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2년 전, 경기도 고양시 저유소에 불이나 저유소 4개가 불탔는데요,
풍등을 날려 불을 낸 혐의로 법원이 스리랑카 노동자에게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습니다.
천만원이면 외국인 노동자에겐 아주 큰 돈일 것 같은데요,
변호인단은 저유소 안전관리 부실을 외국인 노동자에게 떠넘겄다고 비판했습니다.
신수아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난 2018년 발생한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
저유소 4개동이 모두 탄 이 불은 근처에서 일하던 스리랑카 이주 노동자 디무두 씨가 날린 한 풍등에서 시작됐습니다.
풍등의 불은 잔디밭에 떨어진 뒤 건초 더미에 옮겨 붙었는데 국가기반시설을 관리하는 직원들은 그 누구도 불이 번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디무두/재판 전]
"(선고 결과를) 궁금하고 있습니다. 재판 잘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디무두 씨에게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디무두 씨가 풍등을 날리지 않았으면 저유소 화재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동료의 진술과 예방 교육을 종합하면 디무두 씨가 풍등을 날리기 전, 저유소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변호인단은 바로 규탄 성명서를 냈습니다.
형식적으로 이뤄진 화재교육에서 디무두 씨가 저유소의 존재를 알기 어려웠다고 다시 주장했습니다.
또 작은 불이 대형 폭발사고로 이어진 건 이미 벌금 2,3백만원을 선고받은 저유소 직원들이 제대로 안전관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번 판결은 사회적 약자인 이주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수사 초기 경찰이 자백을 강요하며 비정상적인 수사를 했다는 점도 다시 짚었습니다.
[신하나 변호사/법무법인 덕수]
"(가장 큰 문제점은 수사 과정에서)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에 있습니다. 인권침해적 수사로 인해서 결국 국가인권위원회가 주의 조치와 함께 교육을 권고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2년 넘는 수사와 재판과정에 지친 디무두 씨는 항소하지 않고 스리랑카로 돌아갈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신수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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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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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등' 화재 벌금 1천만 원…"약자에 책임전가"
'풍등' 화재 벌금 1천만 원…"약자에 책임전가"
입력
2020-12-24 06:43
|
수정 2020-12-24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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