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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완전정복] '정인'이가 '율하'가 된 까닭은?, "정인이는 친딸을 위한 도구였다"

[이슈 완전정복] '정인'이가 '율하'가 된 까닭은?, "정인이는 친딸을 위한 도구였다"
입력 2021-01-06 14:31 | 수정 2021-01-06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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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입양 열 달만에 생을 마감한 정인이 사건.

    정인이가 숨진 직후부터 그리고 지난해 11월 양 엄마가 구속되기 직전 MBC의 집중적인 보도로 사건의 전말이 드러났었는데요

    새해 들어 다시 추모 열기와 함께 살인죄가 아닌 형량이 상대적으로 낮은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한 데 대한 분노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인권사회팀 신재웅 기자와 함께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신 기자.

    16개월 정인이, 여러 차례 아동학대 의심신고에도 도움의 손길조차 받지 못하고 학대 속에 짧은 삶을 마쳤습니다.

    정인이가 생후 7개월쯤 무렵에 입양됐으니까 날짜로 치면 270일 정도인데,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 기자 ▶

    네, 10월 13일이죠.

    병원에 심정지 상태로 응급이송된 아기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당시엔 16개월이 아닌 '15개월'로 알려졌고, 사망 원인에 대해서는 다들 쉬쉬했습니다.

    관할인 양천경찰서는 '무슨 이런 일까지 취재를 하냐' '이것도 아동의 개인정보다' 이런 식으로 취재를 회피하기 급급했습니다.

    왜그런가 싶었는데, 알고보니 3차례나 아동학대 신고가 있었지만, 경찰이 제대로 처리를 못했던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 16개월 아기로는 견디기 어려운 정말 참혹하고도 끔찍한 폭행과 학대를 지속적으로 받다가 온몸이 만신창이가 돼 사망한 사건입니다.

    ◀ 앵커 ▶

    경찰이 취재를 회피했던 이유가 있었네요,

    국과수 부검 소견서와 수사 기록에는 정말 끔찍했을 학대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고요.

    ◀ 기자 ▶

    네, 정인이를 입양한지 한달만에 끔찍한 학대가 시작됐고, 그 수위는 정말 제가 말로 표현해드리기 힘들만큼 갈수록 심해졌습니다.

    외력에 의한 복부 손상, 깊숙한 곳에 있는 장기, 췌장이 절단됐고, 아주 여러군데 뼈가 골절되거나 골절된 뒤 다시 붙은 흔적들이 발견됐습니다.

    정인이의 입양 당시 몸무게는 8.9kg으로 굉장히 건강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사망 한 달 전에는 불과 8.5kg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거죠.

    이런 극심한 공포 속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정인이를, 양모는 숨진 당일까지도 학대하며 동영상까지 촬영하기도 했습니다.

    저도 정인이와 같은 해에 태어난 동갑내기 둘째 딸을 키우고 있는 아버지로서 현장에서 정말 충격적이고, 참담한 심정으로 이 사건을 취재했습니다.

    양모 장 씨는 처음에는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고 있었는데요,

    저희가 영장실질심사 전날과 당일인 11월 10일과 11일 이틀간 집중 보도를 했고, 결국 구속됐습니다.

    ◀ 앵커 ▶

    그런데 이렇게 구체적인 학대 정황에도 양부모는 혐의를 부인하면서 말을 바꿔왔죠.

    증거 인멸 정황도 확인됐다고요?

    ◀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정인이가 숨진 당일 아랫집에서는 "운동기구 떨어뜨리는 소리를 들었다", "지진이 나는 줄 알았다"고 했는데요,

    장 씨는 처음에는 소파에서 떨어졌다면서 정인이 잘못으로 주장했고, 나중에는 친딸이 정인이한테 뛰어내렸다고 책임을 돌렸습니다.

    둘만 있던 공간에서 주로 발생했던 범행이라 학대 자체를 전반적으로 부인했습니다.

    또 세 번째 학대 신고가 접수된 당일에는 휴대전화 대화 2백여 건과 동영상 수십 건, 사진 수백장을 지웠습니다.

    사망 이후 경찰이 전화기를 압수한 당일에도 2백여 건의 대화 내용을 급히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앵커 ▶

    이런 끔찍한 사건을 미리 막을 수도 있었다는 게 어찌보면 더욱 더 안타까운 대목인데요,

    양부모가 앞서 세차례나 아동학대로 경찰 조사를 받았죠, 왜 이렇게 된 건가요?

    ◀ 기자 ▶

    저도 현장을 취재하고,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면서도 도대체가 납득 할 수 없었습니다.

    특히 세번째 경찰 조사가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어찌보면 정인이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던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는데요.

    정인이가 한달만에 어린이집에 갔고,

    살이 많이 빠진데다 건강 상태가 굉장히 안좋아 보여서 어린이집 선생님이 소아과에 데려가 진단을 했는데요.

    전문가인 소아과 전문의가 학대라고 했는데, 부모 변명만 듣고, 또 다른 소아과에 갔다가 결국에는 아무런 조치도 하지 못했던 그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 앵커 ▶

    이 사건에서 이해하기 힘든 대목 중 하나는 이럴거면 '도대체 왜 입양을 했을까'인데, '친딸' 때문이라는게 수사기관 판단이라고요?

    ◀ 기자 ▶

    네, 양모인 장 모 씨가 입양기관에 입양 상담을 하고 신청 서류를 낸 건 정인이가 태어나기 1년 전인 2018년 6월입니다.

    당시 '에세이' 내용을 살펴봤는데요,

    "남편과 연애 때부터 입양을 계획했고, 종교적 믿음으로 결정했다"는게 표면적인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장 씨를 잘 알던 여러 주변인들은 '친딸에게 같은 성별의 동생을 만들어 주기 위해 입양을 했다'는 얘기를 직접 들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실제로 장 씨가 친딸의 영어 공부 모임이나 가족 식사 모임 때 정인이만 혼자 지하 주차장 차 안에 방치해 둔 것을 목격하기도 했고요,

    정인이의 눈과 귀에서 진물이 나오는데도 친딸과 함께 놀이터에 데리고 나왔다"는 진술도 있었습니다.

    지인들은 이런 모습에 "아니 저러려면 왜 입양을 했을까" 의문을 가졌다고 합니다.

    ◀ 앵커 ▶

    양엄마 장 씨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활발히 활동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여기서도 친딸 위주였던 정황이 남아 있다고요?

    ◀ 기자 ▶

    네, 지인들은 장 씨가 주변에 자신을 과시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었다고 진술했는데요.

    정인이를 데려오면서 새 이름을 두고 맘 카페에서 투표를 한 뒤에 '율하'로 바꿨습니다.

    두 살 많은 친딸의 이름과 돌림자를 맞춰 지은 이름이었습니다.

    입양 뒤에도 남긴 글 대부분은 친딸에 대한 것이었고, 정인이에 대해선 "얼른 커서 수준 맞게 놀아줬으면 좋겠다"는 말이 전부였습니다.

    ◀ 앵커 ▶

    이쯤되면 장 씨의 심리 상태가 도대체 어떤 것이었을지 궁금해지는데요.

    '친딸'을 위한 목적이 가장 컸다는 게 수사기관의 판단이었다고요?

    ◀ 기자 ▶

    장 씨는 주변에 "정이 안 붙어서 걱정"이라고 하고, 남편에게도 "우리가 입양을 너무 쉽게했다, 이러다 죄 받을까 무섭다"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반면 친구에게 보낸 메세지에선 "율하가 진상이라서 '참을 인'을 백만 번 새기다가 화병나고 있다. 어떤 방법으로 풀어야 할지 찾는 중이다"라고 적었습니다.

    '화를 푼 방법'은 결국 끔찍하고 가혹한 학대였습니다.

    수사기관은 이런 정황들을 토대로 장 씨가 입양을 결정한 이유를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장 씨가 친딸의 성장 과정에서 정서적인 유대 관계를 길러주기 위해 터울이 적은 여자아이를 입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막상 입양을 하고 보니 쉽게 정이 가지 않자 육아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게 됐고, 결국 학대하고 방임하게 됐다"는 겁니다.

    ◀ 앵커 ▶

    네, 이제 재판에서 양부모가 어떤 일을 했는지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나겠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법과 제도가 보완되어야 겠습니다.

    지금까지 신재웅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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