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연쇄 살인범 이춘재가 저지른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던 윤성여 씨가 사건 발생 32년 만에 무죄를 선고 받았습니다.
법원, 검찰, 경찰 모두 잘못을 인정하고 머리숙여 사죄했지만 당시 강압 수사의 당사자로 지목된 경기화성경찰서 형사계장 A씨만은 여전히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윤상문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검은색 외투를 입은 남성이 편치 않은 걸음으로 법정에 들어옵니다.
53살 윤성여 씨입니다.
윤 씨는 지난 1988년, 이춘재가 저지른 여덟번째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 동안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피해자입니다.
이춘재의 자백으로 재심이 시작된 지 1년여.
수원지법 형사12부는 20분간 당시 수사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고, 마침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윤 씨에게 사과했습니다.
[박정제/재판장]
"법원이 인권의 마지막 보루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고문으로 허위 자백을 받아내고 무고한 사람을 법정에 세운 경찰과 검찰.
[윤성여/1989년 당시]
(야간에 죽였습니까?)
"야간에…"
그 내용이 객관적 증거에 부합하지 않았는데도, 피해자의 호소에 귀를 닫았던 1,2,3심 법원까지 모두 '공범'이었습니다.
30여년 만에 명예를 회복했다고 하기엔 너무나 길었던 20년 옥살이.
20대 청년은 어느새 50대 중년이 됐습니다.
[윤성여]
"고맙고, 감사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저같은 사람이 안 나오길 바랄 뿐이고, 공정한 재판이 이뤄졌으면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앞서 검찰은 윤 씨에게 "머리 숙여 사죄한다"며 무죄를 구형했습니다.
경찰은 판결 직후 입장문을 통해 반성과 사죄의 뜻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당시 강압 수사의 당사자로 지목된 경기화성경찰서 형사계장 A씨는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서도 "자신은 열심히 일한 죄 밖에 없다"며 끝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A씨를 비롯한 수사 담당자들에 대한 처벌은 공소 시효가 지나 물건너 갔습니다.
윤 씨 측 변호인들은 불법을 저지른 수사관들과 법원의 잘못된 판단에 대해 손해배상소송을 통해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윤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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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
윤상문
조작된 '살인의 추억'…32년 만에 누명 벗었다
조작된 '살인의 추억'…32년 만에 누명 벗었다
입력
2020-12-18 06:17
|
수정 2020-12-18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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