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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만 원이 소액?… '묻지마' 소액심판

3천만 원이 소액?… '묻지마' 소액심판
입력 2021-06-15 13:56 | 수정 2021-06-15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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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민사 재판 가운데는 '소액 심판'이란 게 있습니다.

    이 소액 심판의 심각한 문제점 윤수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2014년, 안 모 씨는 치과 치료를 받은 뒤 반 년 가까이 통증에 시달렸습니다.

    [안 모 씨/'소액 사건' 원고]
    "(한쪽 볼이) 점점 함몰이 되고, 여기 보철 치료한 이빨도 시꺼멓게 되고, 이쪽도 시꺼멓게 되고 잇몸이 녹아나고... 후유증이 막 갑자기 생기는 거예요."

    증상은 계속 악화됐고, 결국 의사를 상대로 치료비 등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습니다.

    "치료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감정서까지 어렵게 받아내며 2년 8개월이나 법정공방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결론은 패소, 더 기막힌 건 판결문이 달랑 두 장이란 사실이었습니다.

    원고·피고의 인적사항을 빼면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판결 내용은 이 두 줄이 전부였습니다.

    안 씨가 청구한 손해배상금은 2천 3백여만 원, 우리 법원은 소송 금액 3천만 원까지는 '소액사건'으로 분류합니다.

    이 경우 1심 판결문에는 결론의 이유를 쓰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서 왜 졌는 지, 알 수 없는 겁니다.

    [안 모 씨/'소액 사건' 원고]
    "이해도 안 되지만 황당해요. 하다 못해 (판결) 이유를 두 글자라도 쓰면 그래도 이해될지 말지야. 대한민국 법이 왜 이런지 모르겠어요."

    교통사고를 당해 380만 원짜리 소송을 냈던 화물차 기사 박상익 씨도 마찬가지.

    블랙박스 영상 등을 근거로 상대 차가 무리하게 끼어들었다고 강조했지만, 1심 법원은 박씨 과실이 70%라고 판결했습니다.

    역시, 판결 이유는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2심까지 가서야, 상대 과실이 70%라는 정반대의 판단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이유 없는 1심 판결'이 비일비재한 소액사건은 한해 70만 건, 전체 민사 재판의 70%를 넘습니다.

    항소를 하면 그나마 결론의 근거가 적힌 판결문을 받아볼 수 있지만, 실제 2심까지 가는 비율은 고작 2%입니다.

    1심 재판부의 판단 근거를 모르기 때문에, 항소하려면 증거와 논리를 어떻게 보강해야 할지도 알 수 없어 그냥 포기하는 겁니다.

    MBC뉴스 윤수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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