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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살인죄' 적용의 열쇠…"쿵쿵" 소리의 진실은?

[단독] '살인죄' 적용의 열쇠…"쿵쿵" 소리의 진실은?
입력 2021-01-06 20:00 | 수정 2021-01-06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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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학대를 지속적으로 가했다는 건 이제 누구도 부정하지 않을 겁니다.

    대신 아이는 학대 끝에 숨진 것인지, 아니면 거기에 더해져 사망 당일, 살인의 의도가 담긴 어떤 행위로 숨졌는지 아직 법적으로 선명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날 이웃집이 반복해서 들었다는 '쿵 쿵' 하는 소리의 실체에서 단서를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과연 살인죄 적용이 가능할지, MBC가 입수한 수사 기록과 영상 그리고 의료진의 소견을 바탕으로 신재웅 기자가 추적해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정인이가 숨진 지난해 10월 13일.

    오전 8시 34분, 양엄마 장 씨는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촬영했습니다.

    카메라엔 정인이가 울먹이며 양엄마에게 걸어오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당시 정인이는 힘이 없고 괴로워하는 표정이었지만 이 때까지만 해도 양팔 움직임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게 수사 결과 확인됐습니다.

    그리고 9시 40분, 정인이의 집에선 바닥에 덤벨이 떨어지는 듯한 '쿵쿵' 소리가 네 다섯 차례나 들려왔습니다.

    "지진이 난 것 같다"고 느낄 정도의 큰 소리였습니다.

    [이웃 주민(지난해 11월)]
    "운동기구 같은 걸 막 집어던지는 그런 소리가 났고, 지진이 난 것 같은데, 이게 뭐냐고 이게 한두 번도 아니고 (항의하니까)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러고…"

    그리고 약 1시간 뒤 아파트 CCTV에 찍힌 장 씨가 안고 가는 정인이의 모습은 머리를 힘없이 늘어뜨린 상태였습니다.

    시간 상 '쿵쿵' 소리를 나게 한 오전 9시 40분쯤의 행위가 치명적이었을 거란 추정이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폭력이 가해진 걸까.

    정인이는 양모가 택시로 데리고 간 병원에 도착했을 땐 이미 심정지 상태였습니다.

    온 몸 곳곳에 골절 흔적, 장기 파열과 함께 '왼쪽 팔꿈치'가 탈골돼 있었습니다.

    응급실에서 정인이 상태를 확인했던 의사는 "팔꿈치 탈골은 누군가 아이의 팔을 붙잡고 집어던질 때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검찰이 자문을 구한 또 다른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췌장 절단의 경우, 교통사고 정도의 강한 외력, 엎드린 상태에서 체중으로 등을 밟거나 옆구리를 발로 찼을 때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의 자문에 응했던 법의학자의 의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유성호/서울대학교 법의학과 교수]
    "손이 될 수도 있고, 발이 될 수도 있고, 무거운 물체가 될 수도 있고. 다만 움직이지 않은 상태에서 즉 누워있거나 벽에 고정된 상태에서 그런 둔력이 작용했다고 보여지고요."

    수사기관은 이런 정황을 토대로 "장 씨가 정인이 등 뒷부분을 강하게 수차례 때리고, 정인이가 넘어지면서 바닥에 부딪쳐 '쿵쿵' 소리가 났고, 이것이 사망의 결정적 원인이 됐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연약한 아동을 반복적으로 학대한 결과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이라며 "일반적인 살인보다 더 중대한 범행"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서울남부지검은 '고의성'을 입증해야 하는 살인죄 대신 형량이 낮은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했습니다.

    수사기관에서는 '살인의 고의'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관행적으로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검찰에 "아동학대치사죄가 아니라 살인 내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로 기소해야 한다"는 공식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MBC뉴스 신재웅입니다.

    (영상편집: 정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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