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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자리 말고는 공간 없어…노동부는 실태조사 거부?

이부자리 말고는 공간 없어…노동부는 실태조사 거부?
입력 2021-01-01 20:24 | 수정 2021-01-01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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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지난달, 캄보디아 노동자 속헹 씨가 혹한이 몰아친 경기도 포천의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이주 노동자들의 열악한 주거환경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졌죠.

    경기도가 이런 비극을 막겠다며 이주 노동자 숙소에 대한 실태 조사에 나서기로 했는데요.

    하지만 정작 관리 책임이 있는 고용노동부가 협조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보도에 윤상문 기자입니다.

    ◀ 리포트 ▶

    경기도 이천시의 채소 농장.

    언뜻봐도 비닐하우스가 백 개 동이 넘습니다.

    새해 첫날에도 일을 하다 점심을 먹고 있는 이주 노동자들이 보입니다.

    바로 옆엔 있는 검은 천막, 이들이 사는 비닐하우스 숙소입니다.

    안으로 들어가봤습니다.

    [기자]
    "집단 거주 시설이에요. 닭이랑 같이 살아요."

    이부자리 외엔 빈 공간이 별로 없는 방 4개가 다닥다닥 붙어있습니다.

    세면실은 다같이 사용해야 하고, 화장실은 밖에 있습니다.

    [이주노동자 A]
    (추워요?)
    "조금. 괜찮아."

    농장주는 시설료로 얼마를 받냐는 질문에 대답을 피했습니다.

    [농장주]
    (여기 기숙사비 얼마 받으세요?)
    "얼마를 뭘, 가라고!"

    비닐하우스형 가건물.

    전국 농촌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사는 곳입니다.

    고용노동부의 소개로 고용된 노동자들은 일단 한국에 들어오면 몇 년씩 이런 곳에 살 수밖에 없는데요.

    하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된 실태조사는 단 한 차례도 없었습니다.

    한 농장주가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이주노동자 거주지 정보입니다.

    세부 주소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닐하우스에 살고 있지만 다른 주택에서 따로 사는 것으로 나와 있기도 합니다.

    [김이찬/지구인의정류장]
    "두 사람이 한 군데 일하고, (숙소가) 비닐하우스 안에 있었어요."

    농장주가 이주노동자의 주소를 고용노동부에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는 규정은 마련돼 있습니다.

    하지만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다보니 맘대로, 대강 써내도 그만이었습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
    "전수로 직접 나가서 (조사해요)? 그렇게 까지는 행정 인력이 안 되죠."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속헹 씨 사망이 알려지자 이번엔 경기도가 직접 나섰습니다.

    농어촌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 6천 2백명의 거주지에 대해 전수조사를 하겠다는 계획.

    하지만 뜻밖의 암초를 만났습니다.

    고용노동부에 자료 협조를 요청했지만,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이주 노동자들의 명단과 주소를 줄 수 없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
    "우리 내부에선 쓸 수가 있는데, 제3자가 개인정보를 수집 이용을,"
    (그런데 경기도가 제3자가 아니라…)
    "같은 정부라도 외국인 고용관리 업무에 대해서만 활용할 수 있어요."

    조사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옵니다.

    [김이찬/지구인의정류장]
    "정보보호법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는 건 핑계고요. (숙소 정보를) 파악을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을 해요. 감추고 있는 거죠."

    고용노동부의 예상치 못한 비협조에 부딪친 경기도는 결국 각 시군 이장들을 통해 이주 노동자 숙소 현황을 일일이 탐문하기로 했습니다.

    경기도 관계자는 이장들에게만 의존할 경우 전수 조사가 제대로 될지 의문이라며, 노동부에 주소를 제공해달라고 한번 더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윤상문입니다.

    (영상취재: 전승현 / 영상편집: 김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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