객]
    "이 동네에 어르신들이 많이 사시거든요, 발이 되는 거죠. (없다면) 많이 불편하죠."

    이 마을버스를 운영하는 운수업체 대표는 최근 1억5천만원의 대출을 받았습니다.

    코로나로 승객이 40%이상 줄어들면서, 급여를 감당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이승재/마을버스 업체 대표]
    "점점 더 어려워지겠죠. 자금의 압박을 받으니까 급여 주는 데 문제가 첫째로 생기고요. 차량 가격 부품 가격 안 오른 거 아무 것도 없어요.점점 더 빚을 내서 감당을 하고 있는데."

    "이번 정류소는 밤골입니다."

    마을버스 동작 13번, 한 때 밤골 마을을 지나다니는 유일한 교통수단이었습니다.

    시작할 당시 흑자였던 노선은 재개발로 사람들이 떠나고, 시내 버스와 노선이 일부 겹치면서 적자 노선이 됐습니다.

    올해는 코로나 여파로 승객이 절반으로 줄면서, 적자 폭이 더 커졌습니다.

    결국 8분이던 배차 간격을 10분 이상으로 늘렸습니다.

    서울시의 재정 보조금이 유일한 희망인데, 올해는 신청액의 절반도 받지 못하면서 인건비도 지급이 어려워졌습니다.

    [전영집/마을버스 대표]
    "거의 최악의 상태라고 봐야죠. 근로자들 한테 미안하고 주민들 승객들한테도 미안하고 참 저희 입장에서는 지금 상태는 정말 진퇴양난입니다."

    버스 운행 횟수를 줄이는 이른바 '감차'가 지속되면서, 무급 휴직을 해야하는 기사들의 삶도 불안합니다.

    [마을버스 기사]

    "제가 예전에 일했던 마을버스 회사는 감차를 많이 해요, 12대인데 일을 하고 싶은 데 9대만 돌리는 거에요, 기사들한테 동의를 구하지도 않고, 220~230만원 받아요.마을 버스(기사)가 1달에 그런데 (감차로) 190만원 180만원 받았다고"
    불편은 시민들의 몫입니다.

    [지병순/마을버스 승객]
    "너무 더디 다녀, 차가 자주 안와. 그래서 택시 타고 다닐 때도 있지요. 버스도 좀 큰게 오면 좋은데…"

    서울에서도 읍·면 단위 시골 처럼, 1시간에 두세번 다니는 마을버스도 있습니다.

    노인들이 버스 시간을 몰라 자주 놓치다 보니, 아예 버스 시간표를 붙여놓기도 합니다.

    [김정화/마을버스 승객]
    "서울시에서 아마 교통 최고 불편한 데가 여기야, 진짜로 자가용 없는 사람은 그걸(마을버스) 타야 하는데 그게 너무 간격이 길어서 거의 못타고 다녀요."

    지난 2004년 대중교통 환승체계에 마을버스가 편입되면서 마을버스는 서울시로부터 재정보조금을 받아왔습니다.

    시민의 요금 부담을 낮춰주는 대신 적자가 나도 운행할 수 있도록 서울시가 지원을 해온 겁니다.

    그런데, 올해 9월 서울시는 마을버스조합에 예산 부족을 이유로 재정 지원 신청 금액의 30%는 자치구에서 받으라고 통보했습니다.

    코로나 19로 적자 업체가 폭증해 남은 70%의 지원금도 지급이 어려워지자 올해 예산 잔액 안에서만 지급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을 기준으로 재정지원금 신청액 대비 지급 비율은 50%가 채 되지 않습니다.

    마을버스조합은 대규모 구조조정과 폐업이 불가피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김문현/서울시 마을버스조합 이사장]
    "지금까지는 대출도 받고 마이너스(통장), 카드론도 쓰면서 (인건비)주곤 했는데, 코로나가 여러 날, 여러 달 장기적으로 가다 보니까 이제 지금에 와서는 은행에서는 대출도 안 해주고…"

    자치구들도 마련되지도 않은 예산을 지원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결국 불가피하게 요금을 인상할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우형철/서울시의회 교통위원장]
    "요금 인상이라는 어려운 선택을 하지 않으면 지금의 마을버스 위기를 극복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독자 생존이 힘든 노선은 차라리 공영화 하자는 주장도 나옵니다.

    [김상철/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
    "운영 구조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차원으로 가서 정말 문제가 있고 한계가 있는 노선의 경우에는 아예 과감하게 공영 노선화 해서…"

    사회적 약자들의 교통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도입한 마을버스, 120만명이 매일 이용하는 서민의 발은 오늘도 힘겨운 운행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정동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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