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데스크

[앵커로그] 코로나 1년…그들이 있었기에

[앵커로그] 코로나 1년…그들이 있었기에
입력 2021-01-02 20:29 | 수정 2021-01-02 20:37
재생목록
    ◀ 앵커 ▶

    이번 달이면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 꼭 1년이 됩니다.

    지난 1년 동안 앵커로그는 코로나19의 숨은 영웅들을 찾아다녔는데요.

    새해를 맞아, 그들을 다시 만나보려고 합니다.

    (힘겨웠던 한 해 /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회를 지탱해온 사람들)

    대구 집단 감염으로 1차 대유행이 있었던 지난 3월, 지금은 어디서나 살 수 있는 마스크가 그때는 정말 귀한 물건이었죠.

    당시 일손이 부족해서 마스크를 못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공장으로 달려간 시민들이 있었습니다.

    [앵커]
    "어떻게 그렇게 손이 빠르세요?"

    [박정화/밀양 여성소방대 계장]
    "손이 숙련이 됐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의료 지원 봉사도 하고 있지 않습니까? 거기에 비하면 우리는 조금 수월하다고 생각하죠."

    [앵커]
    "여기 불량품이 있네요?"

    [박정화/밀양 여성소방대 계장]
    "이젠 불량품도 가려낼 줄 아시네요!"

    시민들을 위해 귀가를 포기하고 스스로 일터에서 격리에 들어간 사람들도 있었죠.

    (확진자가 생겨도 멈출 수 없기에 / 고립생활을 택한 13명의 음식물처리반원)

    [김동원 대리/격리 자청 근무자]
    "(지금 왜 거기 계세요?) 스스로 자체 격리 중입니다. (잠자리도 불편하고 해서 영 힘드실 것 같아요.) 가족들하고 같이 있을 수 없다는 게."

    방역 현장에서는 많은 이들이 개인의 삶을 미뤄 둔 채 바이러스와 전쟁을 치렀습니다.

    [앵커]
    "검체가 도착하고 있습니다. 지금 30~40건의 검체가 한꺼번에 도책했다고 하거든요? 선생님 안녕하세요."

    (코로나19 검체를 검사하는 보건환경연구원 / 얼굴엔 선명한 마스크 자국이...)

    [김정희/인천보건환경연구원 연구사]
    "초등학교 6학년 올라가는 애가 있는데 거의 방치 수준이죠. 항상 오후 7시에서 7시 반 사이에 전화가 와요. 엄마 언제 오냐고. 그러면 항상 엄마 기다리지 말라고 얘기를 하거든요."

    (방송 뒤, 9개월이 지난 지금은?)

    [앵커]
    "그때 이후 벌써 9개월이 지났는데요. 지금은 여기서 코로나 검사를 받고, 음성 판정이 나와야만 들어갈 수 있다고 합니다."

    (더 엄격해진 연구원 출입 / 취재진 전원 코로나19 음성 / 여전히 검체 검사하느라 바쁜 현장)

    [앵커]
    "저희가 9개월 전에 왔을 때 (누적 건수가)3천 건 정도였는데, 지금 14만 건까지 올라갔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그때(9개월 전) 말씀 나눴을 때 하루에 한 300건 정도까지 검체가 와서 너무 힘들다고 하셨는데."

    [김정희/인천보건환경연구원 연구사]
    "300건이요? 300건 할 만하죠. 지금은 (하루 평균)최대 2000건까지 하고 있거든요."

    ('힘들다' 푸념했을 때보다 7배 가까이 늘어난 업무량)

    [앵커]
    "그때 저녁 7시만 되면 아들이 엄마 ‘언제 오냐’고 전화한다고 했는데?"

    [김정희/인천보건환경연구원 연구사]
    "전화하는 시간이 바뀌었어요. 밤 11시 되면 언제 들어오냐고."

    외국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인천국제공항은 또 다른 전쟁터였죠.

    (코로나19 발생 초기, 해외 입국자가 많았던 인천공항 / 공항 방역을 책임진 숨은 영웅들)

    [앵커]
    "입국자들이 지나간 곳에서 열심히 소독을 하고 계신데요."

    [전준애/인천국제공항 미화원]
    "손님들 손이 닿는 부분, 꼼꼼히 하셔야 해요. 꼼꼼히. (꼼꼼히... 지금 얘기하면서 한 다섯 번 말씀하신 것 같아요.) 네, 꼼꼼하게 하셔야 해요."

    [김혜영/인천국제공항 방역원]
    "일하면서 약재가 묻을 수도 있고 튈 수도 있고 하면 ‘세탁비를 물어 달라’ 하시는 분들도 있었는데, (지금은)먼저 비켜주시는 분도 계시고, 웃긴 얘기이지만 ‘내 가방에도 좀 뿌려줘라’라고."

    하지만 외국인들의 입국이 더 어려워지고, 일터를 지키던 외국인 노동자들마저 떠나버리면서 농촌에서는 심각한 인력난을 겪었는데요.

    이때 농민들에게 슈퍼맨처럼 나타난 분들이 있었습니다.

    [변명효/한올간병봉사회]
    "이렇게 잡고 당기세요. 그렇게 해서 흙을 이렇게 털어."

    [앵커]
    "어머니 얼마나 손이 빠른지 따라갈 수가 없어."

    코로나와 함께 맞은 여름, 무더위 속에 마스크를 끼고 갇혀 지내야 하는 시민들도, 그런 시민들을 상대해야 하는 공무원들도 모두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앵커]
    "햇볕이 너무 뜨거워서 이렇게 서 있는 것조차 힘든데요. 지금 보시면 온몸에 방호복을 입고 저렇게 일을 하고 계십니다."

    (두꺼운 방호복을 입고 뜨거운 햇볕 아래 일하는 사람들, 얼음주머니로 머리를 식히며 한시도 쉬지 못하는 직원들)

    (자가격리자 증가로 부쩍 바빠진 자가격리팀)

    [김혜인/마포구청 자가격리관리팀]
    "생필품 구입을 도와 드리려고 나갔는데 본인은 싱싱하고 가격이 저렴한 야채를 꼭 사와야겠다고 말씀을 하셔서 멀리 있는 시장까지 가서구매를 도와드린 적도 있고요. 소주에 삼겹살을 드시고 싶다고 하셔서 그렇게 구매를 도와 드린 적도 있고. 쓰레기 문제도 많이 나와요."
    (그럼 가서 쓰레기도 치워드리는 거예요?)
    "네, 맞습니다."

    (마스크 착용 단속 중인 공무원들)

    [장현철/구리시청 총무과]
    "마스크 좀 더우시겠지만."
    (죄송한데요. 기계가 68도예요. 죽음이에요.)
    "네. 많이 더우시죠?"
    (미치겠어요, 아주.)

    [장현철/구리시청 총무과]
    "땀 뻘뻘 흘리고 계시는데 말씀드리기가 미안한 경우도 많이 있고요."

    [앵커]
    "잠시 뒤부터 서울시의 영업 제한 단속이 시작됩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첫 주 / 9시 이후 '영업 제한' 단속)

    [박경오/서울시 식품정책과 팀장]
    "여기 직원이에요?"
    (친구예요.)

    [음식점 손님(지인)]
    "맥주 한 잔 먹고 있는데 너무하지 않습니까?"

    [음식점 주인]
    "우리 오늘 10만 원도 못 팔았어요. 지금 마이너스 대출이란 대출 다 받고 마이너스 통장도 쓰고 있다고요. 너무하는 거 아니냐고요!"

    (화가 난 음식점 주인을 달래보기도 하지만…)

    [앵커]
    "마음이 착잡하실 것 같아요."

    [박경오/서울시 식품정책과 팀장]
    "안타깝죠. 오늘 매출 10만 원어치 팔았다는데. 제가 올해 30년 공직생활 마지막 해인데요. 제가 공직 나가기 전에 코로나가 종식돼서 전 국민이 '해피'했으면 좋겠습니다."

    어느덧 찬바람과 함께 찾아온 연말, 거리는 더 적막해졌습니다.

    (예전보다 더 적막한 거리 / 마지막 정년의 순간까지 야간 단속 중)

    [박경오/서울시 식품정책과 팀장]
    "여기는 150㎡ 이상은 무조건 전자출입명부 있잖아요. QR코드요. 이건 의무사항이에요."

    [앵커]
    "팀장님이 정년을 맞으실 때쯤에 코로나가 진정이 돼서 전 국민이 '해피'해졌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거든요?"

    [박경오/서울시 식품정책과 팀장]
    "근데 그게 제대로 안 됐어요. 좀 안타깝죠. 빨리 이게 종식이 돼서 모든 국민이 편안하게 일상생활을 했으면 좋겠어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고통 속에서도 좀 더 희생하고, 좀 더 헌신했던 숨은 영웅들.

    그들이 있기에, 처음으로 마스크를 쓰고 맞이하는 새해가 숨 막히지만은 않습니다.

    앵커로그입니다.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mbcjebo@mbc.co.kr
    ▷ 카카오톡 @mbc제보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