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산악열차를 놓는다고 해서 논란이 일고 있는 지리산에서 반달가슴곰 두 마리가 포착된 영상을 MBC가 입수했습니다.
이곳이 반달곰의 주요 서식지라는 얘기인데요, 반달곰 복원을 위해 그동안 쓴 돈만 수 백억원인데 지금은 또 반달곰을 쫓아낼 수도 있는 개발 사업에 큰 돈을 쓴다고 하니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김민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여름 지리산 형제봉.
자욱한 안개를 뚫고 무인 카메라 앵글 안으로 검은 동물 한 마리가 들어옵니다.
반달가슴곰입니다.
먹이라도 찾는 듯 코를 땅바닥에 대고 연신 냄새를 맡으며 이동합니다.
그리고 약 20분 뒤.
이번에는 또다른 곰이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오른쪽 귀에 위치 송신기를 부착하고 있습니다.
국립공원연구원이 위치 신호를 통해 추적 관리하고 있는 KM61입니다.
짝짓기 기간인 7월에, 두 마리의 곰이 목격된 것은 이 지역이 곰의 주요 서식지라는 증거입니다.
[이사현/국립공원연구원 남부보전센터 센터장]
"(번식기에) 수컷 개체하고 다른 수컷 개체가 같이 머물 기는 어려울 것 같고요. 아마도 수컷 개체가 암컷 개체를 찾아서 그쪽으로 가지 않았나…"
국립공원연구원에 따르면 형제봉에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반달가슴곰은 네 다섯마리.
하지만, 이 곰들은 몇 년 안에 쫓겨날 위기에 처했습니다.
경남 하동군이 이 일대에 15킬로미터 길이의 산악열차와 케이블카를 짓는 계획을 세웠기 때문입니다.
하동군은 곰에 피해가 없도록 사업을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환경단체들은 산림훼손이 불가피하고 소음이 발생하기 때문에 곰이 살 수 없다고 반박합니다.
[정태준/한백생태연구소 연구원]
"(산악열차 소음 추정치인) 90데시벨 가까운 수치는 굉장히 높은 거고. 반달가슴곰이나 이런 동물들의 서식처로의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거는 너무나 확실해 보입니다."
지리산에 반달곰을 복원하기 위해 16년 동안 정부가 투입한 예산만 280억원.
그런데, 또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 개발을 추진하는 것은 예산과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윤주옥/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대표]
"지리산권에 있는 많은 지자체들은 언제나 선거 때만 되면 이런 개발계획들을 내놓고 표를 얻으려고 하거든요."
한쪽에서는 보전하고 다른 쪽에서는 개발하는 일관성 없는 행정 속에 예산은 낭비되고 자연은 멍들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민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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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
김민욱
수백억 들여 반달곰 복원했더니…그 위로 '산악열차'?
수백억 들여 반달곰 복원했더니…그 위로 '산악열차'?
입력
2020-12-17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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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0-12-17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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